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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19세기 중반 계엄령이 발동된 미국 서부의 한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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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사나운 땅의 사람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나운 땅의 사람들> 포스터.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의 유타주, 세라는 다리가 불편한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크룩스스프링스로 향한다. 그곳까지 데려다줄 사람을 포트 브리저 교역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먼저 가 버리고 말았다. 세라는 책임자에게 부탁해 다른 사람을 물색하는데, 황무지에서 홀로 사는 백인 아이작은 거절하고 모르몬교 신자 제이콥과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부인 애비시와 동행한다.

그런데 여정 도중 알 수 없는 세력으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세라와 아들은 도망치다가 아이작의 도움을 받고, 애비시는 쇼숀족의 호전적인 붉은 깃발에게 끌려갔으며, 제이콥은 죽을 뻔했다가 모르몬교 일파에게 도움을 받는다. 한편 미국 정부가 파견한 델린저 대위는 진짜 정보를 얻으려 동분서주한다.

알고 보니 세라, 제이콥 등을 습격한 세력은 모르몬교의 민병대였다. 전부 복면을 쓰고 있었기에 아무도 몰랐지만 그래도 생존한 이들을 쫓아가 죽여야 완벽한 뒤처리가 가능했기에, 제이콥과 함께 살아남은 아내 애비시를 쫓는 한편 사람을 죽여 큰 현상금이 달려 있는 세라도 쫓는다. 세라는 무슨 짓을 저질렀고 아들과 함께 크룩스스프링스까지 무사히 당도할 수 있을까.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의 대혼란 한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원제 'American Primeval'에서 유추할 수 있듯 원시의 미국이 배경이다. 그것도 서부의 한가운데 유타주 말이다. 더군다나 시간적 배경의 1857년이면 이른바 '골드 러시' 시대가 끝나고 '서부 개척' 시대가 시작되던 와중에 남북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시기였다.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 대혼란의 지역.

그때 그곳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고자 피터 버그와 마크 L. 스미스가 의기투합했다. 피터 버그는 <론 서바이버> <딥워터 호라이즌> <패트리어트 데이> 등으로 영상미와 액션에서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쳐오는 할리우드 감독이다. 마크 L. 스미스는 <레버넌트> <트위스터스> 등의 각본가로 유명하다.

1857년의 유타 이야기라면 '모르몬교의 반란'이라고도 불리는 '유타 전쟁'이 떠오른다. 모르몬교의 유타 정착민들과 미국 정부군과의 무력 충돌로 이듬해까지 지속되었다. 거대한 전투는 없었지만, 모르몬교 민병대가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던 이주민 120명을 학살한 '마운틴 메도우스 학살 사건'이 그때 일어났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민간인 학살 사건 중 하나다.

 

돈이 아니면 죽음뿐인 그곳에서

 

평범해 보이는 모녀가 남편이자 아빠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며 작은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마운틴 메도우스 학살 사건을 기점으로 크게 뒤바뀐 채 사방으로 휘몰아친다. 학살의 생존자들, 학살의 당사자들, 생존자와 당사자의 관계자들, 그리고 그들과 얽히고설킨 자들이 각자의 목적을 품은 채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모르몬교의 신앙적 욕망, 원주민들의 방어와 공격의 욕망, 미국 정부의 통제 욕망 등 거시적인 욕망들이 맞부딪히는 와중에 그 자체가 욕망인 '돈'이 사실상 모든 걸 집어삼킨다. 돈이 있어야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의미 있는 것이든 하찮은 것이든 온갖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돈이 아니면 '죽음'뿐이다.

그때 그곳에는 죽음이 일상이다. 총, 칼, 활 등이 무시로 덮쳐 사람을 죽인다. 자연스레 그들이 가진 것들을 차지한다. 더군다나 당시는 모르몬교 2대 교주이자 유타주 초대 주지사인 브리검 영이 유타주 전체에 계엄령을 내린 상태였기에 모종의 이유로 서로 죽고 죽이는 게 용인되었다. 다분히 모르몬교의 성공적인 이주와 정착을 위한 술수였을 테지만 말이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사나운 땅을 속도감 있게

 

혼란한 때 영웅이 탄생한다지만 집도 절도 없이 떠돌고 쫓기는 이들, 먼 곳에서 이주해 원주민들을 내쫓으려 하는 이들, 이주민들의 공격을 받고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들 등이 쉴 새 없이 다투는 그곳에서 과연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천혜의 자연은 결코 인간의 편이 아니다.

그저 살아남고자 발버둥 쳐야 한다. 이를 악물며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위기의 순간들을 넘기고 넘겨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기회가 온다? 아니, 이후에도 할 수 있는 건 살아남는 것뿐이다. 그 자체로 원시의 미국 서부, 사나운 땅에서 성공한 것이리라.

이 작품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1857년 미국 유타주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300여 분의 러닝타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정도. 그때 그곳에도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죽음 아닌 삶이 있을까. 그렇다, 곳곳에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며 삶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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