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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재미도 없고 잘 만들지도 못했지만 인기는 많다! <마더/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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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마더/안드로이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마더/안드로이드> 포스터.

 

북미 박스오피스가 전통적으로 전 세계 영화 흥행 시장을 선도했었다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서히 넷플릭스 시청 순위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머지 않아 넷플릭스 시청 순위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영화를 보는 사람의 인식 속에 굳건하게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돈 룩 업>을 밀어내고 넷플릭스 한국의 TOP 영화 부분 1위를 꿰찬 후 꽤 오래 유지했었고 TOP 10 안에 꾸준히 자리잡고 있는 <마더/안드로이드>의 존재가 새삼 흥미롭다. 

 

<마더/안드로이드>는 작년 12월에 '훌루'를 통해 미국에서 공개된 후 1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공개되었는데, 결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비평적으로 말이다. 보다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이도 저도 아닌 디스토피아 SF 스릴러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흥행 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단순히 미국의 국민 여동생 '클레이 모레츠'가 주연으로 열연했기 때문만은 아닐 테다. 

 

이 역시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미국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는 돌변한 AI의 무서움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을 테고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는 극중에서 'KOREA'가 안전한 곳이라고 언급하는 대목과 'KOREAN'의 복장 논란 때문일 것이다. K-팝, K-드라마, K-무비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가운데 한국 자체가 이 정도로 중요하게 언급된 경우는 근래 처음이지 않나 싶다. 

 

AI의 습격, 임산부의 여정

 

대학생 커플 조지아와 새뮤얼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고자 조지아의 집에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하지만, 파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일이 그들 사이에 있었으니 조지아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안은 채 파티에 간다. 친구들과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조지아와 새뮤얼, 그러던 어느 순간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며 불이 꺼지고 핸드폰은 먹통이 된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찰나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파티원들을 공격한다.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집밖으로 뛰쳐 나와 보지만, 집밖은 아수라장이다. 아니, 지옥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모든 안드로이드가 사람들을 공격해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새뮤얼과 배가 많이 부른 조지아는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최대한 피해 숲 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군인이 지키는 수용시설에 당도한다. 

 

나름 편안하게 나날을 보내며 무인 지대를 통과해 배를 타고 EMP로 방어하고 있는 보스턴에 당도해 안전하다는 한국까지 가려는 계획을 짜는 새뮤얼, 하지만 어느 군인의 도발에 못 이겨 싸워선 그를 묵사발 내 버린다. 이내 쫓겨나는 새뮤얼과 조지아, 겨우겨우 찾아 낸 폐가를 뒤로 하고 오토바이를 구해 무인 지대를 빠르게 통과하려 한다. 너무나도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보스턴에 당도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안전한 한국까지 가 닿을 수 있을까?

 

현실 반영의 미덕, 허점 많은 스토리

 

안드로이드의 반란으로 초토화가 된 미국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는 인식 하에 궁극적으로 안전한 한국으로 향하는 두 주인공, 10여 년 전을 전후로 언제 어떤 식으로 갑자기 무너질지 모를 현재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할 때 가장 많이 쓰였던 게 '좀비'라면 이 영화는 '안드로이드'로 대체했다. 거기까진 나름 괜찮은 전략이다. '또 좀비야?'라는 말은 듣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아가 한국이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도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실제이기에 와닿는 면이 있다. 역시 여기까지도 괜찮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자 했으니 말이다. 디스토피아 SF가 현실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디스토피아 SF야말로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장르이다. 반드시 현실을 반영하고자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마더/안드로이드>의 몇몇 점에는 그런 미덕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엔 없는 게 너무 많다. 엄연히 스릴러 장르도 표방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는 액션과 서스펜스가 제로에 가깝다. 관객들이 영화적으로 바라는 것들이 없으니 비판 아닌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감성을 터치하며 예술 영화를 지향하지도 않으니, 말 그대로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스토리 라인에서 허점이 많다. 왜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칠드런 오브 맨>처럼 인류 최후의 희망인 아기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도 없고 <아이, 로봇>처럼 로봇에 일정 정도 초첨을 맞추게 되는 '로봇 3원칙' 같은 요소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새뮤얼과 조지아가 주로 생활하고 길을 나서는 곳인 '숲'의 아름다움 정도? 디스토피아 SF 스릴러 영화에서 아름다운 숲을 만끽하는 게 새로웠다는 아이러니. 

 

영화 안팎의 이야기들

 

영화 내에서도 등장하는데, 체코 출신의 SF 문학의 대부 '카렐 차페크'가 1921년에 출간한 <로숨 유니버셜 로봇>에서 인간 대신 일하는 기계를 묘사했는데 곧 '로봇'이다. 인류 최초로 로봇이라는 단어가 태어난 것이다. 체코어로 '노예' '고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현실을 반영해 SF 작품들을 만들어 낸 그다. 

 

<로숨 유니버셜 로봇>이 원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핵심을 가져와 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인간처럼 생겼고 말을 하며 피와 살이 있는 인공 생명체가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스토리 라인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안전한 곳이 존재하는 만큼 인류 멸망까지 가진 않는 것 같다. 그 점이 현실을 반영한 듯하면서도 영화적으론 폐착에 가깝다고 본다. 희망 한 점 없는 명백한 인류 멸망이 목전에 있다면 이와 같은 만듦새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를 둘러싼 이런저런 긍정과 부정 요소들을 뒤로 하고,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비록 영화가 볼 만하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깃거리와 함께 확실한 논란 거리까지 있다면, 시간을 내서 돈을 들여 극장까지 가 기다렸다가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전혀 없는 넷플릭스 같은 OTT에선 먹힌다는 반증이다. 

 

점점 영화를 대하는 관점이 바뀔 것 같다. 분명 <마더/안드로이드>의 한국 관련 논란은 의도한 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국 훌륭한 바이럴 마케팅 요소로 작용했다. 적어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OTT에선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둘러싼 요소들을 가지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바이럴이 성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 건 물론 영화 큐레이팅도 더 정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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