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중증외상센터>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병원인 한국대학교병원의 중증외상팀 과장이 과로로 쓰러진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100억 원의 지원금을 준 한국대학교병원 중증외상팀에 백강혁을 추천한다. 백강혁은 정식으로 부임하기도 전에 큰 수술을 맡아 성공시킨다.
백강혁은 항문외과를 전공하고 있는 외과 펠로우 양재원을 스카우트하고 간호사 천장미, 마취과 레지던트 4년 차 박경원을 팀의 일원으로 삼고 싶어 한다. 와중에 그는 '오직 환자'를 외치며 스스로 중중외상팀을 센터로 격상하고 지난 5년간 10번 정도 떴던 헬기를 한 달에 5번 넘게 띄운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그만큼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한국대학교병원장 최조은을 필두로 감염내과장 겸 기획조정실장 홍재훈과 항문외과장 겸 외과 수장 한유림은 자신들이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던 세계를 뒤흔들려는 백강혁이 못마땅하니 그의 중증외상센터가 무지막지한 적자를 내는 걸 빌미로 본격적인 방해 공작에 들어간다. 과연 백강혁은 중증외상센터는 계속해서 환자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
환자를 살리고자 대기 중인 영웅들
2019년 3월에 시작해 2022년 2월까지 3년 동안 3개의 시즌과 한 개의 외전을 선보이며 흥행과 평가 양면에서 고른 성적을 거둔 바 있는 네이버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는 이비인후과 의사인 작가의 작품으로 화재를 뿌리기도 했다. 이후 작품은 동명의 웹툰으로 만들어져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3년 동안 2개의 시즌과 한 개의 외전을 선보였다.
웹툰 역시 인기작 반열에 올랐고 완결되기 전에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 완결 이듬해 촬영을 끝마쳤고 2015년 1월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로 선보였다. 원작은 웹툰이 아닌 웹소설이며 영제는 'The Trauma Code: Heroes on Call'로 '중증외상센터: 대기 중인 영웅들'이라는 의미다.
원작의 부제가 '골든 아워'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시간대를 가리키는 반면 시리즈의 부제 '대기 중인 영웅들'은 언제나 호출 대기 중인 중증외상팀의 의사들을 가리킨다.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조금 다른데, 중증외상팀의 이야기라는 결정적 공통점이 있으니 별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출중한 사람이어야 하는 현실
지난 2018년, 당시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적으로 알려진 '중증외상팀'은 이후 크게 진보했으나 여전히 열악한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병원 입장에서 중증외상자를 살리고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한편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돈 나올 구멍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중증외상팀에서 일하려는 의사들도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작품 초반, 중증외상팀 과장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게 결코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누구도 어찌해 볼 요량이 없다. 와중에 백강혁이라는 돈 많고 훤칠하고 실력 뛰어나고 담도 좋고 언론플레이에 능하고 정치질도 잘하고 사명감도 출중한 특급 에이스의 출현은 매우 판타지적이지만 결코 판타지가 아니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어야만, 모든 면에서 출중한 사람이어야만 중증외상팀을 이끌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동일한 내용으로 웹소설, 웹툰, 드라마로 계속 만들어지면서도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배경이 바로 거기에 있다. 비현실과 지극한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니 말이다.
유쾌, 상쾌, 통쾌한 속도감
유쾌, 상쾌, 통쾌하다는 말이 있는데 자칫 전형적일 수 있겠으나 이 작품 <중증외상센터>에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을 찾기 힘들다. 백강혁 이하 중증외상팀원들 모두가 유쾌하고 그들이 환자를 살려내는 일은 상쾌하며 자연스레 물을 먹는 고위급 인사들의 모습을 보면 통쾌하다. 삼박자가 유기적으로 속도감 있게 조화를 이루니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순식간이다.
막무가내인 듯 철저한 듯한 백강혁은 매우 무례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력과 사명감이 투철하다 못해 비상식적이기까지 한데, 덕분에 펠로우와 레지던트와 간호사의 팀 전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심지어 그와 정반대에 있던 타 팀의 교수도 그 덕분에 성장한다. 아니 깨달았다고 할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대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환자가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와중에 의료 대란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메디컬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한데, 이 작품을 메디컬 드라마로서만이 아니라 성장 드라마, 사회 드라마로서 보는 게 더 알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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