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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킬러로서의 길복순 vs. 싱글맘으로서의 길복순 <길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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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길복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 포스터.

 

변성현 감독은 1980년대생 영화감독 중 소위 가장 잘 나간다. 일찍이 두 번째 장편 <나의 PS 파트너>로 흥행에 성공한 후 2017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는다. 마니아도 양산했다. 2022년엔 <킹메이커>로 백상과 대종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깊이 있는 연출력까지 인정받는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불한당>이나 <킹메이커>나 연출력과 연기력까지 인정받았지만 공교롭게도 흥행력은 떨어졌다. 변성현 감독만의 스타일은 확실히 각인시키며 평단의 호평까지 받았지만, 일반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와 손 잡고 하이 범죄 액션 누아르 스릴러 <길복순>을 내놓는다. 변성현의 페로소나로 활약 중인 설경구, 설경구와 2번 호흡을 맞췄던 전도연을 내세웠다.

전도연이 분한 길복순이 영화의 최전방이자 중심에서 활약하며 고강도 액션을 선보이는데, '길복순'이라는 캐릭터가 아닌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보인다. 한국의 '존 윅' 그러니까 '키아누 리브스'라고 할 만하다. 온몸을 사용한 맨몸 액션, 그러니까 '요즘 액션'을 찰지게 수행했으니까. 미리 말해 두지만 <길복순>의 킬 포인트는 오직 전도연이다.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의 재계약 즈음

 

청부살인업계의 유일무이한 대기업 M.K ent, 차민규 대표와 그의 여동생 차민희가 이끌고 있다. M.K가 굴지의 대기업 자리에 앉게 되기까지 길복순의 역할이 지대했는데, 그녀가 재계약을 꺼리고 있다. 길복순은 대저택에서 딸 길재영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인데,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대하는 게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그동안 할 만큼 했고 돈도 많으니 이제 그만 은퇴해서 딸 뒷바라지나 하면서 살려고 하는 것이다.

차민규 대표는 그녀에게 두 가지 일을 제안한다. A급 해외 작품과 비교적 쉬운 국내 작품, 그녀는 국내 작품를 받는다. 하지만 처리하려고 갔더니 할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자 아들을 자살로 위장해 죽이려는 것이었다. 길복순은 킬러가 아닌 엄마가 되어 차마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규칙에 환장한 차민규는 규칙을 어긴 길복순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되었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걸 알아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조직의 2인자이지만 길복순에게 치여 제대로 된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던 차민희가 알게 되고, 평소 길복순과 친하게 지내던 동료 킬러들에게 길복순 암살 지령을 내린다. 길복순의 앞날은? 차민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킬러로서의 길복순

 

<길복순>은 제목 그대로 길복순에 방점을 찍었다. 길복순은 은퇴를 앞둔 전설적인 킬러이자 홀로 힘겹게 딸 하나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영화는 킬러로서의 길복순뿐만 아니라 싱글맘으로서의 길복순 또한 비중 있게 다루려 했다. 우선, 킬러로서의 길복순은 멋지다. 너무나도 멋지다. 전도연 배우가 지닌 태생적 멋짐을 완벽에 가깝게 뽑아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한껏 드러나는데, 황정민 배우가 짧고 굵게 열연한 야쿠자 오다 신이치로와 합을 겨룰 때 능글맞음과 치열함과 긴장감과 코믹함까지 다 보여 준다. 실력 좋은 킬러이자 엄마로서의 길복순을 한 번에 보여 주기도 했다. 변성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이 빛나는 장면이자 <길복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라도 건진 게 다행이다. 

그런데 이후 계속 보여지는 길복순의 액션들은 어딘지 밋밋하다. 배우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는 투박함을 커버하고자 다양항 기법들을 사용했는데, 한껏 '겉 멋'만 부린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거의 모든 액션신을 할리우드 역사를 수놓은 액션신에서 가져왔다.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한 것인데, 거기에 자신만의 스타일이랍시고 겉 멋을 첨가하니 밋밋해질 수밖에 없다. 다분히 아쉬운 부분이다.

 

싱글맘으로서의 길복순

 

한편, 주지했듯 길복순은 싱글맘이다. 중학생 딸 길재영은 당연한 듯 엄마를 잘 따르지 않는다. 사춘기만의 특권이겠으나, 엄마로선 미쳐 버릴 노릇이다. 언제 뭘 어떻게 해야 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아니, 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알기라도 하면 좋겠다. 사람 죽이는 일만 잘하지 사람 다루는 일은 젬병인 길복순으로선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영화는 길복순의 '치열함'에 있어선 킬러로서의 일이 아닌 엄마로서의 일에 방점을 뒀다. 그녀는 한 끗 차이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현장에서 웃고 있다. 너무나도 즐거운 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에 중독된 듯 말이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딸과 대면할라치면 기분이 좋지 않다. 현장에서와 달리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없고 열심히 한다고 나아지지도 않으며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는 싱글맘으로서의 길복순도 잘 보여 주지 못한 것 같다. 전도연의 실생활을 차용하면서까지 열의를 보였지만, 와닿는 메시지가 없었다. 그냥 사춘기 딸을 둔 엄마의 '겉모습'만 보여 주려 했을 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내가 진지한 사람이란 걸 또는 재밌는 사람이란 걸 인식하고 "나 진지해" 또는 "나 재밌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과 같다. 진지한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진지해 보일 것이며 재밌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재밌어 보일 것인데 말이다. 굳이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필요도 없이.

<길복순>으로 변성현 감독이 "나 스타일리시 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를 지탱하고 끌고 나가는 킬러로서의 길복순도 엄마로서의 길복순도 모두 겉치레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이름값 한다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는데, 사실상 모두 별다른 것 없이 영화의 겉 멋에 희생되어 사라졌다. 힘을 뺐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그럼에도 상당히 재밌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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