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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원 없이 웃기는 영화 <육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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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육사오>

 

영화 <육사오> 포스터. ⓒ싸이더스

 

2022년 추석 대전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2017년 설 대전에서 780여 만 명을 동원하며 최종 승리했던 <공조>가 5년 만에 <공조2: 인터내셔날>로 액션과 웃음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캐미로 돌아와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다. 사실, <공조2>의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었던 게 추석 직전 여름 대전에 출전했던 빅4(외계+인, 비상선언, 한산, 헌트)가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여, 2022년 추석 영화계는 무주공산이었다. 

 

그 와중에 여름이 가고 추석이 오기 전의 기막힌 타이밍에 개봉해 쏠쏠한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영화에 기대한 이는 거의 없었을 텐데 오로지 입소문 하나로 이뤄낸 쾌거다. <육사오(6/45)>라는 알 수 없는 제목의 밀리터리 코미디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관에서 이토록 낄낄 대고 웃어 젓힌 게 얼마 만인지 기억하기도 힘들다. 

 

역시 추석 영화는 코미디라는 걸,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마음껏 웃을 영화가 명절 연휴에 필요하다는 걸 <공조2>와 <육사오>가 여실히 증명했다. 애초에 기대작이자 완벽한 흥행 공식에 의해 만들어진 <공조2>는 그렇다 치고, 오로지 코미디 영화로서의 웃음에 기반한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한 <육사오>야말로 2022년 하반기의 진정한 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한번 들여다보자. 

 

남북한 최전방을 오가는 로또 1등 용지

 

언제나 그래 왔다는 듯 남한의 최전방 감시초소와 북한의 최전방 감초소에선 서로를 향해 위협 사격을 하거나 조롱 어린 말을 던진다. 그러던 와중 부대 정문에서 경비를 서던 말년 병장 박천우 앞에 웬 로또 용지 한 장이 떨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집어 주머니에 넣고 생활관으로 돌아온 박천우, 티브이에서 로또 방송을 해 주는데 맞춰 보니 1등이란다. 57억 원이란 말이다. 그런데 초소 근무를 서다가 바람에 실려 로또 용지가 북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오밤중에 철책선을 넘어 찾으러 간 박천우, 거기엔 북쪽의 리영호 하사가 있었는데 자기가 로또 용지를 가지고 있으니 당첨금을 가지고 오면 10%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된다. 초소장 강은표 대위와 김만철 상병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팀을 결성해 공조한다. 다시 만난 박천우와 리영호, 박천우가 리영호에게 20%를 역제안한다. 결과는 협상 결렬. 이번엔 리영호 하사와 방철진 하전사가 벌인 대역죄급 일을 최승일 정치지도원이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팀을 결성해 공조한다. 

 

북 측의 제안으로 재협상을 위해 공동급수구역(JSA, Joint Supply Area)에서 만남을 가진 남쪽과 북쪽의 로또 팀, 서로 간의 주장과 설전과 최후통첩에 이어 몸싸움이 어지럽게 오가던 중 남쪽의 급수담당 보급관이 와선 5:5로 중재에 나선다. 남과 북 모두 받아들이는 와중, 포로의 개념으로 서로 한 명씩 병사를 교환하는 걸로 한다. 그리고 '딸딸이'라고 하는 통신기가 서로의 기지 어딘가에 있을 테니 그걸 사용해 긴급할 때 연락하는 걸로 한다. 과연 1등 로또 당첨금을 무사히 찾아와 남과 북 모두 사이좋게 나눠 가질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웃기는 영화

 

<육사오>는 시종일관 끊이지 않는 웃음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몇 안 되는 영화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바, 불편한 느낌이 전혀 없다시피 한 '착한 웃음'으로 장착했기에 편안하게 마음껏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웃음을 위해 만듦새라든지 개연성, 사실성 같은 걸 과감히 포기했다.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잘할 수 있는 것만 취사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애매하지 않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 상황 설정 등 모든 면이 오로지 웃음을 위해 철저히 계산되어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의외로 극초반엔 웃긴 지점이 거의 없는데, 뒤로 갈수록 안 웃고 배길 사람이 없을 테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웃음의 떡밥이 건져 올려지는 순간, 그 최전방에 리용호 하사와 강은표 대위의 독일어 통역 장면이 있다. 절정의 페이소스로 이어지기까지 하는 완벽한 웃음의 하모니, 보기 드문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직접 보고 원 없이 웃어 보길 바란다. 

 

한편 영화는 말이 안 되어도 너무 안 되는 상황이 시종일관 이어진다. 애초에 로또 1등 용지가 쓰레기통에서 바람에 실려 오토바이와 대대장 치프차를 지나 박천우 병장 앞에 떨어진 것부터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거기에 그 용지가 다시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가선 리용호 하사 옆에 떨어진 것부터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정녕 모든 게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계속되어 이뤄진 운명 같은 이야기 아닌가. 이밖에도 대놓고 픽션의 영역을 만들어 펼쳐놓은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밀어 붙인다. 이 작품만의 특장점이라고 할까.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미디 버전

 

영화를 보다 보면 20여 년 전의 명작 하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박찬욱 감독의 출세작이자 21세기 한국영화계를 화려하게 열어 젖혔던 <공동경비구역 JSA> 말이다. 최전방에선 남북 모두 급수가 필요한 바, 'JSA'라고 불리는 '공동급수구역'이라는 곳이 있고, 그곳에서 남북이 몰래 만나 로또 협상을 하니, 포스터에서 이르길 '공동로또구역'이라고 명명한다. 

 

20여 년 전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쪽의 이수혁 병장과 북쪽의 오경필 중사가 비무장 지대에서 우연히 만나 오경필이 이수혁의 목숨을 구해 주며 우정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육사오>도 소재가 '로또'일 뿐 남과 북의 우정 이야기를 군인이 풀어 가는 건 동일하다. 그런 만큼 <육사오>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코미디 버전으로 통째로 오마주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마주도 잘해야 의미가 있는데, <육사오>는 나름 잘해낸 것 같다. 

 

이 정도 영화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2000년대 초중반 화려했던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계보를 완벽하게 이었으니, 추후 명절 연휴 때 TV에서 만날 요량이 클 것 같다. 그뿐이랴? 이런 류의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펼 것 같다. <육사오>가 문을 활짝 열어 젖히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보며 다양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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