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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기가 막힌 설정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물... 과연? <택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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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택배기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 포스터.

 

40년 전 혜성 충돌로 지구는 망했다. 99%가 사망하고 1%만이 살아남았지만,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이다. 세계는 3구역으로 재편되었는데 코어, 특별, 일반이다. 그들은 모두 손등에 QR코드를 새겨 신분을 식별한다. 하지만 그들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니 난민이다. 한편 천명그룹이 사실상 세상질서를 쥐고 흔드는 와중에 택배기사는 생필품과 산소를 전달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헌터들의 위협에도 맞서야 하기에 택배기사는 굉장한 싸움 실력을 지니고 있는데, 유일하게 난민이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천명그룹 류회장이 손잡고 에어구역을 만들어 난민까지 모두 끌어안고자 하는데, 류회장의 아들이자 후계자 류석이 딱지를 건다. 난민까지 끌어안을 수 없다는 입장. 그러며 죽어가는 자신을 살리기 위한 생체실험으로 난민 아이들을 납치하는데…

전설의 택배기사 5-8은 난민 출신이다. 그는 난민 출신 택배기사들을 규합해 난민을 돕고 나아가 세상을 평등하게 재편하려는 목적의 지하저항군 ‘블랙 나이트’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와중에 류석이 모종의 이유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택배기사 모집 대회를 연다. 괴한들의 습격으로 여동생을 잃고 자신도 죽다 살아난 돌연변이 난민 윤사월이 출전한다. 한편 사월의 누나이자 군사령부 소령 설아는 세상의 실체에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호평 받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물이 원작

 

툰 <택배기사>는 투믹스에서 2016년부터 3년여간 연재되며 호평을 받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물이다. 망해 버린 지구에서 1%(상징적이다)만 생존한 와중에 계급이 나뉘어져 있고, 다른 누구도 아닌 택배기사가 생필품과 산소를 나른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택배기사만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다.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택배기사>는 연재를 끝마친 지 4년여가 지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지금이니 만큼 위화감이 전혀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기시감이 든다. 세상은 소수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통합과 분열의 문제는 심화되는 것 같으며, 난민 문제는 여전히 세상의 뇌관 중 하나이고, 택배기사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는 영제도 동일하게 ‘black knight’인데 의미심장하다. 적대적 기업 인수를 꾀하는 회사 또는 곤혹스러워하는 일을 대신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드라마는 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천명그룹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파괴해 재편하고자 하는 한편, 난민들이 생각만 할 뿐 실현하지 못할 일을 대신하고자 하니 말이다.

 

기가 막힌 설정... 과연 스토리는?

 

주지했다시피 <택배기사>는 설정이 기가 막히다. 물리적 배경은 <매드맥스>가 떠오르고 계급적 배경은 <설국열차>가 떠오르는데, 계급에 상관 없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자 무법천지를 뚫고 생필품과 산소를 배송해야 하기에 엄청 강해야 하는 ‘택배기사’라는 존재가 변주의 한가운데에 있다. 여러모로 필수불가결의 존재 택배기사다.

한편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 그리고 난민 문제는 세상이 망하든 흥하든 사람이 많든 적든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이자 소재다. 정부는 시민 권력의 정점이고 대기업은 자본 권력의 정점이다. 서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힘을 합치면 세상은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다. 아무리 시스템화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기에 누가 결정적 키를 잡고 있느냐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난민 문제는 계급을 대놓고 나누든 알게 모르게 나눠 놨든 생겨난다. 계급의 맨꼭대기에서 맨아래를 쳐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신의 절대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꼬리 자르기를 할 작정인가?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처럼 한 곳에서 함께 살진 못한다고 해도, 죽여 없애 버리려는 건 너무 비합리적이지 못한 생각이다(비윤리적인 건 당연하고).

어느 쪽으로든 극단으로 치달으면 반드시 반대급부의 행동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분열을 조장하면 통합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대통령과 류회장이 합작하려는 이주계획 그리고 black knight가 하려는 혁명이 그렇다.

 

펼쳐 놓은 퍼즐 조각, 억지 맞춤의 인상

 

<택배기사>는 공개 후 압도적이진 않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1위를 찍었다. 정작 우리나라에선 1위를 차지하지 못했으니 기이하다면 기이한 현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반응이 좋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대중이 알맹이는 부실하고 겉만 화려한 장르 블록버스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런 지는, 즉 눈높이가 올라간 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 작품이 아쉬운 건, 기본 설정뿐만 아니라 주지한 주제 의식이나 주요 소재들이 하나같이 괜찮은데 잘 꿰어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펼쳐 놓은 퍼즐 조각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췄다면 아주 보기 좋았을 텐데, 중간중간 억지로 맞췄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하면 맞을까. 우리나라 SF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 않았나 싶다.

특히 black knight의 활동과 주요 캐릭터들, 이를테면 난민 출신의 신입 택배기사 윤사월, 군사령부 소령 설아, 천명그룹 후계자 류석이 붕 떠 있었다. 5-8을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은 극에 끌려 다니는 인상이 강했다. 마치 소모품처럼 말이다. 오히려 조연급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 가는 느낌이었다. 극과 캐릭터 조합의 조절을 잘못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 할 말이 많지 않다. 시청하는 중간에 중지했어도 크게 아쉽지 않았고, 기어코 끝까지 시청했지만 크게 남는 게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미덕이 있다면 ‘아쉬움’이겠다. 훨씬 더 좋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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