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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자못 심각한 '정치적 올바름'을 명랑하게! <에놀라 홈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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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에놀라 홈즈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 2> 포스터.

 

에놀라 홈즈는 첫 사건을 해결한 후 사업장을 열었다. 이른바 '에놀라 홈즈 탐정 사무소', 홈즈라는 이름값을 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찾아오는 사람들 족족 그녀를 어린 여자라고 무시하며 셜록 홈즈만 찾아댔다. 그렇게 빠르게 실패해 탐정 사무소 문을 닫으려는 찰나 꼬마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베시, 실종된 언니 세라를 찾아달라는 의뢰였다. 에놀라는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우선 베시와 세라가 함께 사는 집으로 향하는 에놀라, 그곳에서 정식으로 사건을 맡는다. 에놀라는 베시와 함께 세라가 일하던 성냥 공장으로 향한다. 그곳에 단서가 있을 것이었다.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공장 내 사무실에 잠입하는 에놀라, 그곳에서 세라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뜻밖에도 공장 주인과 정부 고위층으로 보이는 이들이 함께 절도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엿듣는다. 세라가 사무실에서 훔쳐 달아난 게 굉장히 중요한 무엇인 듯하다.

그런 와중에 세라, 베시와 함께 살고 또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메이와 오빠 셜록 그리고 섬타는 듀크스베리 자작을 차례로 만난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세라의 흔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맞딱뜨린 건 메이의 죽음이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레스트레이드 경위와 그레일 경감이 들이닥쳐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그녀로선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일이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과연 에놀라 홈즈는 메이 살인 사건의 누명을 벗고 세라 실종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홈즈 유니버스의 초석을 닦다

 

지난 2020년 9월에 공개되어 넷플릭스 역대급 성적을 올리며 최소한의 호평도 받은 바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 동명의 원작이 꽤나 방대해 후속편의 여지를 강하게 남겨둔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빠르게 확정되고 제작에 들어갔다. 전편과 감독과 작가 그리고 출연진까지 동일해 전편의 인기에 힘입으려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렇게 2022년 11월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 2>가 공개되었다. 당연한듯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믿고 보는 이야기, 메시지, 배우들인 게 확실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인의 ‘(셜록) 홈즈’ 사랑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홈즈는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사랑해 마지않는 몇 안 되는 캐릭터이자 콘텐츠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로 여전히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밀리 바비 브라운의 ‘에놀라 홈즈’가 여전한 가운데, <위쳐> 시리즈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헨리 카빌의 ‘셜록 홈즈 비중이 전편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1편으로 에놀라 홈즈를 제대로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면, 2편은 홈즈 유니버스의 초석을 닦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에놀라의 활극으로만 영화를 오롯이 채우는 건 한계가 있었을 테다.

 

브라이언트 앤 메이 성냥 공장 파업 실화

 

우선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세라, 베시, 메이가 함께 다녔던 성냥 공장이다. 에놀라가 베시와 함께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도 나오는데,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 입가에 변형이 생긴 이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공장주가 그들을 해고해 버리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그녀들의 입가 변형은 다름 아닌 ‘인’에 의한 중독 때문이었다. 성냥에 들어가는 인 말이다.

그런데 공장 측은 인 중독이 아닌 전염병 티푸스 때문이라고 공표한다. 정부의 주요 인사도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세라의 실종과 메이의 죽음이 인 중독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에놀라는 사건 뒤에 거대한 무엇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느끼고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사실 이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888년 영국 런던 동부 ‘브라이언트 앤 메이’라는 성냥 공장에서 어른 여성과 소녀들 천 여명이 파업을 일으킨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 조건에서 일하던 와중에 공장 측이 인 중독으로 턱뼈가 변형된 여성 노동자를 해고시켜 버린 게 도화선이었다. 더군다나 공장 측은 백린을 적린으로 대체하면 인 중독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백린보다 비싼 적린을 사용하지 않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심각하고 의미 있는 실화를 명랑하게 

 

<에놀라 홈즈 2>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고 또 심각하기 그지없는 실화를 가져와 깔끔하게 그리고 명랑하게 버무려 우리 앞에 내놓았다. 너무나도 상업적이면서도 올바른 선택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까. 그런 한편, 영화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치적 올바름의 스탠스를 명명백백 취한다.

1편에선 주로 에놀라의 엄마 ‘유도리아 홈즈’를 통해 여성주의적 스탠스를 확실히 했다면, 2편에 이르러선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또 전방위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의 스탠스를 확실히 한 것이다. 에놀라의 탐정 사무소 첫 의뢰 사건인 세라 실종 사건의 세라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유명한 이름의 누구, 그리고 3편의 핵심 인물이 될 것 같은 왓슨 박사까지 모두 그 자장 안에 있다.

물론 굳이 캐릭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극의 전체를 오롯이 이끌고 가다시피 하는 이가 여성인 에놀라이고, 그녀가 찾으려는 이와 그녀를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이 또한 여성이다. 반면 남성은 그녀의 조력자(이지만 직접적으로 또 결정적으로 도움은 안 되는 듯한)이자 그녀의 방해꾼으로 등장할 뿐이다. 1편에서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넘어서 ‘극의 주체’가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역사적이고 심각한 실화를 명랑하게 가져왔듯이 정치적 올바름의 스탠스를 지극히 대중적으로 소화해냈다. 그저 재밌기만 한 영화로 즐기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데, 자연스럽게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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