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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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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프랑스>

 

영화 <프랑스> 포스터. ⓒM&M 인터내셔널

 

2021년 제74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총 24편이 올랐었다. 그중 자그마치 3편 <프랑스> <프렌치 디스패치> <더 스토리 오브 마이 와이프>의 주연을 '레아 세두'가 도맡았다. 정작 그녀는 코로나 무증상 양성 판정을 받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레아 세두의 20여 년 영화계 경력 최고의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동안 그녀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007> 시리즈 등 거대 블록버스터에 출현하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우디 앨런, 웨스 앤더슨, 자비에 돌란, 요르고스 란티모스, 토마스 빈터베르 등 현존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을 이어왔다. 그리고 <프랑스>로 또 한 명의 거장과 함께했다. 

 

그 이름은 다름 아닌 '브루노 뒤몽', 1997년 <예수의 삶>으로 데뷔 후 꾸준히 작품을 내놓으며 프랑스 영화 미학의 한 축을 지탱했다. 칸 영화제와 <카예 뒤 시네마>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하나로 명성이 자자한 바, 가장 프랑스적인 감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테다. 대중성보단 예술성을 담보한 영화를 만들기에 국내엔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13편 중 <프랑스>까지 포함해 3편뿐으로, 명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 영화 <프랑스>엔 뭔가 다른 게 있었을까?

 

어느 유명 기자에게 닥친 예상치 못한 일

 

TV 기자 '프랑스 드 뫼르'는 프랑스 대통령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 하나 던진 것만으로도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특급 셀럽이다. 그녀는 시사 프로그램 <세계를 향한 시선>을 진행하는 호스트로 냉철하게 국제 이슈를 브리핑하고 국내 정치인들을 상대한다.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위험한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 연출, 촬영, 편집까지 진두지휘한다.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한편, 소설가 남편과 학업에 관심이 없는 아들이 있는데 서먹서먹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집안의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는 프랑스에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에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 길막히는 아침 출근길에서 다분히 실수로 오토바이를 친 것이다. 슬개골이 탈구된 그 배달원은 모로코계 이민자 출신 남성.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당연히 그런 적도 없었던 프랑스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이후 그녀의 심경에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상황이 조금씩 꼬여 간다. 그러다가 방송계 은퇴를 선언하고 요양 차 알프스의 요양원으로 쉬러 갔을 때 일이 일어나 은퇴를 번복하기도 한다. 신변의 변화, 직업의 변화, 나라의 변화를 목도하며 그녀가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셀럽' 프랑스의 표층적인 면

 

영화 <프랑스>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테다. 하나는 '셀럽' 프랑스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에만 몰두해 표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손쉬운 방법이지만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것이니 뒤로 갈수록 오히려 더 어렵고 재미도 없을 수 있다. 메인 포스터 두 개의 주요 카피('그녀의 세상이 무너진다' '당신이 보는 나 진짜일까?')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프로페셔널한 인기 스타가 우연한 일로 흔들리는데 그녀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카메라 안의 그녀와 카메라 밖의 그녀가 혼재되어 있었다. 

 

이는 나아가 미디어 전체의 모습으로 읽힐 수 있을 텐데, 우리가 '리얼'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카메라 속 모습이 실상 여지없이 모두 연출되고 편집된 게 아니겠는가. 카메라 안의 모습이 실제라고 믿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에, 카메라 밖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알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알고 싶은 게 논픽션인지 픽션인지 스스로도 알기 힘들어지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또,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을 굳이 '프랑스'라고 지은 이유가 있을 테다. 거기에 주인공 이름은 '프랑스 드 뫼르', 즉 프랑스의 죽음 또는 부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의 터무니 없이 다른 앞 뒤 모습으로 프랑스라는 나라의 겉과 속이 다른 위선이 끝을 향해 다가간다는 걸 보여 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브루노 뒤몽 감독은 <프랑스>를 두고 자신의 관심이 "오직 프랑스라는 인물 내면에 있다"라고 밝힌 바 있듯 영화를 인물 내면으로 천착해 들어가며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상당히 어려운 방법이지만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따르는 것이니 만큼 오히려 더 쉽고 재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 프랑스의 내층적인 면

 

'셀럽'으로서만이 아닌 '프랑스 드 뫼르'라는 인간 자체에 몰두해 내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영화는 그녀 자체를 직업이나 삶을 구성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방식의 하나로, 얼굴을 상당한 시간 동안 매우 천천히 클로즈업한다. 오디오에도 여백을 둘 정도로 오롯이 그녀에게 집중하는 바, 다분히 영화답게 인간 자체에 몰두하는 방법이다. 

 

한데, 프랑스는 카메라를 의식하기도 하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하며 카메라를 이용하기도 한다. 영화 속의 프랑스가 취하는 카메라 안팎의 다른 모습을 영화 자체에 활용하는 게 블랙 코미디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다분히 감독의 의도가 관철되어 있다고 하겠다. 프랑스 드 뫼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혼란, 즉 진짜와 가짜 그리고 논픽션과 픽션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혼재가 영화의 안팎을 휘감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답을 구하고 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할까?'

 

프랑스는 거대한 가짜 미디어 세상에서 가짜를 가장 그럴싸하게 진짜처럼 재구성하고 포장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여, 많은 부를 쌓고 큰 명성을 지닐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는 자아는 어딘가에서 유영하고 있다. 그곳은 그녀가 유이하게 알고 있는 카메라 안도 밖도 아닌 현실일 테다. 브루노 뒤몽 감독이 그동안 '잔 다르크' '까미유 끌로델' 같은 역사 인물을 다루다가 지금 이 순간의 현재로 불쑥 찾아든 이유가 여기 있다. 

 

브루노 뒤몽 감독의 시선이 지금 현재의 현실에 있고 영화 속 프랑스의 시선 역시 지금 현재의 현실에 조금씩 닿고 있다. 이제 우리의 시선이 지금 현재의 현실에 가닿을 차례다. 나라는 존재를 단단히 세우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며 진실에 몸을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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