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블러드 앤 골드>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독일군 일병 하인리히가 목숨을 걸고 탈영을 감행한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나치 친위대(SS)에게 붙잡힌다. 곧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을 위기에 몰린 하인리히, 근처 숲 속에서 지능 장애를 가진 남동생과 함께 사는 엘자가 그를 구해 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SS가 식량을 구하고자 엘자네 집으로 쳐들어온다. 엘자가 위기에 처하자 그녀를 구하는 하인리히, 하지만 SS의 하사가 살아 도망친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야 하는 엘자와 남동생 그리고 하인리히, 하지만 엘자의 남동생이 집으로 혼자 돌아가고 그때 마침 다시 쳐들어온 SS에게 붙잡힌다. 엘자와 하인리히는 엘자의 남동생을 구하고자 SS 부대의 본거지로 향한다. 한편 SS는 유대인이 남겼다는 금을 찾아 조넨베르크로 향한다. 시장이자 지구당 대장이라는 자가 반기는데, SS의 동태를 살피며 뭔가 아는 눈치다.
알고 보니, 시장이라는 자와 몇몇이 금의 정체를 알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숨겨 놓고자 했다. 그걸 SS가 냄새를 맡고 전쟁이 끝나기 전에 차지하고자 한 것이다. 하인리히와 엘자는 각각의 이유로 또 서로의 목숨을 구해 줬기에 같이 움직인다. 그들은 SS가 갖고 싶어 하는 금의 향방을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한다. 과연 누가 원하는 바를 이뤄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
전쟁 영화 아닌 오락 영화
제2차 세계대전은 익히 잘 알려져 있듯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역사상 수많은 전쟁도 마찬가지겠지만 2차 대전이 유독 그러한 이유는, 인류 역사상 최대 최악의 비극이 불과 100년도 안 된 시기에 당시 세계의 중심이라고 할 만한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2년 뒤면 종전 80주년으로, 여전히 수많은 이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의 상당수가 전쟁의 주요 '전투'를 소재로 한다. 반전 메시지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하는 경우도 많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인종학살은 논쟁의 여지없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겠다. 그런가 하면 2차 대전을 그저 배경 스케치처럼 쓰는 영화도 있다. 전쟁 장르가 아닌 오락 장르에 가까운 영화들이다.
세기의 명작을 지키고자 도난 예술품의 은닉처로 향하는 예술품 전담부대 이야기 <모뉴먼츠 맨>, 갈취한 보물을 가지고 도망가려는 무솔리니의 군기지에 잠입하는 좀도둑 무리의 이야기 <무솔리니의 보물을 털어라>, 나치의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 작전에 투입된 어느 유대인의 이야기 <카운터페이터>,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러드 앤 골드>가 있다.
'블러드 앤 골드' 아닌 '골드 앤 블러드'
<블러드 앤 골드>는 2차 대전 막바지, 유대인의 금을 갈취하려는 데 혈안인 나치 친위대와 그들에게 복수하고자 뭉친 이들 그리고 금을 차지하려는 또 다른 무리가 결국 한 곳에 모여 얽히고설키며 지지고 볶는 내용이다. 나치 친위대다운(?) 처절하고도 막무가내인 전투는 나오지 않고 대신 욕망에 사로잡혀 몹쓸 짓을 하려다가 처단당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패망을 앞둔 독일의 치부를 들여다본다. 주요 캐릭터가 모두 독일인이다. 하인리히는 6년간 나라를 위해 헌신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아내와 아들의 죽음뿐이다. 탈영해 살아 있는 딸에게 돌아가고자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엘자는 숲 속에서 남동생과 함께 전쟁에 나선 약혼자를 기다리며 조용히 살고 있는데, 나치 친위대가 쳐들어와 모든 걸 망쳐놨다. 조넨베르크 시장 일당은 유대인을 쫓아내고 금을 갈취해 나치 패망 후를 도모한다. 나치 친위대는 겉으론 나치를 위해 끝까지 목숨 바칠 것처럼 굴지만 속은 금을 찾아 도망칠 궁리로 가득 차 있다.
제목이 '블러드 앤 골드'인데 앞뒤를 바꿔야 할 것 같다. 피가 먼저가 아니라 금이 먼저다. 금이 피를 불렀고, 전쟁에서 이기고자 사투를 벌이다가 피가 분출된 게 아니라 금을 차지하고자 사투를 벌이다가 피가 분출된 것이다. 하여 ‘골드 앤 블러드’가 알맞지 않나 싶다. 그런데 어느 누가 그 상황에서 금을 차지하고자 눈에 불을 켜지 않을 수 있을까?
피, 금, 총 3가지면 충분하다
영화의 제목을 뜯어보면 대략의 장르를 유추할 수 있다. 주지했듯 전쟁 장르 아닌 오락 장르, 그중에서도 서부극스러운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피, 금, 총 3가지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아가 영화는 배경음악이 꽤 다채롭고 또 경쾌한데, 그때마다 투박한 듯 잔인한 액션을 선보인다. 일부러 엇박자를 넣어 온갖 종류의 욕망에 쩌든 인간군상의 모순을 보여 주려 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모순적이면서도 일차원적이다. 결국 모두가 자신을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가려 하는 바, 선량하고 정의로운 듯한 주인공조차 결코 욕망과 모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그와 엘자는 자신을 위해 금을 노리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을 제외한 다른 주요 인물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성경 말씀처럼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다.
그래도 이 영화, 볼 만하다. 재밌기도 하다. 앞서 수차례 말한 '욕망'이라든지, '피'라든지, '총'이라든지, '전쟁'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철저하게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연상된다고 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이 작품이 어떤 영화를 연상시키고 또 거기에서 어떤 해석을 끄집어낼 것인지는 개인의 몫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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