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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팬데믹 하의 쓰레기 영화 속편 제작기 <더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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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버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버블> 포스터.

 

한국 영화계에서는 사장되다시피 한 성인 코미디 장르, 하지만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성인 코미디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을 대라면, 가장 앞줄에 '주드 아패토우'가 자리할 텐데 그의 사단이라고 할 만한 이들인 스티븐 카렐, 세스 로건, 조나 힐 등이 여전히 따로 또 같이 미국 코미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주드 아패토우가 제작, 연출, 각본을 맡은 영화들을 대라면 끝도 없을 것인데 유명한 것만 대 봐도 <앵커맨> 시리즈,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친 후에>, <슈퍼배드>,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디스 이즈 40>,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비긴 어게인> 등이 있다. 대부분 적은 제작비 대비 대박에 가까운 큰 흥행 수익을 올리며 출연 배우들에게 '일약 스타덤'의 칭호를 건네 줬지만, 흥행에서 북미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단점 아닌 단점도 있다. 다분히 북미 내수용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선 인지도가 크지 않다.

 

주드 아패토우가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영화 <더 버블>은 그런 의미에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 공개이니 만큼 북미 내수용 스타일의 글로벌 흥행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에 맞춰 넷플릭스는 영화를 만우절인 4월 1일에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영화 속 영화인 <클리프 비스트 6> 포스터를 공개해 <더 버블>의 '병맛' 스타일을 한껏 끌어 올렸다. 근래 보기 드문 홍보 전략인데, 과연 잘 먹혀 들었을까?

 

팬데믹이 한창, 영화 촬영을 시작하다

 

왠만큼 성공한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 <클리프 비스트>가 여섯 번째 작품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동안 함께했던 배우들이 속속 합류하는 가운데, 5편에서 볼 수 없었던 캐롤이 전작에서 폭망하는 바람에 다시 합류한다. 1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지닌 틱톡 스타 크리스털도 새롭게 합류했고, 감독으로는 홈디포에서 일하며 아이폰6로 영화를 찍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을 탄 대런이 내정되었다. 

 

출연진 및 제작진이 진을 친 곳은 영국 교외의 어느 럭셔리 호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상황이기에 일단 14일간 격리한 후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다들 넋이 나간 것 같다. 제작진의 철저한 감시하에 뭘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확진자가 나와 또다시 14일간의 격리 생활에 들어간다. 이후 출연진들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한다. 

 

한편, 현장 제작 담당자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누가 봐도 '쓰레기 영화' 시리즈의 후속편을 만드는 것도 고역인데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을 감당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줌으로 계속 압박하기만 하는 영화제작사 상사가 문제다. 남 모를 고충이라고 할까. 과연, 이들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영화가 성공하는 건 고사하고 말이다. 

 

팬데믹의 영화 제작기

 

영화 <더 버블>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팬데믹하에서의 영화 제작기, 쓰레기 영화 후속편 제작기. 우선 영화 제목이 '버블'('감염 질환이 발생해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할 때 구성원과 만날 수 있도록 허용된 제한된 규모의 모임'이라는 뜻의 신조어)인 만큼 팬데믹하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모습을 그린 부분을 먼저 살펴보자. 

 

주드 아패토우의 코미디 스타일이 한없이 가볍기만 해 오히려 담백하고 심오해 보이기까지 한대, 이 영화에서 적어도 그 스타일만은 살리고자 한다.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사연이 아닌 캐릭터성을 앞세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캐릭터성이 다름 아닌 할리우드를 향하는데, 굉장히 직설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기 보다 할리우드를 향한 조롱의 한 측면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팬데믹 3년 차를 맞이한 지금 전 세계가 포스트 팬데믹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팬데믹 상황이 극의 핵심으로 작용할 순 없었을 테다. 그럼에도 팬데믹 상황을 차용한 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느낌으로 그때는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 낸 성격이 강한데, 한편으론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차라리 실시간 이슈를 발빠르게 차용해 조롱다운 조롱을 하기로 유명한 SNL을 감상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미덕은 있었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을 어떤 식으로나마 짚고 넘어 간 예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심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쓸데 없어' 보이고 '과도해' 보이는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함을 감출 길이 없다. 정녕 '또라이' 같다는 말을 뒤로 하고 남는 감정이다. 

 

할리우드 쓰레기 영화 속편 제작기

 

<더 버블>을 보면서 팬데믹 상황과 관련된 흐름 말고 할리우드 쓰레기 영화 속편 제작기와 관련된 흐름이 훨씬 흥미로웠다. 인간군상을 간략히나마 살펴 보면 이리저리 휘둘리는 줏대 없는 제작자, 능력 있다고 자신을 포장했지만 실상 능력이 없어 보이는 감독, 제멋대로 각본을 수정하려는 배우, 술과 마약에 쪄든 배우, 이전 편에서 만나 결혼하곤 이혼했지만 재결합하려는 배우들, 무엇보다 배우들 대부분이 버블에서 탈출하고 싶어 한다. 

 

그런가 하면, 현장 담당 제작자조차도 이 쓰레기 영화의 속편을 찍기 싫어 하고 독립영화 출신의 감독은 이 쓰레기 영화의 속편이라도 만들어서 메이저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 배우들은 반년 넘게 버블에 갇혀 쓰레기 영화나 찍고 있다고 한탄하지만, 엄청난 돈을 받고 호의호식하며 놀고 먹는 듯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만을 위해 고용된 제작진들이 한 목소리로 영화 제작 기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와닿기도 했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부분이다.

 

주드 아패토우 감독의 개인 인맥이 총동원된 듯한 화려한 카메오가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주연급 캐스팅도 화려한데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임스 맥어보이, 존 시나, 데이지 리들리, 존 리스고, 가수 벡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지 않을까 싶다. 

 

의외로 강렬했다

 

영화는 코미디 장르의 탈을 쓰고 있지만 재밌다고 할 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시종일관 '뭐 이런 또라이같은'만 연발했고 일면 우울하기까지 했다. 정녕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기보다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배설'의 일종이라고 할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뭔가 더 있겠지' 하며 끝까지 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는 건, 미덕일까 능력일까 사기일까. 이 영화가 그랬는데, 차라리 애매했으면 하고 바란 건 실로 오랜만이다. 애매했다면 끝까지 보지 않았거나 다 보고 나서도 그냥 별 생각 없이 지나갔을 테니 말이다. 이 영화는 생각 외로 강렬했는데, 뭐가 어떻게 왜 강렬했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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