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잭프루트 실종 사건>
인도의 모바 지역, 마히마 바소르 경위가 이끄는 팀이 악랄한 범죄자를 잡아들인다. 하지만 모든 공은 당연한 듯 경찰청장으로 돌아가고 옆에서 부청장이 거든다. 와중에 청장에게 걸려온 현직 의원 파테리아의 전화, 부리나케 달려가니 파테리아가 길길이 날뛰고 있다. 마당 나무에 매달려 있던 홍 삼촌 브랜드의 잭프루트 2개가 간밤에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잭프루트 2개가 익기 전까지 또는 누가 먹기 전까지 찾아내라는 협박이 뒤따랐다.
알고 보니, 파테리아가 당대표에게 잭프루트를 대접했고 너무 마음에 들어 한 당대표가 주총리에게 잭프루트를 보내고자 파테리아한테 부탁했는데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파테리아로선 잭프루트를 찾아 당대표와 주총리에게 1개씩 보내야 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하찮은 일에 공권력이 총출동해야 했으니, 청장은 부청장에게 다시 부청장은 마히마 경위에게 임무를 떠넘긴다.
졸지에 잭프루트 2개를 훔친 범인을 하루빨리 찾아내야 하는 처지에 몰린 마히마. 팀을 이끌고 범인 색출에 나선다. 하지만 별게 나오지 않는다. 팀원들은 각각의 이유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겨우겨우 유력한 용의자인 파테리아의 전 정원사를 붙잡는 데 성공하지만, 일이 더 꼬일 뿐이다. 와중에 지역 언론사 모바 뉴스에서 잭프루트 실종 사건에 뛰어드는데… 마히마와 팀원들은 잭프루트를 찾을 수 있을까?
인도의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경쾌함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 영화는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세계 영화 시장에서 분명 소외받는 존재다. 영어가 가능함에도 그러한 이유는 토착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뤄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수 시장으로만 충분한 덕분이기도 할 텐데, 발리우드 포함 인도 영화 전체의 한 해 영화 제작 건수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중 우리한테까지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이끄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래도 넷플릭스 등 OTT 덕분에 최근 들어 오리지널 작품과 비오리지널 작품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비단 인도 영화뿐만 아닐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애초에 워낙 많이 제작하니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잭프루트 실종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극히 인도스럽고 또 작은 작품인 바 안방극장이 아니라면 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밌고 경쾌한 와중에 자못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요 사건 자체가 바뀐 듯 바뀌지 않은 사회 문제를 정면에서 풍자하고 있고,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또 다른 사회 문제들을 상징하고 있다. 와중에 마히마 바소르 경위의 고른 활약과 바른 생각이 빛을 발한다. 그녀는 현대 인도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들을 영화에서나마 해결하려 한다.
여전히 살아 숨쉬는 카스트의 망령
잭프루트 따위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지 모바 지역을 오롯이 지켜야 하는 경찰의 핵심 중 핵심을 배치해 찾아오라는 걸까. 물론 그냥 과일이 아니다. 자그마치 모바 최고의 실권자인 파테리아 의원의 집 앞마당 나무에 매달려 있던 잭프루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누가 훔쳐 갔다고 해서, 이렇게 요란법석을 칠 일인가? 제아무리 사연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문제는 이 모습이 비단 영화 속 허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한 실화는 아닐지언정 현실에선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테다. 현대 인도는 영국에서 독립한 후 1947년 세워진 민주주의 국가로 헌법에 의해 카스트 차별 금지를 못 박았다. 그럼에도 대도시에서 벗어난 지역에선 여전히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마히마 '바소르' 경위가 비록 낮은 계급에 속하지만 능력 하나로 승진을 거듭한 케이스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친구 아버지는 그녀의 '경위' 계급이 아니라 '바소르' 계급을 못마땅히 여긴다.
그런가 하면 파테리아 의원은 경찰청장을 쥐 잡듯 한다. 보아하니 지역의 전통적인 유지로 보이는데, 마히마 경위가 조사를 위해 집안으로 들어왔지만 카펫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명명백백 하위 계급을 다루는 모양새로, 행하는 입장이나 당하는 입장이나 모두 지극히 당연한 듯하고 또 자연스럽다.
어느 모로 봐도 도무지 카스트 제도가 법으로 금지된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히마 경위가 출중한 능력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승진은 할 수 있을지언정 이름에 박혀 새겨진 계급의 상징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캐릭터들로 하는 풍자의 향연
주요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마히마 경위의 남자친구이자 그녀의 팀 막내 순경 사우라브다. 그는 능력은 있으나 매사 대충대충이고 마히마를 사랑하지만 자격지심이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리고 주지했듯 그의 아버지는 마히마의 다른 면도 아닌 그녀의 낮은 계급 때문에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마히마가 사우라브의 앞길을 막고 있다나 뭐래나.
또 다른 순경 쿤티는 마히마의 충실한 부하다. 하지만 그녀는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을 돌봐야 하는 주부이기도 한 바, 중요한 시기에 집안 대소사로 빠지기 일쑤다. 그때마다 마히마가 일침을 가하는데, 생각해 보면 그녀의 일침이 맞다. 쿤티가 별게 아니면 별게 아닐 수 있는 일에 얽매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마히마의 일깨움이 인도 사회에서 여자가 갖는 '지휘'를 흔들 순 없을 것이다. 수많은 쿤티의 마음가짐이 혁명적으로 달라지면 몰라도.
마히마에겐 두 중년 남성 부하가 더 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무기력하기 이를 데 없다. 뭘 시키면 한 번에 알아듣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나마 일을 해 온 걸 보면 어이없기 짝이 없다. 더 잘해 보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경찰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그저 그냥저냥 시간 때우는 회사원 같은 느낌이다. 이밖에도 파테리아 의원을 비롯해 경찰청창과 부청창 등 다양한 중년 남성들이 권력을 등에 업은 무능의 끝을 보여 준다.
시종일관 피식거리게 되는 코미디로 중무장한 영화 <잭프루트 실종 사건>은 실상 현대 인도에 만연한 사회 문제들을 정면에서 풍자하고 있었다. 재미면 재미, 메시지면 메시지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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