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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진압경찰과 시위대, '누가 더 잘 못하고 있나'를 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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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퍼블릭 디스오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퍼블릭 디스오더> 포스터.

 

이탈리아의 발 디 수사에서 수백 명의 군중이 모여 고속철도 반대를 외치며 격렬하게 시위 중이다. 기차가 들어서는 걸 극렬히 반대하는 지역민들인 것이다. 세니갈리아 팀이 최전방에서 대치 중인데 로마 팀이 출동해 교대한다. 그런데 가장 앞장서 있던 피에트로 팀장이 날아온 체리 붐에 크게 다친다. 이후 로마 팀은 시위대를 격렬히 쫓는다.

다음 날 일이 커진다. 시위대 4명이 크게 다쳤고 강에서 기동대원들에게 린치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중 한 명은 중태 상황으로 들어선다. 곧 특별수사단이 들이닥쳐 대원들을 하나하나 불러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고 대원들도 잘 모른다고 일관한다. 와중에도 이곳저곳의 문제를 풀고자 출동해야 한다.

비어 있는 팀장 자리에 세니갈리아 팀장 노빌리가 부임해 온다. 하지만 그는 하나로 똘똘 뭉쳐 절대 물러서지 않는 로마 팀과 다르게 웬만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합이 맞겠는가? 사사건건 부딪히고 갈등이 일어난다. 와중에 대원들은 가지각색의 가족 문제로 힘들어한다. 대부분 아이 문제다.

 

'경찰관들은 모두 개자식!'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탈리아 시리즈 <퍼블릭 디스오더>는 대중 시위를 뜻하는 'public disorder'의 음을 그대로 가져와 제목으로 차용했다. 전체적 이야기의 주체가 대중 시위에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데, 정작 작품은 대중 시위를 진압하는 기동대원들의 개인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원제는 'ACAB: la serie'인데 ACAB가 생소하다. 'All Cops Are Bastards'의 약자로 '경찰관들은 모두 개자식'이라는 의미이자 구호다. 192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1940년대 들어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 의해 약자로 굳어졌고 반체제의 상징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이탈리아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과격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국민이 정부에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낸다는 뜻일 텐데, 극 중에서도 '좌파'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 걸로도 유추할 수 있듯 과거 수십 년간 존속한 이탈리아 공산당은 프랑스 공산당과 더불어 서유럽 공산주의 운동의 쌍두마차로 유명했다. 그 유명한 안토니오 그람시가 2대 서기장으로 당시 무솔리니 치하 파시즘에 저항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걸까. 

 

진압경찰 vs. 시위대

 

<퍼블릭 디스오더>는 주지한 것처럼 진압경찰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발 디 수사에서 시위대를 진압 중에 가족 같은 팀장이 크게 다치자 보복 진압을 감행하는데 이후 철저히 입을 맞춰 진실을 은폐한다. 목숨을 오가는 곳에서 믿을 건 서로밖에 없으니 가족보다 더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기에 그럴 거라 생각한다.

문제 또는 논란은 여기서 발생한다.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전우애는 차치하고 진압경찰이 시위대에게 크게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대의 경우는? 언론지상에선 당연히 시위대가 다친 걸로만 문제를 삼는다. 경찰은 다치는 일이 일상다반사이고 항상 그럴 각오를 하니까 말이다. 같은 생각이다. 경찰은 공무원이고 시위대는 아무리 격렬하고 조직화되어 있다지만 민간인이다.

그렇지만 계속 보다 보면 결코 시위대의 편을 들 수가 없다. 가지각색인데, 국제 축구 경기로 영국에서 건너온 훌리건이 단체로 몰려와 거리를 점거하고 마구잡이로 부수는 경우도 있고 일련의 이탈리아인들이 단체로 몰려가 외국인 노동자 가족을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을 옹호할 구석이 뭐 하나 없다. 그저 아무 문제 없이 진압경찰이 잘 해결해 주길 바랄 뿐이다.

 

진압경찰이라는 인간의 일상적 고민

 

한편 작품은 로마 기동대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를 가져와 그들이 그저 공무원 집단으로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일상적 고민에 휩싸여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직장에선 악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지만 집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겪을 만한 일상을 겪어낼 뿐이다.

대부분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데, 아이가 큰 문제로 헤어진 전 남편을 그리워하고 아이가 성폭행을 당해 죽을 만큼 힘들어하며 아이가 결혼을 해 아기를 가졌는데 자신의 성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혹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부숴 버리는 방법밖에 모르는 진압경찰로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진압경찰이고 시위대고 누가 더 옳고 그르냐를 따질 수 없다. 악과 선,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비단 이탈리아의 얘기뿐인가 싶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둘로 쪼개져 극렬히 서로를 물고 뜯지만 제삼자가 보기에 도긴개긴으로 여길 여지가 충분하다. '누가 더 잘하고 있나'가 아니라 '누가 더 잘 못하고 있나'를 따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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