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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적절하게 즐길 수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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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남편 강진봉, 그리고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 뿐더러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아들과 딸을 뒷바라지하다가 어느 날 암 선고를 받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알게 된 오세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은 평소와 다름 없이 무뚝뚝하고 아이들은 그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와중, 세연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다가 첫사랑의 기억에 다가간다. 

 

죽음이 머지 않은 날에 하필 찾아온 생일, 여느 때처럼 아무도 자신의 생일을 챙겨 주지 않으니 서글픔이 한도를 넘어선 세연이다. 그녀는 마지막 생일 선물로 진봉에게 자신의 첫사랑 박정우를 찾아 줄 것을 요구한다. 평소와 다르게 강경하고 막무가내인 세연, 진봉은 그녀의 요구를 들어 주기로 하고 여지없이 투덜 대며 목포로 향한다. 세연의 학창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목포로 말이다. 

 

막상 학교에 가 보니 개인정보 운운하며 알려 주지 않는 게 아닌가? 이렇게 끝낼 순 없는 세연, 예전부터 알았던 동네 어르신을 찾아간다. 어르신이 말하길 부산으로 갔다는 게 아닌가? 진봉과 세연은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은 그들의 신혼여행지였다. 그런데 부산에선 정우가 청주로 갔다는 게 아닌가? 진봉과 세연은 얼떨결에 전국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정우의 삶의 궤적이 그들을 또 어느 곳으로 이끌까?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스플릿> <국가 부도의 날>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이름값 높은 배우들을 모으는 데 능력이 대단한 듯하지만, 영화는 평범하고 식상한 편이다. 이번에도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점일 것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대중에게 인기 있던 검증된 노래만을 넘버로 구성해 무대용으로 재탄생시킨 뮤지컬을 말하는데, 영화로 선보일 때는 스토리 라인에 적절하게 들어맞아야 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요구된다. 하지만 잘 맞아들기만 하면 이보다 더 즐기기 쉬운 장르도 없을 것이다. <물랑 루즈> <맘마미아!>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즐기지 않기가 오히려 힘들다. 

 

이 영화에 쓰인 음악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모르기가 힘든 대중음악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음악이 쓰인 장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정확히 들어맞는 바, 음악들을 먼저 선점한 뒤 스토리를 짠 것인지 스토리에 맞는 음악들이 기가 막히게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웃고 또 울지 않을 수 없을 테다. 일련의 대중음악이 그렇듯이.

 

적절하게 웃고 울리는 선택

 

'신파'라고 하면 대중적 정서에 기반한 통속극의 형태를 말하지만, 영화로 치환하면 흥행을 위해 억지 설정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형태를 말한다. 영화를 위한 신파인지 신파를 위한 영화인지 구분하는 게 중요할 텐데, 앞엣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거라면 뒤엣것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목부터 상당히 신파스러운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떨까?

 

이 영화는 신파를 위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신파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뿐이다. 누구나 알 법한 대중음악들을 주요 넘버로 넣어 누구나 부담 없이 받아들일 만한 스토리를 구성했는데, 그 자체가 자연스레 신파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니 나도 모르게 웃다가 울고 또 울다가 웃는다. 억지스럽지 않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다분히 의도한 듯 보이는 건, 웃고 우는 부분의 극(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할 수 없는 막다른 지경에 이를 때까지 관객을 웃고 울리지 않고 적절하게 빠진다. 적절하게 감정을 이입하며, 적절하게 감정에서 빠져 나와, 적절하게 '주크박스 뮤지컬'스러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의 영화를 최대한 온전히 즐길 수 있게끔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리라. 

 

재미와 감동의 요소를 두루 갖추다

 

영상 콘텐츠를 즐길 때 최상단에 위치하는 덕목이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할까. 미장센? 주제의식? 분위기? 연기? 촬영? 개인적으론 '재미'와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미장센이나 배우의 연기 그리고 촬영 기술을 감상하는 게 재미의 요소일 수 있고 주제나 분위기에서 감동적인 요소를 뽑아낼 수도 있을 테다. 그러니 재미와 감동은 영화에서 빼려야 뺄 수 없고 빠지려야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재미와 감동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두 요소를 책임지고 있는 바, 익숙한 대중음악의 선율과 가사에 맞춰 재미 요소가 전해져 웃고 감동 요소가 전해져 운다. 주요 요소를 갖췄다고 다가 아닌 것이, 제대로 알맞게 적절하게 전해 줘야 하고 또 큰 품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영화는 잘 전했고 관객은 잘 받아들였다. 

 

할리우드에선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가 종종 만들어져 크게 히트하곤 한다. 관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 주곤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때 그 시절로 한순간 데려 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첫발을 내딘 셈이다. 첫발은 언제나 힘겹기에 <인생은 아름다워>가 흥행하지 못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적어도 앞날이 밝다는 증명은 해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