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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화려한 총싸움 대신 피폐한 심리싸움의 범죄 스릴러 <더 스트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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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스트레인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스트레인저> 포스터.

 

2003년 12월 7일 일요일,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 코스트의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13세 소년 대니얼 제임스 몰콤이 실종되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브렛 피터 코완'을 강력한 납치 용의자로 지명했지만 별 다른 것 없이 풀려났다. 이후 꽤 오랫동안 다른 용의자를 쫓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다시 코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대적인 잠입수사 끝에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호주 퀸즐랜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졌기에 가장 주목받는 사건이었던 '대니엘 몰콤 납치 살해 사건', 미디어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뤄져 왔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이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고자 유족을 찾았다. 유족은 영화 제작을 반대했고 제작진 측은 사건을 다루되 잠입수사에 초점을 맞춰 경찰 그리고 가해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스트레인저>는 역사에 남을 뻔한 어느 미제 사건을 기어코 해결한 경찰의 처절하고 숭고한 잠입수사를 다룬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상당 부분 영화적으로 각색했기에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보이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배우들의 진득한 연기와 압도적인 분위기에 충분히 매료되어 감상하면 될 것이다. 

 

지난하고 괴로운 잠복 수사 중

 

버스에서 우연히 '폴'과 만난 '헨리', 폴에게 호의를 베푸니 폴이 일자리를 제안한다. 며칠 후 외딴 곳에서 '마크'를 만나는 헨리, 함께 마크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별 말 하지 않아도 범죄조직에 들어왔다는 걸 직감한 헨리, 그는 폭력은 쓰지 않는다고 선수 친다. 마크는 조직 보스에게 헨리를 소개시켜 준 뒤 그를 집에 데려다주며 폴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으니 연락 오면 자신한테 말하라고 한다. 

 

알고 보니, 마크는 잠복 수사 중인 형사였고 헨리는 8년 전 제임스 리스턴 납치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 하지만 그를 잡아들일 증거가 불충분했기에 오직 그의 입으로 직접 범행을 시인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여, 경찰로만 이뤄진 가짜 범죄조직을 만들고 마크가 헨리와 친해진 후 그로 하여금 조직에 신뢰를 쌓게끔 하려 한다. 

 

조직은 헨리에게 고위 경찰도 한통속이라는 점과 위험에 빠진 폴도 끝까지 지켜 주는 모습을 보여 주고, 마크도 끊임없이 헨리의 주위를 맴돌며 신뢰를 쌓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체포해서 감옥에 처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철저히 마음을 숨긴 채 천천히 헨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준비를 해 나간다. 과연, 마크를 비롯한 경찰은 헨리를 제임스 리스턴 납치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감옥에 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총싸움 대신 심리싸움의 범죄 스릴러

 

<더 스트레인저>는 범죄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지극히 보통의 기대를 완벽하게 저버린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영화에는 보통의 범죄 스릴러에서 흔하디 흔하게 보여 주는 '총싸움' 한 번 나오지 않는다. 총싸움은커녕 총이 나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몸싸움은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액션을 기대한다면 일찌감치 이 영화를 멀리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잠복 수사로 인한 감정 소모의 피폐함과 오로지 혼자 감당하는 '심리싸움'을 진득하고 깊이 있게 감상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가까이 해야 하겠다. 헨리는 어린 소년 제임스 리스턴을 납치해 살해한 게 확실하다. 하지만 그를 체포해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없거니와 그에겐 확실한 알리바이도 있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가 직접 자백하는 것. 

 

잠복 수사는 비록 마크 혼자서 하는 게 아니지만, 헨리를 철저히 마크하며 그와 무조건적인 인간적 신뢰를 쌓아야 하는 건 마크 혼자서 해야 한다. 차라리 목숨이 경각에 이를 만큼 급박한 사투를 벌이는 데 낫지, 악마 같은 범죄자와 깊이 있고 진지한 관계를 형성하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마크는 매일같이 혼자만의 사투, 육체적 죽음이 아니라 정신적 죽음에 직면할 정도의 싸움을 이어 간다. 그 지점을 들여다보는 게 이 영화의 백미이자 이유다. 

 

매우 지루하지만 미덕은 확실하다

 

영화는 상당히 지루하다. 말인즉슨 잠복 수사가 참으로 지리멸렬하다는 뜻이겠다. 이 영화의 중심엔 용의자와 친분을 쌓는 잠복 수사 중인 형사의 피폐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흔한 형사 영화에서 보듯 잠복 수사가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매일같이 자기 자신과 목숨 걸고 싸우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헨리 역의 '숀 해리스'도 특유의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지식인 범죄자 상을 극도로 이용해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해내며 극의 긴장감 어린 분위기를 좌우했지만, '조엘 에저튼'이야말로 쿨하기 이를 데 없는 외면과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내면의 간극에서 힘겹게 버티는 마크 역을 완벽하게 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둘의 불꽃 튀진 않지만 뜨겁디 뜨거운 연기 대결(?)이 압권이다. 

 

이런 류의 영화는 오랜만이다. 육체적인 액션은 차치하고라도 외면의 긴장감조차 던져 버리고 내면의 긴장감까지 침참해 들어가는 데 주저함이 없는 영화 말이다. 차마 재밌게 즐기라는 말은 드리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보라는 말도 드리지 못하겠다. 매우 지루하지만 미덕이 확실하다는 말만 전한다. 넷플릭스로 보는 것이니 만큼 일단 한 번 보고 나서 판단해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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