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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천재 감독, 연기 거장, 월드스타가 만나면? <크레이지 컴페티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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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크레이지 컴페티션>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포스터. ⓒ왓챠

 

부와 성공을 이룬 거대 기업 회장 움베르토 수아레즈, 80세 생일을 맞아 스스로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하고 싶다. 뭔가를 남겨 다르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구에, 그의 이름을 딴 다리와 그가 직접 제작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다리는 그냥 만들면 되는데, 영화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자타공인 최고의 영화를 말이다.

움베르토는 읽지도 않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라이벌>의 판권을 큰돈 들여 구입해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롤라 쿠에바스 감독을 데려온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른 두 형제의 신화적인 비극적 서사를 그린 원작을 고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천재인 동시에 괴짜로 유명한 롤라는 두 형제를 완벽하게 맡아 줄 배우를 고른다.

배우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연극계의 거장이자 영화의 상업자본주의화를 극렬히 멀리하는 이반 토레스를 형 역으로 캐스팅하고, 유럽과 할리우드까지 접수하며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월드스타 펠릭스 리베로를 동생 역으로 캐스팅했다.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을 폭군같은 롤라가 휘어잡는다. 말도 안 되게 디렉션을 하는 것이다. 과연 움베르토의 바람대로 불멸의 명작이 만들어질까?

 

최고의 조합이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할까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역사에 길이남을 최고의 명작을 만들고자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인 천재 감독과 연기 거장과 월드 스타가 한데 모여 9일 동안의 리허설을 펼쳐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완벽에 가까운 블랙코미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술영화 제작기이기도 하다. 취향을 타겠지만 영화를 조금만 알아도 곳곳에 포진한 웃음 지뢰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의 원제는 'Competencia Oficial'인데 여느 영화제의 경쟁 부문을 가리킨다. 자타공인 걸작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이 될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움베르토가 강력히 원하고 롤라 감독과 이반과 펠릭스가 모여 이루려는 목표이기도 하다. 돈이면 돈, 원작이면 원작, 감독이면 감독, 배우면 배우까지 모든 걸 다 갖췄으니 걸작을 만들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

움베르토가 원하는 최고의 영화란 무엇일까. 흥행에서 성공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영원불멸이 목적이니 말이다. 그러면 최고의 영화는 어떻게 만들까. 움베르토는 최고들을 모으면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세상이, 영화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까. 1+1=2라는 단순정확한 도식이 흔들림 없이 통용될까.

 

괴짜 감독과 정반대 극단에 위치한 배우들

 

롤라 감독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고 추측하기도 힘든 자신만의 영화 예술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등으로 세상에 인정 받았다.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영화 세계이지만, 그녀는 정답에 가장 가까운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했다. 하여, 그녀가 두 주연 배우에게 바라며 실행에 옮기는 기상천외한 디렉션은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반에겐 '안녕하세요' 대사 하나를 족히 열 번은 시키고 펠릭스에겐 술에 취했지만 안 취한 척하는 톤을 3에서 5로 그리고 6.5까지 올리게끔 한다. 그런가 하면 '두려움 극복'이란 명목하에 5톤짜리 바위 아래에 두 배우를 앉혀놓고 대사를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형제는 하나이자 둘, 둘이자 하나'란 자아를 형성시켜야 한다며 각각 인생 최고의 트로피를 분쇄기에 갈아 버리기도 한다. 흠... 천재 감독의 괴짜스러운 발상인지, 괴짜 감독의 천재적인 발상인지.

 

한편 이반과 펠릭스, 펠릭스와 이반은 정반대의 극단에 위치한 배우들, 아니 인간들이다. 이반은 '가치'를 최우선시하며 순수 예술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반면  펠릭스는 '욕망'을 최우선시하며 상업 자본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러며 그들은 서로를 적대시하지만 의식하는 듯하다. 이반은 영화제 따위에 가지 않겠다지만 수상 거절 연설 연습을 하고 펠릭스는 이반의 연기 철학 따위 개나 줘 버리라고 하면서 이반이 연기 수업에서 빠짐 없이 한다는 행동을 따라 한다. 

 

헤어나오기 힘든 '공허'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블랙코미디인 한편 영화를 다룬 '메타 영화' 장르의 영화다. 그러니 필수적으로 영화를 한가닥 한다는 이들이 모여야 하는데, 그에 걸맞게 기가 막힌 캐스팅인 건 확실하다. 스페인의 거장 페르도 알모도바르의 두 페르소나, 페넬로페 크루즈(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미국·영국 아카데미 석권)와 안토니오 반데라스(칸 영화제 수상) 그리고 베니스 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오스카 마티네즈까지 완벽한 3박자를 갖췄다. 

 

누군가는 영화 속 롤라 감독의 '미친 디테일'과 '황당무계한 상황 설정'과 '막무가내식 디렉션'에 박수를 연발하며 멋있다고 할 수 있다. 자타공인 위대한 영화 감독이라면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공고히 구축하고 누가 뭐라 하든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피폐하고 고립되며 공허하다. 아무래도 리허설 장소가 외딴 곳에 고고하게 홀로 서 있는 움베르토 회장의 저택이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이 영화가 보여 주는 또 영화 속 인물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도 그렇고 영화 속 영화 <라이벌>도 그렇고 '공허'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그들이 하는 말, 영화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한 후 내뱉는 말, 인생의 심연에까지 가닿는 말조차 모두 공허하다. 허공에 대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의도했을 테고, 영화 속 영화는 의도하지 못했을 테다. 

 

보다 심도 깊은 얘기까지 할 필요 없이, '모든 걸 다 갖추고 시작한 영화 제작기'로만 봐도 충분히 재밌고 의미 있다. 진짜로 영화를 이런 식으로 제작할까 싶기도 할 정도인데, 이 정도의 열정이 투입된 난장판에서 피어난 꽃같은 영화가 아니라면 그 수많은 관객이 찾을까 싶기도 하다. 파고 또 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영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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