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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본을 정면조준한다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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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신문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신문기자> 포스터.

 

지난 2019년 난데없이 한국 영화배우 심은경이 한 일본 영화에 출연한다. <신문기자>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선 드문 사회고발성 영화였다. 사회고발성 영화라면 으레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있을 것인데, 그 대상이 당시 버젓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던 아베 신조 정권이었다. 그동안 굳건했던 아베 신조 정권을 최대 위기로 몰아 넣었던 2017년 '모리토모 학원 비리 사건'을 정면으로 다뤘던 것이다. 

 

비록 영화는 폭발적인 화제성에 비해 흥행에선 성공을 맛보지 못했지만,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일본 영화의 쾌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였지만 흥행에도 성공해 사회적 반향으로까지 가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2022년에 해외자본 넷플릭스가 해냈다. 

 

무슨 말인고 하면, 2022년에 넷플릭스가 영화 <신문기자>를 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로 송출한 것이다. 감독도 영화 <신문기자>의 후지이 미치히토 그대로이고, 원작이 도쿄신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취재기 <신문기자>인 것도 그대로다. 이제 아베 신조는 없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지난 몇십 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이 콘텐츠가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리

 

토도 신문사의 마츠다 기자는 정부의 언론 브리핑 때마다 정치 비리에 관한 질문을 퍼붓는다. 대중조차 그녀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심하다는 반응도 있고 신문기자에 불과한 그녀가 무엇 하나 바꿀 수 있겠냐는 비관적인 반응도 있다.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료도 후자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 중 하나였다. 

 

한편, 마츠다가 집중취재하던 내각 관방 고문이자 신포 에이전시 대표 토요다 신지로는 개발되지 않은 AI의 신기술 개발을 명목으로 경제산업성으로부터 100억 엔을 지원받아 경찰에게 체포되려던 순간 체포 중지 명령으로 유유히 가던 길을 간다. 그는 총리와 관련된 책을 쓰기도 했는데, 밖으로 세 나가면 안 되는 총리 일가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특종 폭로 기사가 터진다. 나고야의 어느 국유지가 헐값에 팔렸는데 총리 부인이 에이신 학원 초등학교 설립을 위해 매입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총리는 국회에서 자신과 아내는 토지 매입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사실이라면 총리직과 의원직을 내놓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하지만, 총리 부인이 관여한 게 사실인데 총리 부인의 비서관인 무라카미가 직접 재무국 이재국장을 찾아가 지시했던 것이다. 총리의 발언과 언론의 관심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총리대신 특별보좌관 나카가와는 재무국에 문서 조작을 명령한다. 

 

국가 공무원으로 평생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겨 온 스즈키는 상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해 문서 조작에 앞장서지만, 점점 미쳐 가는 듯한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접근했던 기자 마츠다에게 제보하려다가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또 다른 자아 때문에 포기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에이신 학원 쪽에서 문서 조작 정보를 흘리고 정국은 다시 소용돌이친다. 결국, 총리 관저의 관여 없이 재무국 내부의 조작이라는 '꼬리 자르기'가 시행된다. 괴로워하던 스즈키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마는데...

 

픽션과 팩트 사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이 작품의 주요 소재들이 실제와 관련 없는 픽션이라고 몫 박았지만, 작품 속 주요 소재들이 가닿은 곳은 명명백백하다. 주지했듯, 작품 속 에이신 학원 설립 관련 국유지 헐값 매입 사건은 2017년 모리토모 학원 비리 사건을 정조준했다. 당시 모리토모 학원법인의 초등학교 및 유치원의 명예교장은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이었고, 초등학교 설립을 위해 재무국으로부터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인다. 이 과정을 둘러싸고 작품 속처럼 총리의 폭탄 발언, 언론 관심 및 폭로, 공무원 자살, 문서 조작 시인 등이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속 또 다른 악의 축 토요다 신지로는 일본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광고대행사 '덴츠'를 연상시킨다. 덴츠는 2020 도쿄 올림픽에 깊이 관여했는데 아베 신조와의 유착 관계가 드러난 지 오래다. 작품 속에서도 토요다의 신포 에이전시는 도쿄 올림픽에 깊이 관여했고 '총리의 친구'를 자처하며 총리와의 유착 관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2015년엔 덴츠를 유명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초과근무 끝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못 이긴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드라마는 다른 식으로 보여 준다. 

 

한편, 이 드라마가 사회고발성 드라마로 작품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캐릭터가 있으니 '키노시타 료'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즈키의 처조카이자,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데는 관심이 없던 이 시대 전형적인 젊은이. 그랬던 그가 이모부의 죽음과 마츠다 기자의 투철한 신념을 제대로 마주한 후 조금씩 그러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해 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그를 제외한 작품 속 거의 모든 이가 상당히 다큐적이라면, 그는 상당히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드라마 <신문기자>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들이 전해진다. 마츠다 기자는 연이어 계속 터지지만 아무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또는 못하는 정치 비리들이 일본을 망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누가 뭐라 하든 계속해서 추궁하고 파내는 작업을 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조직의 생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국가 공무원 스즈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도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리라.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이례적으로 수십 년간 절대적 보수 우위의 정치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헌법상 일본의 정부수반이자 행정부 최고위직인 내각총리대신을 국회의 의결로 지명하는데, 관례상 다수당 총재가 지명된다. 국회의원 선거는 직선제이기에 다수당 총재가 총리로 지명되는 건 곧 국민의 뜻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러하기에 일본 정치 체제가 고인물화되고 있는 것이다. 균형을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하여, 시스템 탓으로 시선을 돌리곤 하는데 진짜 문제는 사람에 있다고 작품을 말하고 있다.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사람이고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결국 터져 버리고 말았지만, 그의 뒤를 이은 총리도 자유민주당 사람인 게 아이러니다. 일본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걸까. <신문기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모여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다고 간신히 말한다. 각계각층에서 따로 또 같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표면적인 주인공은 신문기자 마츠다일 테지만, 정작 마츠다가 만나 취재해서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이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내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만, 결코 남 일 같지도 먼 나라 이야기 같지도 않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도 불과 몇 년 전 정권을 잡은 이들의 믿을 수 없는 정치 농단 사건을 목격했던 바, 이 드라마가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도 결이 같다. 그때 우린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해냈지만, 일본은 그러지 못했다. 일본이 바뀐다면 역사를 바꿀 만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이 드라마 <신문기자>가 그 시작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