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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복서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 <악마와의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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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말하지 못한 이야기: 악마와의 거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악마와의 거래> 포스터.

 

2010년 11월 23일,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자 복서 '크리스티 마틴'이 쓰러진다. 그런데, 그곳은 링 위가 아닌 링 밖이었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말이다.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였던 셰리와 오랜만에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닿아 무작정 만나러 갔고, 남편 제임스 마틴은 온갖 협박을 하며 그녀를 찾아 다닌다. 

 

제임스가 자신과 셰리를 스토킹하듯 지근 거리에서 서성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티는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돌아와서 쉬다가 셰리와 통화를 하는 크리스티, 전화를 끊자마자 사달이 일어난다. 제임스가 칼로 크리스티를 3번이나 찌르고 베고 급기야 크리스티의 9mm 총으로 가슴을 쏴 버린 것이다. 죽어 가는 크리스티는 집 밖으로 도망치는 투지를 발휘해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컬렉션 '말하지 못한 이야기' 시리즈의 <악마와의 거래>는 2010년 11월 23일의 사건으로 인생이 크게 달라진 크리스티 마틴의 복서로서의 롤러코스터 같았던 삶을 조명한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나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자 복서로 이름을 날리고 끔찍하기 그지 없는 가족 살인 미수의 당사자로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는 다시 한 번 링 위에 서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여자 복서로 가는 길

 

크리스티 마틴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최초의 여자 복서들 중 하나로 총 전적은 49승(31 KO) 7패 3무승부에 달한다. WBC 슈퍼 웰터급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남편에게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후 채 6개월도 안 되었을 때 몸에 총알에 박힌 채 50승을 달성하고자 시합에 나섰지만, 실수로 오른손이 부서지며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기권패하고 말았다. 

 

그녀는 196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멀렌스의 작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훗날 그녀가 복싱 챔피언이 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1986년 대학 시절 동기들의 권유로 '터프맨' 대회에 나가면서 복싱을 시작했다. 복싱 체육관에 다녀 본 적도 없는 그녀는 놀라운 잠재력으로 상대를 쉽게 쓰러뜨렸던 것이다. 그녀를 눈여겨보던 어느 프로모터의 소개로 테네시주 브리스톨의 트레이너 '짐(제임스) 마틴'에게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기 시작한다. 

 

당연한 듯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던 짐은 여지없이 크리스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녀를 세계 최고의 여자 복서로 만들 것을 선언한다. 이후 제대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크리스티는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비록 시작은 미약했으나, 곧 그녀의 파워풀하고 압도적인 실력과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을 사람 없고 열광하지 않을 사람 없을 터였다. 그런 그녀에겐 남모를 고민 또는 문제가 있었다. 

 

철저한 통제와 가스라이팅에 의해

 

크리스티는 동성을 사랑했다. 훗날 큰 사건, 짐에게 칼로 찔리고 총까지 맞았던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데 짐은 크리스티가 자신을 버리고 옛 여인 셰리를 보러 도망치듯 가 버린 행위를 참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호모포비아였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크리스티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그럼에도 크리스티는 짐과 결혼했다. 완벽한 비즈니스적 성공이 이성 관계로의 스파크까지 가닿을 수 있었을 텐데, 짐이 크리스티를 돈벌이 수단이자 자신의 트레이너 능력을 한껏 발휘하게끔 하는 도구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했기에 크리스티가 짐과의 인간적 관계를 끝맺고 싶었을 때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했던 것이다. 철저한 통제와 가스라이팅의 결과였다. 

 

작품에 주요 인터뷰이로 두 주인공 크리스티와 짐이 모두 출현하는데, 가해자이자 범죄자로서 감옥에 갇혀 있는 짐이 출현해 크리스티와의 첫 만남부터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전달하는 게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는 크리스티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감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자신 덕분에 크리스티가 세계 최고의 여자 복서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한다. 이쯤 되면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토록 화려하고 기구하고 끈질긴 삶

 

크리스티 마틴은 여자 마이크 타이슨으로 불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복서' 루시아 리커처럼 독보적이고 절대적인 강자는 아니다. 2003년 엄청난 체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또는 자만심 하나로 무하마드 알리의 딸이자 당대 최강 중 하나였던 라일라 알리와 맞붙었다가 4라운드에서 KO패를 당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경력 후반부까지 거의 진 적이 없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승리의 연속을 보면 또 이보다 더 강력한 여자 복서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대신 그녀에겐 온 세상에 '여자 복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링 위에서 그녀가 보여 주는 싸움의 기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이미지 말이다. 하여, 그녀는 가장 성공한 여자 복서뿐만 아니라 가장 유명한 여자 복서로도 기억에 남아 있다. 여성 복서의 대중화, 여성 복서를 향한 달라진 시선 등은 모두 그녀에게서 나왔고 그녀로부터 시작되었을 테다. 

 

이토록 화려한, 이토록 기구한, 이토록 끈질긴 삶이 또 어딨을까 싶다. 더 이상 높이 오를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비상했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을 정도로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을 겪었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채 끝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 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누구에게나 큰 의미로 다가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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