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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기울어 가던 위대한 '에이리언' 시리즈의 위상을 다시 살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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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에이리언: 로물루스>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79년 시작되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위대한 영화 시리즈 '에이리언'은 수십 년간 롱런하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생각보다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닌데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에이리언'이라는 충격적인 비주얼의 크리처, 엄청난 생명력의 에이리언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망, 에이리언과 인간의 쌍방 사투, 매끄러운 스토리, 활용을 극대화한 캐릭터, 기억에 단단히 박히는 장면까지 셀 수 없이 많다. 덕분에 <에이리언 1> <에이리언 2>는 완벽에 가까운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에이리언' 시리즈는 오리지널 3편부터 외전, 프리퀄까지 계속되는 와중에 최초의 명작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호러에 방점을 찍은 1편과 액션에 방점을 찍은 2편과 다르게, 이후 작품들은 너무 큰 얘기를 하려 한다든지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가져가려 한다든지 호러 또는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든지 하는 약점이 많이 드러나는 바람에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2012년 <프로메테우스>, 2017년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후 오랫동안 후속편이 나오지 않았고 올해 들어 드디어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찾아왔을 때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시리즈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떨어져 있던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작품, 막상 까보니 시리즈 중에서 1, 2편 다음이라고 할 만한 만듦새를 보였다. 기울어가던 시리즈를 다시 일으켜 세울 만하다.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희망 없는 이곳에서 탈출하려는 청년들

 

2142년, 웨이랜드 유타니의 우주 식민지 행성 잭슨에서 젊은 노동자 레인이 꿈을 꾸다 잠에서 깬다. 그녀는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는 초원에 있었다. 그녀가 동생이라고 여기는 합성인간 앤디와 아침을 먹고는 타 행성 전출 서류를 받으러 간다. 할당 작업 시간을 다 채웠기에 독립자치행성 이바가로 떠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규정이 바뀌어 그 시간만큼 더 채워야 한다고 통보를 받는다. 몇 년 동안 노동을 해야 했다. 희망을 잃은 레인에게 때마침 어렸을 때부터 절친으로 지낸 타일러로부터 연락이 온다.

일행과 함께 폐품수집가로 화물선 코벨란을 타고 다니는 타일러, 그가 말하길 멀지 않은 곳에 르네상스라는 버려진 우주선이 있고 그곳에 동면용 포드가 있다고 한다. 이바가에 가려면 9년이 소요되니 반드시 동면용 포드가 필요했는데, 비록 회사의 자산이나 이곳 잭슨에는 희망이 없으니 훔쳐서 도망가자는 것이었다. 처음엔 거절한 레인은 곧 마음을 돌린다. 타일러 일행으로선 잠금장치 해제에 합성인간 앤디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레인이 함께 가준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막상 가보니 거대한 우주정거장이었다. 르네상스에 접근하니 36시간 내에 인근 행성에 부딪혀 소멸될 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들은 빠르게 동면용 포드를 찾아내야 했다. 타일러, 비요른, 앤디만 건너간다. 우선 5개를 찾아 코벨란호로 보내놓고 더 찾기 위해 저온 보관실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엔 동면용 포드는 없었다. 냉각제라도 가져가려고 시간이 끌리는 사이 냉동 보관 중이던 페이스 허거들이 깨어난다. 이후 체스트 버스터, 제노모프 등 에이리언과의 사투에서 일행은 한 명씩 죽음을 면치 못하는데...

 

올드팬과 초보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만듦새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최신의 두 편과 다르게 원작자 리들리 스콧은 제작자로 빠지는 대신 호러 영화 권위자로 성장하고 있는 페데 알바레즈에게 연출을 맡겼다. 그의 유명한 작품으로는 <맨 인 더 다크>가 있다. 이 작품을 보면 시리즈의 시작이자 시대의 명작이라 할 만한 <에이리언 1> <에리리언 2>의 유산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감독의 주특기를 잘 살린 느낌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다름 아닌 <맨 인 더 다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이다.

우선 이 작품은 1편과 2편 사이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게 영화를 즐김에 있어 필수적인 사항은 아닌 만큼 에이리언 초보자로 충분히 즐길 만하다. 나아가 이 작품은 1편의 스페이스 호러와 2편의 SF 액션을 두루 즐길 수 있게 하려 했다. 얼굴에 붙어 유충을 낳는 페이스 허거, 가슴을 찢고 태어나는 체스트 버스터, 그리고 성체 제노모프까지 일련의 등장과 사투가 1편을 연상케 한다. 그런가 하면 영화 중반 이후 일련의 액션은 2편을 연상케 한다. 그러니 1편을 보고 이 작품을 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굉장히 영리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시리즈를 온전히 꿰고 있는 제작진이, 시리즈의 위상을 제자리에 돌려놓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리즈의 위대한 유산을 거의 오차 없이 계승하려 했다. 즉 '오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들이 잘하는 걸 잘 접목시켰다. 그러니 시리즈의 올드 팬들과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이들 모두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리라. 시리즈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의무에 적합한 만듦새라고 할 수 있겠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후속작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

 

영화의 전반적 스토리를 우리나라에 접목하면 '헬조선'에서 탈출하려는 청년들의 목숨 건 사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희망 따위는 찾아볼 수 없으니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탈출하고 본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또 다른 류의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다. 뚫으면 탈출할 수 있고 뚫지 못하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각오했어도 두려운 게 죽음 아니던가. 그러니 계획까지 세워서 기어코 갔던 그곳에서 어떡하든 탈출하고자 발악한다. 

그런가 하면 작품의 부제 '로물루스'는 영화의 핵심 소재와 주제에 맞닿아 있다. 로물루스는 로마의 탄생 설화에서 쌍둥이 동생 레무스와 함께 건국자의 위치에 있는데 태어나자 버려져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고 한다. 즉 '반인간 반늑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웨이랜드 유타니사는 인류의 진화를 촉진시키고자 에이리언에게서 추출한 DNA를 가져가려 한다. 일종의 '반인간 반에이리언'을 만들려는 목적이다. 하여 일행은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한편 레인과 앤디의 형제애 또는 앤디를 향한 레인의 인류애가 눈에 띈다. 인간과 합성인간 사이니 만큼 당연히 친동생일 수 없겠지만 레인으로선 자신에게 최선이 되는 행동만 하는 앤디를 친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아무렇지도 않게 소수를 희생시키려는 웨이랜드 유타니사의 술수와 정반대 되는 면모라고 할 수 있겠다. 리플리가 이주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인 여자아이 뉴트를 살리고자 눈물겨운 분투를 행하는 <에이리언 2>가 떠오른다. 

 

이쯤 되면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한번 천천히 훑으면서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찾아보니 시리즈 최초의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가 내년 상반기에 디즈니+에서 공개된다고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보다 더 이른 시기를 배경으로 웨이랜드 유타니사의 기원부터 다룬다고 한다. 세계관이 점점 넓어지는 게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탄탄하게 방대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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