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조디악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를 뒤흔든 연쇄 살인,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젊은 남녀가 죽어 나갔다. 당시는 미국 역사에 남을 만한 연쇄 살인범들인 찰스 맨슨, 존 웨인 게이시, 테드 번디, 제프리 다머 등이 출현하기 전이다. 즉 대부분의 연쇄 살인이 1970년대 이후 나온 것과 다르게 1960년대였던 것이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을 100% 특정할 수 없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러니 범인의 이름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신문사와 경찰에 꾸준히 보냈던 편지를 통해 '조디악 킬러'라는 별칭을 붙였을 뿐이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연쇄 살인마의 대명사라 할 만한 영국의 '잭 더 리퍼'에 버금가는 유명세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미제 사건이라는 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조디악이다>가 새삼스레 조디악 킬러에 대해 다룬다. '새삼스레'라는 표현을 쓴 건 그동안 수없이 많은 콘텐츠에서 조디악을 다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작품의 특이점이라면 조디악 킬러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서 리 앨런'이라고 거의 확정하는 관점이다. 여러 사람이 인터뷰에 응해 당대, 조디악 킬러, 그리고 아서 리 앨런에 대해 증언한다.
특히 앨런과 1960년대를 지근거리에서 함께 보낸 '시워터' 형제자매 이야기가 핵심이다. 그들의 엄마가 앨런과 연인 사이 아닌 연인 사이였거니와 앨런이 아이들을 잘 챙겼다고 한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알 도리가 없었으나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많은 부분이 앨런을 조디악 킬러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서 리 앨런을 조디악 킬러로 확신할 만한 정황
아서 리 앨런은 1960년대 초반 시워터 형제자매들의 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는 시워터가에 찾아오곤 했는데, 딸을 성추행해 정신병원으로 보내진 아빠이자 남편을 대신할 만큼 영향력을 키워갔다. 푸근한 인상에 성격도 좋고 아이들을 잘 챙겨주며 못하는 게 없는 앨런은 시워터가에 중요한 사람이 되어갔다. 자주 멀리 놀러 가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그중 몇몇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조디악 킬러에게 희생되었다고 의심되는 1966년 리버사이드 살인사건 당시 앨런과 시워터 아이들은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바 앨런이 아이들에게 약을 먹여 재웠고 앨런은 혼자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왔다. 공교로워도 너무 공교로운데, 앨런은 왜 아이들을 그곳까지 데려가 약을 먹인 걸까? 조디악 킬러로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을까?
조디악 킬러에게 희생된 게 확실한 1969년 베레사호 살인사건 당시에도 앨런과 시워터 아이들은 그곳에 있었다. 당시를 회고하니 앨런이 둔덕 아래 해변가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곤 아이들은 차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곤 뭔가를 챙겨 해변가로 갔다고 한다. 한참 뒤에 오더니 급히 차를 몰아갔다. 그의 손에는 피가 흥건했다.
'아서 리 앨런이 조디악 킬러가 확실하네'라고 할 만큼의 정황이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명확히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정황 증거'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앨런을 조디악 킬러라고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물론 그들은, 시워터 형제자매들은 앨런을 조디악 킬러라고 확신하고 있다. 적어도 그들은 앨런을 누구보다 잘 아는 편이고 또 직접 겪지 않았는가.
오래된 미제 사건이지만 수사와 조사는 계속된다
한편 아서 리 앨런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극심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이 조디악 킬러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되어 자주 수색을 당했음에도 결정적인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재판은커녕 기소조차 하지 못했으니 억울할 만도 하겠다. 심지어 그가 조디악 킬러라고 확신한 책과 영화까지 나와 크게 히트를 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는 조디악 킬러가 아니더라도 파렴치한 아동 성추행범이다. 일찍이 시워터가의 가장이 아동 성추행으로 정신병원에 갇힌 것처럼 앨런 또한 동일한 혐의로 같은 곳에 갇혔던 것이다. 그가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4년 동안 조디악 킬러의 범행은 일어나지 않았고 꾸준히 보내온 편지 또한 중지되었던 점 또한 참으로 공교롭다. 그가 조디악 킬러라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앨런과 연인 같은 관계를 유지했던 시워터 아이들의 엄마가 핵심적인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죽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앨런도 조디악 킬러라는 확신 없이 죽고 말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조디악 케이스는 끝날 만한데 지금도 여전히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말이다.
시워터 아이들은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 이 작품은 그들의 회고 또는 증언이 없었으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텐데, 그들이 말하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제 사건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심지어 당대 관계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계속 수사하는 건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미제 사건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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