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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내 아들은 아니겠지' 하는 믿음과 그들만의 끔찍한 세계가 부딪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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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의 시간> 포스터.

 

원테이크로 담아낸 소년의 시간

 

오전 6시, 경찰 기동대가 에디 밀러네 집 문을 부숴 버리며 들이닥친다. 목적은 둘째 아들 제이미 밀러의 긴급 체포였다. 그는 고작 13살이었는데 어젯밤 동급생 케이티 레너드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제이미는 동커스터 사회 복지과에서 나온 동석 보호자의 동석 하에 경찰서로 이송되었고 곧이어 아빠, 엄마, 누나가 온다. 뒤이어 경찰의 추천으로 국선 변호사도 온다.

지난 2022년, 영화 <보일링 포인트>는 롱 테이크와 원 컨튜니어스 샷 기법으로 촬영해 단 한 번의 테이크(원테이크)로 크리스마스 기간 레스토랑의 긴박한 현장감을 전달해 큰 화재를 뿌린 바 있다. 믿기 힘든 촬영 기술과 연기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라인까지, 그 작품에서 함께한 필립 바랜티니 감독과 스티븐 그레이엄이 다시 뭉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의 시간>은 4개의 에피소드 모두 각각 롱 테이크와 원 컨튜니어스 샷 기법으로 촬영해 원테이크로 소년의 사건과 관련된 시간들을 보여준다. <보일링 포인트>가 주로 내부에서 이뤄진 일을 보여줬다면 <소년의 시간>은 안팎을 드나들며 이어지기에 스케일이 커진 만큼 더욱더 감탄스럽다.

 

13살 남학생의 여동급생 살해 이면의 세계

 

루크 배스컴 경위와 미샤 프랭크 경사는 결정적인 증거와 증인 그리고 제이미가 케이티를 살해한 동기를 파헤치고자 학교로 향한다. 배스컴의 아들 애덤이 다니기도 하는 학교인데, 어떤 학생도 뭘 배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런 소득 없이 가려는데 애덤이 배스컴은 전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의 실체에 대해 말해 준다. 제이미 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에 충분했다.

불과 13살인 제이미, 얼핏 보기에도 야리야리한 남학생인 제이미, 가족뿐만 아니라 급우들도 그가 여학우를 잔인하게 살해했을 거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평소 행실을 비춰볼 때 그럴 애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그로 하여금 무엇이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가. 다름 아닌 '온라인 세계'다. 현실로 전부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에 이 시대 청소년의 모든 게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젠더 폭력과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는 사이버 폭력, 인셀(비자발적 독신)화로 이뤄지는 따돌림 문제, 남성 극단주의가 불러일으키는 여성을 향한 빙퉁그러진 혐오의 시선 등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단순히 13살 남학생이 동급생 여학우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사건에서 끝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면을 다방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사건은 왜 일어났고 여파는 어디로 어떻게 퍼질 것인가

 

모든 게 다 밝혀진 상황에서 제이미의 자백만 받으면 된다. 심리학자 브리오니 아리스톤이 5번이나 제이미를 찾아서 마주 앉아 대화한다. 제이미는 케이티와 얽힌 복잡 미묘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한편 에디의 생일, 제이미는 없지만 가족들은 활기찬 하루를 보내려 한다. 하지만 일련의 일이 일어나 망치고 만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활기를 불어넣으려는데 어렵다. 결국 무너지고 만다. 살인자 아들이자 동생을 둔 가족이라는 굴레.

제이미가 다니는 학교는 그야말로 야생이다. 교사들은 학생을 통제할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통제할 마음도 없고, 학생들은 따로 또 같이 그야말로 '미쳐 날뛰며', 결정적으로 학교의 일원이 다른 일원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제이미의 가족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타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그들 스스로 괴로워한다. 부모로서 남부럽지 않게 키웠으니 잘못한 게 없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부모로서 자식을 향한 무한한 책임감이 스스로를 짓누른다.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사건의 여파는 어디로 어떻게 퍼질 것인가. 이 작품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부분들이다. 굉장히 예민하고 광범위하고 특정 짓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원테이크로 감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까지 진득하고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 끝에는 짙은 안타까움이 묻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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