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F1, 본능의 질주 시즌 5>
벌써 5번째 시즌이다. 2019년 초에 첫 선을 보인 넷플릭스의 간판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 말이다. 매해 2~3월 당해년도 포뮬러1(F1)이 시작될 때 맞춰 이전 년도 이야기를 총체적으로 전해 준다. 일종의 복습 차원이라고 할까. 전 세계적 인기에 반해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포뮬러1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다. <F1, 본능의 질주> 시리즈를 만든 제작사 'Box to Box Films'은 이후 테니스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포인트>와 골프 다큐멘터리 <풀스윙>을 내놓으며 스포츠 다큐멘터리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독보적인 만듦새는 F1 월드 챔피언십 2022 시즌을 그린 5번째 시즌도 계속되었다. F1 월드 챔피언십은 2021 시즌에 크게 요동쳤는데, 마지막 그랑프리의 마지막 바퀴까지 최종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결국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드라이버 챔피언에 올랐고(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 경이 8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서 물러났다) 메르세데스가 8년 연속으로 컨스트럭터 챔피언에 올랐다. 역사상 최초로 예산 상한 규정이 도입된 시즌이기도 했다.
다가올 2022 시즌이 벌써부터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레드불과 메르세데스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고 막스 베르스타펜과 루이스 해밀턴 경의 드라이버 챔피언십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밖에 언제든 왕좌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페라리와 카를 르클레르의 약진도 기대되었다. 바야흐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었다. 과연 <F1, 본능의 질주 시즌 5>가 전하는 F1 월드 챔피언십 2022 시즌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날아가 버린 페라리의 영광
결론부터 말하면, F1 월드 챔피언십 2022 시즌은 예전과 다르게 일찌감치 우승자가 가려졌다. 18라운드 일본 그랑프리(스즈키)에서 막스 베르스타펜이 시즌 12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19라운드 미국 그랑프리(오스틴)에서 막스 베르스타펜이 우승하고 세리히오 페레스가 4위에 오르며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 자리마저 차지해 버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
2022 시즌의 시작은 페라리의 차지였다. 타 팀을 압도하는 레이싱카 성능을 앞세워 카를 르클레르와 카를로스 사인츠가 1라운드 1, 2위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다음 라운드는 막스에게 내줬지만 3라운드에서 다시 카를이 타이틀을 따냈다. 그런데 4라운드부터 막스의 압도적인 질주가 계속되었다. 4~9라운드 중 7라운드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12~16라운드를 연속으로 제패했다. 18~22라운드 중 21라운드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말이다. 즉 총 22라운드 중 막스가 15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페라리가 실로 오랜만에 영광을 맛볼 수 있었을 타이밍의 시즌이었지만, 레이싱카 성능이나 드라이버 능력이 아닌 감독과 운영진의 다발적인 실수가 망쳐 버리고 말았다. 승부를 판가름하는 너무나도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적인 판단으로 드라이버의 정상적인 운행을 방해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즌 도중 페라리 감독의 경질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순간들.
메르세데스의 몰락과 드라이버 연쇄 이동
한편, 2010년대 F1 월드 챔피언십의 절대 1강으로 군림했던 메르세데스의 갑작스러운 몰락이야말로 F1 월드 챔피언십 2022 시즌의 진짜 핵심이었다. 직전 시즌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장면의 희생자로 막스에게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 자리를 뺏긴 해밀턴은 시즌이 시작되면서 붉어져 나온 메르세데스 레이싱카의 질 나쁜 성능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그랑프리 우승 한 번 차지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실로 충격적인 소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메르세데스는 9년 만에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왔을 뿐만 아니라 페라리에게도 져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발테리 보타스를 보내고 윌리엄스의 조지 러셀을 품어 팀을 새로 정비했는데, 조지가 생애 첫 그랑프리 우승으로 보답해 지금보다 활짝 필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다시금 좋은 차를 가지고 온다면 내년에 레드불, 페라리, 메르세데스 3파전이 볼 만할 것이다.
으레 그렇듯 시즌 중이지만, 이번에도 드라이버들의 연쇄 이동이 대거 연출되었다. 시작은 애스턴 마틴의 제바스티안 페텔 은퇴 선언이었다. 그 자리를 발빠르게 알핀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채웠고, 페르난도 자리는 알파타우리의 피에르 가슬리가 채웠고, 피에르 자리는 메르세데스 리저브 닉 더프리스가 채웠다. 한편 맥라렌은 다니엘 리카도와 계약을 해지했는데 그 자리를 알핀 리저브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채웠다.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눈에 띄는데 2023 시즌이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었다.
치열했던 2, 3위와 4, 5위 싸움
막스 베르스타펜과 레드불, 레드불과 막스 베르스타펜이 2020년대 F1 월드 챔피언십의 절대 1강으로 올라설 것인가도 흥미로운 요소다. 막스는 이미 2회 연속으로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을 차지하며 차세대 황제 자리를 찜했고 레드불 또한 2022 시즌에서 타 팀을 압도하며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을 차지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승리를 향한 끝없는 야망을 드러내는 막스와 승리를 위해선 피도 눈물도 없는 레드불 감독 크리스천 호너를 보고 있노라면 다가올 시즌들이 재미 없을 것 같다. 즉 그들이 독보적인 성적을 거둘 것 같다.
<F1, 본능의 질주> 시리즈는 기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하위권 팀과 드라이버들을 세세하고 흥미롭게 다룬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야말로 F1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그런데 시즌 5쯤 진행 되니 인기 있는 출연자(하스 팀 감독 건서와 드라이버 다니엘 리카도 등)들이 생기고 논란 거리도 있으니 편중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번에는 특히 편중이 심해졌는데, 알파 로메오나 애스턴 마틴 그리고 윌리엄스의 경우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2, 3위 싸움과 4, 5위 싸움이 치열했다. 지난 10여 년간에는 레드불과 페라리가 2, 3위 싸움을 했다면 이번에는 페라리와 메르세데스가 했다는 게 다를 뿐이다. 마지막 아부다비 그랑프리까지 순위를 확정 짓지 못했는데, 결국 페라리, 메르세데스, 알핀, 맥라렌 순으로 순위가 확정되었다. 메르세데스의 순위가 너무나도 이상하게 다가오는데, 보는 입장에선 이보다 재밌을 수가 없다. 매우 보기 힘든 모습이니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 치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 시즌의 사건사고라고 하면, 드라이버로선 알파 로메오의 저우관위가 큰 사고를 당했던 것과 컨스트럭터로선 레드불이 2021 시즌에 예산 상한 규정을 어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던 걸 들 수 있다. 10라운드 영국 그랑프리에서 저우관위의 차가 조지 러셀 차와 부딪히며 크게 전복되어 튕겨 나가 데굴데굴 굴러 펜스를 직격했는데, 기적처럼 다행히 무사히 살아 나왔다. 레드불의 경우 케이터링 비용 40만 달러가 예산 상한 규정에서 초과되었는데, 타 팀 감독들이 대거 불만을 표시하고 고소까지 해 70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F1, 본능의 질주>를 득달같이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재밌는 다큐멘터리, 아니 콘텐츠를 찾기 힘드니 말이다. 2023 시즌을 다룰 시즌 6이 나오려면 1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그 사이에 지난 시즌들을 복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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