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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최고의 풋볼 유망주에게 일어난 온라인 사칭 사건 <여자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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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말하지 못한 이야기: 여자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여자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포스터.

 

2013년 1월 16일, '데드스핀'이라는 인터넷 매체에 기사 하나가 게시된다. 인디애나의 노터데임 대학교 풋볼팀 간판 슈퍼스타 라인배커이자 당대 최고의 유망주 '맨타이 테오'에게 '레네이 케쿠아'라는 여자 친구 따윈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를 아무도 본 적이 없으며 이 사건에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라는 남자가 직접적으로 또 깊숙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작은 매체의 보도는 일파만파 퍼져 전미의 주요 매체에서 일제히 속보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어서 특종으로 다뤄진 건 물론이다. 테오는 입을 다물었고 노터데임 대학교만 입장을 밝혀 맨타이 테오는 희생양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은 온갖 억측을 내놓았고 여론을 수그러들지 않았다. 테오는 그야말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맨타이 테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레네이 케쿠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인가?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는 무슨 연유로 관련되어 있다는 걸까? 그 충격적이고도 난해한 전말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말하지 못한 이야기' 시리즈의 <여자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가 자세하게 밝힌다. 맨타이 테오와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가 직접 출연해 그때의 일을 소상히 전한다.

 

최고의 풋볼 유망주, 페이스북 친구를 사귀다

 

미국 하와이주 라이에에서 태어나 자란 맨타이 테오, 그곳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가 꽉 잡고 있었는데 테오는 신앙과 가족과 풋볼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만 살았다. 그렇게 착실히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풋볼 선수로의 꿈을 키운 테오는 머지 않아 대입을 준비할 때쯤 최고의 유망주가 된다. 최고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테오는 인디애나에 있는 노터데임 대학을 선택한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받는다. 폴리네이사인처럼 생긴 여자애 '레네이 케쿠아'였다. 이런저런 시덥잖은 대화를 하면서 테오는 지인한테 레네이를 아느냐고 물어본다. 그가 레네이를 안다고 하니, 테오는 안심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테오나 레네이는 종종 안부를 묻는 사이 정도가 되었다. 한편, 맨타이 테오는 1학년 때부터 노터데임 대학교 풋볼팀 최고의 라인배커이자 간판 슈퍼스타로 우뚝 선다. 더불어 그에겐 특유의 매력과 자신감도 있었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테오가 3학년이 된 2011년, 레네이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타지에서 같은 문화권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게 절실했을 테고 레네이 케쿠아의 평소 생각과 됨됨이 등에 테오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의 관계는 점점 진지해졌다. 하지만, 만나기는커녕 영상 통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레네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위독한 상황에 처했다. 테오는 어떻게 하면 레네이에게 도움이 될까 고심하는 한편, 충분히 프로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노터데임 대학교에 남기로 한다.

이듬해 4학년이 된 맨타이 테오는 모든 게 충만한 상태에서 펄펄 날아 다닌다. 하지만, 테오가 전에 없던 유명세를 타자 레네이와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운명의 2012년 9월 12일, 오전에 테오의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레네이 케쿠아가 죽는다. 하루새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죽음들. 테오는 많이 힘들어 하지만 이내 떨치고 일어나 3일 뒤의 경기에 선발 출장한다.

 

최고의 풋볼 유망주, 나락으로 떨어지다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는 누구인가? 그의 삶을 간단히 짚고 넘어 가자면, 그도 어렸을 땐 맨타이 테오처럼 신앙과 가족과 풋볼이 삶의 전부였다. 하지만 여자로 살고 싶은 욕망이 극심했다. 현실적으로 여자로 살 수 없었기에 가상 여자인 레네이 케쿠아를 만든다. 그녀의 실체는 로나이아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그녀의 사진을 가져와 페이스북에 가짜 계정을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남자들과 온라인 관계를 이어가던 중 맨타이 테오에게까지 가닿게 되었다. 레네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거나 심지어 죽었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2012년 9월 12일 레네이의 죽음 이후 맨타이 테오는 차원이 다른 인기를 얻는다. 할머니와 여자친구가 하루새 세상을 등지며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오는 이전과 다름없이 훈련하고 경기에 임했으니 말이다. 팬들에게서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노터데임 대학교 풋볼팀은 전국대회에도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가, 맨타이 테오는 2012년 12월부터 나락으로 떨어진다. 2012년 12월 초 레네이의 언니한테서 연락이 와선 자기가 진짜 레네이라는 게 아닌가? 그때 1차로 인지한다. 그러곤 2012년 12월 말에 테오는 부모님과 노터데임 대학교 측에 자신이 들은 믿기지 않는 얘기를 털어 놓는다. 사건의 전말을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는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사기극에 휘말렸지만 사기극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2013년 가장 유명하면서도 치욕스러운 사건

 

맨타이 테오는 바라던 대로 노터데임 대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프로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기대해 마지않았던 1라운드 지명이 아닌 2라운드 지명이었다. 아무래도 사기극에 휘말렸던 그의 사생활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는 명문 노터데임 대학교 풋볼팀의 간판 슈퍼스타이자 팀을 전국대회 2위로 이끈 라인배커였기 때문이다.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는 트랜스여성이 되어 바라던 바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은 로나이아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한대, 맨타이 테오를 나락으로 이끈 사기극이 그녀의 정체성 혼란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식의 관점인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말도 안 되는 피해를 주면서까지 관철해야 하는 삶의 방향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그런 게 있기나 할까? 그런 게 있으면 안 되는 게 아닌가? 로나이아가 그때는 왜 그랬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테오를 진심으로 사랑했지 그를 헤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하면 끝나는 건가? 없었던 일이 되는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다.

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우며 치가 떨리는 사기극은 2013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치욕스러운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맨타이 테오를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일 것인 반면,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에겐 과거 한때의 치부 정도일 것이다. '온라인 사칭', 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는 범죄의 일환으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범죄인가? 여러 사람의 삶을 나락으로 이끄는 데 주저함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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