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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도시 뭄바이에 출현한 다크 히어로? <뭄바이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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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뭄바이 마피아: 경찰 vs 암흑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뭄바이 마피아> 포스터.

 

1992년 12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다. 진앙지는 뭄바이에서 남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아요디아, 그곳에 쓰러져 가는 모스크가 있었는데 힌두 우파가 파괴해 버린 것이다. 무슬림은 즉각 대대적으로 대항했고 힌두 경찰은 폭압적으로 진압했다.

이듬해 1월에는 힌두 폭도들이 무슬림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다. 그리고 1993년 3월, 연쇄 테러가 일어난다. 무슬림의 무차별 보복성 테러였는데, 증권거래소, 공항, 호텔, 시장 등 자그마치 12곳에서 테러가 연달아 일어났다. 수백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친 대참사. '욕망'의 대도시 뭄바이에서 그 이전에도 일어났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일어날 참사들의 일환이다.

연쇄 테러 이후 뭄바이 경찰 당국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상하기 힘든 개혁으로 범죄를 뿌리째 뽑아 버리고자 했다. '대면 경찰'로 불리며 합법적으로 마피아를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특수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연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뭄바이 최대 마피아 디컴퍼니의 두목 '다우드 이브라힘'을 겨냥한 것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뭄바이 마피아>는 대면 경찰과 마피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범죄의 도시 뭄바이를 구원할 구세주?

 

뭄바이는 1980년대 들어 급격히 범죄가 증가하다가 1990년대 들어서선 다우드 이브라힘의 마피아 조직 '디컴퍼니'가 절대적인 힘으로 지하 세계를 휘어잡는다. 하지만 여전히 매일같이 사람들은 죽어 나갔고 경찰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전락해 여론의 자자한 원성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마땅히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쏴 죽이는 마피아 조직원들을 상대로 맞총질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1992년 12월에 일어난 대규모 유혈 폭동이 이듬해 1월까지 계속되고 2개월 뒤 사상 유례가 없는 연쇄 테러가 일어나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다. 경찰 당국은 디컴퍼니의 다우드 이브라힘을 배후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 특수대를 조직해 마피아를 마음껏 죽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맞총질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총질할 수 있었다.

언론에선 그들을 두고 '대면 경찰'이라고 했다. 대면, 즉 ENCOUNTER는 예상 밖의 폭력적인 만남을 뜻하는데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마피아에 맞서 가장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말이겠다. 그들은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고 언론은 연일 톱기사로 다루며 시민들은 환호한다. 범죄의 도시 뭄바이를 구원할 구세주가 출현한 것이었다.

 

종교 문제 아닌 경찰 대 마피아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이 있다고 해도, 매일같이 사람이 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을 리도 없으며 더 한 폭력으로 대응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역만의 특수한 상황이 존재하는 만큼 현상만 가져와 대입할 순 없을 것이다.

인도의 문제이자 뭄바이의 문제는 주지했듯 '종교'다. 이슬람과 힌두, 힌두와 이슬람이 끊임없이 대치하며 서로에게 폭력적으로 위해를 가해 왔다. 폭동과 테러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 보면 헤어 나오기 힘든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그런 제반사항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피아의 '범죄'라는 프레임으로만 해석해 버리니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뭄바이 마피아>가 범하는 크나큰 실수가 그 부분이다. 다분히 의도한 방향인 듯한데, 종교 문제는 쏙 빼고 경찰 대 마피아 또는 양지 대 음지의 구도만을 가져왔으니 말이다. 1992년 폭동이 왜 일어났는지 말하지 않고 1993년 테러는 그저 디컴퍼니의 다우드 이브라힘이 한 짓이라고 한다. 대면 경찰이 결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 주는 데 혈안이 된 듯하다.

 

용서받지 못할 자는 누구인가

 

물론 주지했듯 당시에도 언론 그리고 여론은 대면 경찰의 출현을 반겼다. 영화에 나올 법한 다크히어로가 실제로 나와 나쁜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다 보니 대면 경찰이 결성되어 출현하게 된 이유 그 이면의 진실이 싹 묻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거기서 더 들어가지 않고 딱 거기서부터 다루고 있고 말이다. 의도된 구도다.

결성 이후 대면 경찰은 2000년대 초반까지 수없이 많은 마피아 조직원들을 죽였다. 경쟁이 붙을 정도로 치열했으니 곧 씨가 말랐다. 죽기 싫으니 다른 곳으로 도망가 은신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평화가 찾아오면 전쟁 영웅은 버려지는 법, 대면 경찰들을 철저히 토사구팽 당한다. 언론과 여론이 등을 돌리고 법에 의해 처벌을 받기에 이른다.

'용서받지 못할 자'는 누구인가. 마피아? 대면 경찰? 언론? 혹은 보이진 않지만 이 구도를 설계한 이들? 그들은 높으신 분들일 텐데, 가난한 이들을 데려와 많은 돈을 주곤 총알받이처럼 사용한 마피아 보스나 범죄를 뿌리 뽑는다는 명분 아래 일선 경찰 중에서 총 깨나 쓴다는 이들을 데려와 대면 경찰 특수대 딱지를 붙여 활개를 치개 한 경찰 수뇌부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똑같은 짓을 한 게 아닌가?

현상보다 근원적인 본질에 좀 더 다가갔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명확한 구도에서 오는 재미가 덜했을 테다. 아쉬움과 재미가 공존하는 다큐멘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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