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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따뜻한 감성 충만한 '응답하라 1960년대 미국' <아폴로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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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포스터.

 

리처드 링클레이터,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1990년대 데뷔 후 미국 인디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는데, 이를테면 가장 완벽한 로맨스 시리즈로 손꼽히는 <비포> 시리즈(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를 비롯해 <스쿨 오브 락> <보이후드> 등이 있다. 다분히 '미국'스럽고 '시간'을 잘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그는 텍사스주 출신인 바 텍사스 배경의 영화를 꽤 만들었다. 휴스턴에서 태어나 20대 때 오스틴으로 이주 후 '오스틴 필름 소사이어티'라는 시네마테크를 결성했고 '디투어 필름프로덕션'이라는 영화제작집단을 설립해 텍사스 언저리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그런 그가 아폴로 11호의 인류 최초 달 착륙에 관련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하등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이하, '아폴로 10 1/2')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어린 시절이 다분히 녹아 있는 작품으로 아폴로 11호 발사 즈음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스탠이 아폴로 11호 발사에 앞서 아폴로 10 1/2호를 통해 아무도 모르는 극비 테스트로 달에 다녀왔다는 상상이 영화의 주요 동력 하나요, 미국의 최전성기였던 1960년대 당대의 양상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장황하게 드러내는 바 영화의 또 다른 주요 동력이라 할 만하다. 

 

1969년 그때 그 시절의 미국

 

1969년 봄, 텍사스주 엘라고의 에드 화이트 초등학교 4학년 소년 스탠은 발야구장에서 뛰어난 공격수이자 전천후 야수로 활약하던 중, 나사에 의해 스카웃된다. 그들이 주목한 건 스탠의 과학 과제물 몇 개와 3년 연속 대통령 체육상 수상이었다. 달 착륙선을 만들었는데 실수로 작게 나와서 성인이 아닌 아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스탠은 빡새기 이를 데 없는 훈련을 받고 달로 날아간다. 아폴로 11호가 아닌 아폴로 10 1/2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고 닐 암스트롱이 아니라 10살 스탠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는 것이다. 

 

스탠의 이야기는 상상 또는 꿈인 듯하다. 사실은 1969년 7월 20일, 전 세계에서 6억 명의 사람이 TV로 지켜 봤다. 인류 최초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고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장면을 말이다. 그때쯤, 그러니까 1960년대 말 텍사스 휴스턴 나아가 미국 그리고 전 세계는 가지각색이었다. 

 

미국은 소련과 경쟁하며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해야만 하는 사명을 띄고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과학기술의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삶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베트남 전쟁으로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고 전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났으며 전 세계 각지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그런 와중에 휴스턴 남부로 교외지구가 새롭게 들어서며 모든 게 새롭지만 역사란 없는 곳이 생겨났다. 스탠은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 

 

스탠은 6남매의 막내로, 아빠 홀로 가족을 부양했는데 그때 휴스턴의 많은 이가 그렇듯 나사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우주비행사나 그런 건 아니고 나사에 들어가는 모든 부자재를 책임지고 있었다. 스탠은 그런 아빠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한편, 그 시대는 정말 많은 것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위험했고 더러웠고 무지했다. 

 

"재밌는 옛날 얘기 들려 줄게"

 

영화 속 주인공 10살 소년 스탠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어린 시절 분신과 다름 아니다. 배경이 텍사스주 휴스턴이라는 점,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1960년생으로 1969년 당시 9살로 나이도 비슷하다는 점만 봐도 충분하다. 그의 어린 시절 한때를 칼로 자르듯 그대로 가져와 우리 앞에 내놓는 바, 영화 말미에 스탠의 아빠가 말한 "달에 첫발 내디딘 걸 봤다고 손주들한테 말해 주면 좋잖아"라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정확히 이 영화가 나이 지긋이 든 스탠이 손주들한테 옛날 얘기를 전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시켜 보면 쉽게 와닿을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의 그것들, 이를테면 보통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라든지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든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간략한 정세를 아주 자세하고 꼼꼼하게 펼쳐 보여선 지금 여기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거시적인 현대사 책의 한 페이지를 아이의 시선으로 재밌게나마 보는 것 같겠지만,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추억에 잠기며 감성 충만한 감정의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에 국한되었다는 점과 다분히 미국적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임팩트를 받지 못하는 이도 많을 것 같다. 그런 점 때문이었을까,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 안방 극장을 겨냥했으니 말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특유의 극사실적이고 소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잘 표현해 냈으니, 위의 것들을 차치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만할 것이다.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따뜻하게

 

아폴로 11호의 위대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오마주한 10살 소년 스탠의 극비 달 착륙 상상이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는데, 영화 외적으로 보면 단연 눈에 띄는 게 있으니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2017년에 나온 <러빙 빈센트>가 대표적이고, 영화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도 유명하다. 넷플릭스는 2020년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를 통해 이미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내놓은 바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일찍이 2000년 <웨이킹 라이프>와 2006년 <스캐너 다클리>로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바 있으니, 이 부분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스탠의 목소리를 맡은 '잭 블랙'이 정녕 시종일관 쉼 없이 조잘조잘 대니, 지루함을 저 멀리 날려 버리고 흥미와 재미를 잡는 데 성공했다. 실사의 애니메이션화라고 할 수 있을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잭 블랙으로 친숙함까지 장착한 채, 1960년대 미국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일상을 표현하는 방법론과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이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고 말하긴 힘들다. 실사로 일상을 표현하던가, 극적인 이야기를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줬으면 훨씬 괜찮은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역시는 역시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이 불협화음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감상하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보고 싶어지고 또 차기작이 기다려지며 1960년대 후반의 미국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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