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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신개념 하이틴 로맨스 좀비 스릴러 <지금 우리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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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2019년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서비스되었다. 그 이름도 찬란한 <킹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작으로 이름이 드높다. 공교롭게도 좀비물이었는데, '생존'이라는 액션성과 '정치'라는 드라마성을 잘 버무렸다. 이후 시즌 2와 아신전까지 나왔고 세자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좀비물은 2020년 <스위트홈>과 2021년 <지옥>이라는 크리쳐물로 이어져 그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2022년 다시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돌아왔다. 줄여서 '지학우'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2009~2011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했던 당시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원작으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더 이상 높이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올라간 상황에 공개되었다. 

 

설 연휴 초입에 공개되어 하루만에 넷플릭스 월드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TV쇼 부문에서는 역대 3번째이고 한국 콘텐츠 전체로는 역대 5번째라고 한다. <오징어게임>처럼 인기가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장장 12부작으로 12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그만큼 아쉬움 없이 볼거리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어떤 점이 인기 요인이고 어떤 점이 인기를 위협하는 요인인지 살펴 보자. 

 

효산고에서 시작된 전인미답의 좀비 사태

 

효산시의 남녀공학 고등학교 효산고등학교, 이병찬 과학 선생님의 과학실에서 김현주가 햄스터에 물리더니 이내 이상해진다. 이병찬은 그녀를 격리시키지만, 누군가가 발견해 보건실로 옮기고는 병원으로 옮긴다. 머지않아 병원은 좀비로 넘친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물어 버린 보건 선생님으로부터 학교도 좀비로 넘친다. 이병찬은 아들 이진수가 죽고 싶어 할 만큼 괴롭힘 당하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해 테스토스테론을 정제하여 요나스 바이러스를 만들어 아들에게 투입했는데, 죽지도 않고 강해지는 특성을 지닌다. 

 

2학년 5반 친구들 온조, 청산, 수혁, 남라, 나연 등 10여 명은 교실에서 탈출해 과학실, 방송실, 음악실 등을 전전한다. 곧 구조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 한편, 밖의 상황도 학교와 다를 바 없기에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계속 자리를 옮긴 것이다. 담임 선생님과 조우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잃기도 하며 좀비가 될 뻔했다가 의식 있는 좀비가 된 살아생전 일진 패거리 윤귀남에게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한편, 교내 양궁 선수 하리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미진 등의 네 명 그룹도 생존을 위해 학교 안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고 있다.

 

밖에서는 이병찬 신문을 담당했던 송재익 형사가 효산고 과학실 노트북에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의경 한 명과 함께 학교로 향하고, 온조의 아빠이자 효산소방서 구급1팀장 남소주는 국회의원 일행을 구해 격리소에 있다가 딸을 구한다는 일념 하에 목숨을 걸고 탈출해 효산고로 향한다. 효산고를 탈출하려는 학생들과 효산고로 향하는 이들,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신개념 하이틴 로맨스 좀비 스릴러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신개념 하이틴 로맨스 좀비 스릴러물이다. 거기에 학교 폭력과 사회 비판의 영역도 상당한 사회 드라마 장르를 표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혹자에게는 이도 저도 아닌 작품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바로 그 점이 균형 있게 다가왔다. 주지했듯 12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좀비물이기에 '생존'에 천착한 액션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인데, 꽤 훌륭히 형상화했다. 특히 좀비의 특성을 디테일하게 '연기'해 낸 게 좋았는데, 더 이상 좀비스러울 수 없을 것 같은 좀비물의 좀비가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 이 드라마의 좀비는 자타공인 그 최전선에 있다.

 

여기서 파생된 게 생존으로 향하는 방식인데, 1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현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때 세월호 침몰 사건이 떠오른다. '누군가가 구하러 올 때까지 일단 안전한 이곳에서 기다리자' '학교의 현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움직일지 기다릴지 생각해 보자'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현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오래 걸리니 일단 이곳에서 나가자' 등. 

 

여기에 심각한 현 상황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로맨스가 약간의 코믹을 동반해 곳곳에서 펼쳐진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어떻게 꽁냥꽁냥 사랑 싸움 같은 걸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눈앞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전쟁통에서도 사랑을 하고 감정이 상하며 미래를 기대하는 게 인간이다. 이 드라마는 그 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또 주체자가 상대적으로 감정에 충실하고 또 현재에 충실한 10대인 만큼 정확하다. 

 

재난에 대응하는 인간군상의 천태만상

 

학교 안팎으로 스케일을 키우며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다수 만들어졌는데, 입체적 요소를 입히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학교 폭력에 관계된 인물, 학생 문제에 관계된 인물, 사회 지도층에 관계된 인물에서 표면적으론 기존에 많이 봐 온 캐릭터이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상이 조금씩 또는 크게 다르다. 좀 더 대국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할까. 캐릭터를 구상할 때 대국적이지 않아야 욕 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동안 너무 소모되어 이젠 그런 캐릭터들이 오히려 더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은 좀비물답지 않게 좀비의 태생과 해결 방법에 천착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이병찬이 남긴 영상물을 통해 바이러스의 탄생 경위와 정체, 그리고 퇴치 방법 등을 흘러 보내듯 보여 줄 뿐이다. 그건 작품을 보는 우리 시청자에게 보내는 친절의 일환이고, 작중 인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여, 오히려 주요 인물들인 학생들은 철저하게 생존에 천착해 학교에서 탈출하려 할 뿐이다. 학생들의 이야기만 보면 좀비물이라기보다 재난물에 가까운 형태라 하겠다. 

 

이 작품은 학교라는 소우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인간군상의 천태만상을 좀비물로 돌려서 그러나 적나라하게 보여 주려 했다. 그밖에도 보여 주려 한 게 많아서 학교에만 집중하진 못했으나, 너무 무겁지 않게 즐기면서도 깊이 생각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세상이다. 친구들이 죽어 나가고, 어떻게든 살아 남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만의 일일까? '지금까지' 우리 학교는 어땠는가? 온갖 부조리가 판치며 친구들이 죽어 나가지 않았는가. 알게 방조하고 모르게 방치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