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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작은 거짓말이 두 나라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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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금의 나라 물의 나라>

 

애니메이션 영화 <금의 나라 물의 나라> 포스터. ⓒ이놀미디어

 

천 년도 더 된 옛날, '알하미트'와 '바이카리'라는 이웃이면서 원수지간인 나라들이 있었다. 사소한 문제들로 다투다가 개똥 문제가 불거져 전쟁으로 치닫는다. 모두 지쳤을 무렵 두 나라는 맹세를 맺었다. 전쟁이 끝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고양이 오줌 문제 불거져 다시 전쟁으로 치닫는다. 결국 두 나라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세워진다.

한편 옛 맹세의 내용은 이러했다. 알하미트는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바이카리에 시집보내고 바이카리는 가장 총명한 소년을 알하미트에 장가보내야 했다. 이제 두 나라는 맹세를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렇게 알하미트의 93번째 왕녀 사라에게, 바이카리의 해고된 말단 관리 출신으로 시골 촌구석에 사는 나란바야르에게 각각 신랑과 신부를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받은 건 강아지와 고양이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곧바로 전쟁이 날 건 불 보듯 뻔한 일.

엉겁결에 알하미트로 넘어와 사라의 신랑 행세를 하게 된 나란바야르는 주화파인 왕녀파에게 접근해 역대급 제안을 건넨다. 물이 없는 알하미트로선 이대로라면 50년도 못 가 나라가 망할 판이었다. 왕이 주도하는 주전파는 바이카리를 점령해서 해결하고자 한 반면, 주화파는 바이카리와 국교를 맺어 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나란바야르가 파고든 지점이 바로 거기다. 바이카리로서도 알하미트가 교역을 막아 버려 망해 가고 있었다. 과연 나란바야르 그리고 사라의 바람은 통할까?

 

이 작품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이유

 

애니메이션 영화 <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만화가 꽤 유명한 편인데, 2017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여성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만화계에서 파급력이 꽤 큰 편인 상으로, 2006년 시작된 이래로 웬만큼 유명한 만화들은 모두 순위에 올랐다. 반면 극장판의 감독은 신인이다. 유명 원작에 신인 감독의 조합.

신인 감독 와타나베 코토노의 뒤에는 유명 제작사 '매드하우스'가 버티고 있다. 자그마치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여러 부침을 겪으며 타 회사의 자회사로 들어가기도 했으나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작품들이 매드하우스의 명성을 대변하는 바 이 작품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이유다.

제목의 '금의 나라'는 알하미트를 가리키는 말로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초호화 국가를 상징한다. 물이 부족해 와인으로 대신하고 한 끼 식사를 잔치처럼 차려 먹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제목의 '물의 나라'는 바이카리를 가리키는 말로 바다에 인접해 물이 풍부한 국가를 상징한다. 하지만 강대국이자 이웃 알하미트에 의해 교역로가 막혀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의 무명씨가 큰일을 해낼 것 같다

 

알하미크와 바이카리는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해 거대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바 이대로라면 둘 다 멸망하고 말 것이다. 상대적 강대국 알하미크로선 바이카리를 점령해 물 부족을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전쟁이라는 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나라, 즉 백성을 위한 전쟁이라지만 백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게 명명백백하다.

그렇다면 화친을 맺고 서로가 가지지 못한 걸 나누면 될 일이 아닌가? 알하미크는 바이카리로부터 물을 공급받고 바이카리는 알하미크를 통해 교역을 이어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또 그렇지가 않다. 나라를 이끄는 수장의 마음, 수장을 돕는 고위급들의 마음, 백성의 마음이 전부 다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천 년 넘게 맺힌 피가 여전히 뚝뚝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결국 할 수 있는 건, 해야만 하는 건 선하면서도 총명하고 올바른 이의 대담한 발상에 따른 전격적인 실현이다. 그게 꼭 수장이나 고위급이진 않아도 된다. 지극히 보통의 무명씨도 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수많은 무명씨가 역사를 올바른 쪽으로 이끌었다. 작품에서 말단 관리 출신의 나란바야르가 큰일을 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물론 왕녀 사라도 큰 힘을 보탤 테지만.

 

국가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로맨스 장르로 다만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국가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림체는 귀엽고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캐릭터 설명이 부족해 조금 흐릿한 와중에도 극을 끌고 나가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남녀노소 두루두루 볼 만한 만듦새다.

'국가'는 일면 단순하고 명확해 보이는 것과 달리 수많은 정의가 뒤따른다. 국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수많은 전쟁이 일어날 정도다. 와중에도 국가는 국민, 영토, 주권의 3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일 것이다. 국민이 주권을 갖고 또 영토를 가지니 말이다. 이 작품이 결국 초점을 맞추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국민'이다. '전쟁 불사'가 아닌 '전쟁 불가'를 외치는 이유도 국민의 안전과 안정에 있다.

그런가 하면, 작품은 금만으로 살 수 있는가 물만으로 살 수 있는가 묻는다. 사람은 금만으로도 살 수 없고 물만으로도 살 수 없다. 금과 물을 적절하게 지닌 채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 국가라는 생명체도 다르지 않을 테다. 그러려면 전쟁으로 금과 물을 갉아먹을 게 아니라 화친으로 금과 물을 교환하고 축적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수많은 알하미트와 바이카리가 전쟁 아닌 화친을 맺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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