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히틀러는 1934년 나치 독일 총통의 자리에 오른 후 유대인 탄압 및 추방, 베르사유 조약 파기, 라인란트 재무장에 이어 1938년 3월 오스트리아를 강제 병합시키며 팽창 야욕을 드러냈다. 같은 해 9월즈음에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독일인 인구가 가장 많은 주데텐란트에 눈독을 들였다. 전 유럽에 전쟁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와중에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 휘말렸고 나중에 이탈리아가 끼어든다.
뮌헨 회담에 이은 뮌헨 협정까지의 대략의 스토리다. 여기까지의 진정한 주인공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일 것이다. 범게르만족 영토 확장 정책의 단추를 잘 꿰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이는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이다. 현대 서구 정치인 중 최악으로 남아 있는 바, 히틀러에게 주데텐란트를 넘겨 주고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 운운하다가 6개월 만에 체코슬로바키아를 통째로 넘길 수밖에 없었으며 다시 6개월 후에는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역사 팩션 소설 대가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는데, 제목처럼 전쟁의 문턱에 있었던 1938년 독일과 영국의 외교관 친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친구 레거트와 하르트만은 반 히틀러의 기조로 의기투합해 뮌헨 회담에서 체임벌린이 서명을 하지 못하게 막으려 한다. 그들은 히틀러가 조만간 반드시 전쟁을 일으킬 걸 알고, 뮌헨 협정이 시간을 끌 뿐 히틀러의 야욕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영화는 뮌헨 회담이라는 팩트에 픽션을 적절히 섞어 재미를 더한다.
뮌헨 회담의 내밀한 막전막후
193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함께 어울렸던 영국인 레거트와 독일인 하르트만 그리고 레나.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1938년, 영국의 런던과 독일의 베를린은 분위기가 험악하다. 독일이 주데텐란트를 노리는 와중에 어떻게든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묘수를 생각해, 이탈리아 무솔리니로 하여금 각국을 중재하게 한다. 총리 보좌관 레거트는 바쁘게 움직인다.
한편, 베를린에서는 히틀러의 팽창 야욕과 전쟁에의 야망 그리고 뒤가 없는 외교 전략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모여 쿠데타를 모의한다. 그중에 하나가 하르트만으로, 그는 히틀러에게 직접 외신 기사를 번역해 읽어 줄 정도로 실력도 있고 신뢰도도 깊은 외교관이다. 그런가 하면 하르트만은 본래 친히틀러파였는데 모종의 이유로 반히틀러파로 전향한 터였다.
비슷한 시기 히틀러의 야욕을 눈치 챈 하르트만과 체임벌린의 유화책에 불안감을 억누르지 못한 레거트가 뮌헨 회담에서 조우한다. 그들은 곧 한뜻으로, 독일에게 주데텐란트를 양도한다는 협정에 체임벌린이 서명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주데텐란트를 독일에게 넘기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테지만 세계 대전으로까지 비화되진 않을 거라고 본 한편, 주데텐란트를 넘기면 당분간은 평화가 지속되겠지만 조만간 세대 대전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정해진 역사에 던져진 개인의 이야기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던져진 개인, 주로 전쟁 영화에서 보여 주곤 한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개인 따위가 갖는 힘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일 테다. 그런 양상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데,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1917>이 대표적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에 내던져진 각국의 젊은이들 이야기를 다룬 <더 포가튼 배틀>이 그렇다.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도 같은 맥락과 결의 선상에 있다. 비록 전쟁 장르 아닌 정치 스릴러를 위시한 장르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역사적인 회담과 협정에 휘말린 두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니 말이다. 그들은 일개 개인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역사의 방향을 바꿀 의지가 있었다. 실행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실행의 성공과 실패가, 그래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는지 어쨌는지가 이 영화의 주안점은 아니다. 대체 역사 소설 같은 게 아니니 만큼, 정해진 역사의 큰 틀에서 디테일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의미를 부여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여, 이 영화의 표면적인 주체는 뮌헨 회담이지만 레거트와 하르트만이라는 이름 없는 외교관들이 진짜 주인공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네빌 체임벌린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게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주지했다시피 또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영국 근현대사 나아가 세계 근현대사에서 손에 꼽히는 최악의 지도자가 아닌가. 그런 그를, 영화는 '불과 얼마 전 큰 전쟁을 치른 당사자로 또 다른 세계 대전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신념의 소유자로 포장한다. 실제로도 그를 향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바, 영화가 그 점을 조금이나마 건드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하겠다.
개인적인 것이 곧 인류적인 일이다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많은 와중에도 영화는 '드라마틱'을 잊지 않고 살리려고 하는데, 두 주인공 레거트와 하르트만의 극적인 변화 양상이 그렇고 끊어질 듯하게 팽팽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는 연출력과 연기력이 그렇다. 하여, 영화는 명작과 소품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수작'이라고 판단해 볼 수 있겠다. 왠만큼 잘 만든 작품.
레거트는 총리 보좌관으로 총리의 신념을 100% 신뢰하는 듯하다. 개인의 의지와 신념은 없고 쓰임새 많은 부품으로 스스로를 생각한 것이다. 그런 그가 의지와 신념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편, 하르트만은 무너진 독일을 일으켜 세울 유일한 사람으로 히틀러를 칭송했다. 개인의 의지와 신념이 투여된 만큼 그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어 보였다. 그런 그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전 인류적인 일로 의지와 신념을 반히틀러로 돌린다. 특유의 불같은 성향도 함께 말이다. 그들의 의지와 신념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과정이 볼 만하다.
이 영화가 보여 주는 팽팽한 긴장감의 8할 이상을 레거트와 하르트만이 담당한다. 그들 각자의 상관이자 역사적 인물인 네빌 체임벌린, 아돌프 히틀러와 얽히고 설키면서 일어나는 작지만 큰 것 같은 또 크지만 작은 것 같은 일의 디테일이 빛을 발한다. 액션다운 액션 하나 없이 표정과 몸짓과 눈빛 교환 등만으로 이뤄 내는 긴장의 연속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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