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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베니스 영화제가 점찍은 현실 밀착 디스토피아 <뉴 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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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뉴 오더>

 

 

영화 <뉴 오더> 포스터. ⓒ찬란

근미래의 멕시코, 고급 주택가의 어느 저택에서 마리안과 가족들 그리고 기라성 같은 지인들이 한데 모여 성대한 결혼 파티를 즐기고 있다. 하나같이 백인들 즉 메스티소로 보이는데, 곳곳에 원주민들로 보이는 하인도 있다. 와중에, 8년 전 하인 일을 그만뒀다는 이가 찾아와 꽤 큰돈을 구한다. 그의 아내이자 마리안 남매의 유모였던 이가 심장 판막 수술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마리안은 비록 결혼 파티 중이지만 차를 타고 집을 나서 유모에게로 향하는데,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전국적인 규모의 격렬한 시위가 가로막고 또 시위를 진입하기 위해 출동한 군대가 가로막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유모를 만난 마리안, 하지만 곧 그녀에게만 친절해 보이는 군대에 붙잡혀 집이 아닌 수용소로 끌려가 모진 짓을 당한다. 

 

한편, 결혼 파티가 치러지고 있던 마리안네 저택에 시위대가 쳐들어온다.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죽어 나가고, 곧바로 시위대에 동조한 저택의 하인들은 있는대로 금품을 훔친다. 사태가 종료되고 마리안의 남편과 오빠는 마리안을 찾으려 군 수뇌부에 부탁한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들려온다. 마리안은 어떻게 될까?

 

칸 3관왕 미셸 프랑코의 문제작

 

2010년대 들어 멕시코 영화는 세계 영화계의 중심으로 급부상한다. 이른바 '세 친구(Three Amigos)'로 불리는 알폰소 쿠아론(1961년생),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1963년생), 기예르모 델 토로(1964년생)의 존재 덕분일 테다. 각각 <그래비티> <로마>, <버드맨> <레버넌트>, <셰이프 오브 워터> 등으로 전 세계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1979년생으로, 이들보다 한 세대 뒤의 영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셸 프랑코'는 멕시코 영화가 전 세계 영화계에서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특출한 능력을 뽐내고 있다. 2009년 장편 데뷔를 이룩한 후 2~3년마다 꾸준히 영화를 내놓는 그녀, '칸의 딸'이라고 할 만한대 그도 그럴 것이 데뷔 후 내놓은 3작품이 각각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각본상,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녀의 최신작 <뉴 오더>는 칸이 아닌 베니스에서 주목해 <노마드랜드>가 황금사자상을 탔을 때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미셸 프랑코는 진정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거장으로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 감독으론 매우 어린 나이인 40대 초중반에 이룩한 업적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한편, <뉴 오더>는 그녀의 이전 작품들과 결을 같이하지만 훨씬 커진 규모를 자랑하는 디스토피아 스릴러 장르다. 

 

극심한 빈부격차, 계급 문제, 그리고...?

 

멕시코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세계 최고 부호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카를로스 슬림'이 멕시코인인 게 아이러니할 정도인데, 멕시코 정부가 밝힌 2020년 기준 멕시코 빈곤률은 43.9%에 달한다. 전체 인구 1억 2,600만여 명 가운데 5,570만여 명이 빈곤층이라는 말이다. 이들 대다수가 살아가는 데 기본적인 것들조차 제대로 누리기는커녕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멕시코에는 부촌과 빈촌이 극명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지근 거리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영화 속 결혼 파티 현장의 부촌 이미지, 전국을 휩쓴 시위의 이유가 현실적으로 와닿으며 설명되고 이해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 영화가 보여 주고 말하려는 게 그게 전부라면 흥미는 덜했을 테고 충격도 덜했을 테다. 

 

영화는 생각지도 못한 길로 우리를 데려 간다. 빈부격차에서 시작되어 계급 문제에서만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전개하려는 게 아니라, 생존 게임에 내몰려 분열해 버린 이들의 현실 밀착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려 내고자 했다. 누구나 생각할 만한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승자도 패자도 없고 모두 불행해지는 사회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그런 사회가 도래했을지 모를 일이다. 

 

영화 안팎으로 파격이다

 

하여, <뉴 오더>는 영화 안팎으로 '파격'에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 안에서는 세상을 뒤흔들고 뒤바꾼 폭력의 소용돌이에서 결국 군대가 권력을 잡고 통제의 제일선에서 어쨋든 나뉜 승자와 패자 모두를 하나로 뭉뚱그려 버렸으니 말이다. 그들이 생각하고 행하는 짓은 알 수가 없다. 불가사의하다. 어찌 보면 '새로운 질서'라는 말에 가장 부합하는 양상이 아닌가도 싶다. 

 

그런가 하면, 영화 밖의 파격적인 면모는 영화 안의 그것과 연상선상에 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가 불쑥불쑥 찾아오기에 순간 멍하기도 하고, 또 그 전개가 대부분 기분을 매우 불쾌하게 만든다. 영화 속 세계의 파격을 보여 주고자 영화 자체를 파격적으로 가져간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선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것으로 본다. 아마도 불쾌한 기분을 갖는 분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만듦새는 최고급을 달린다. 베니스 영화제가 점찍기에 충분했다. 이토록 현실에 밀착한 근미래 디스토피아 스릴러를 본 기억이 없다. 디스토피아 장르라면 으레 보여 줘야 할 것 같은 요소들이 많은데, 이 영화에선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상황으로만 보여 줬을 뿐인데 치가 떨린다. 이런 세상이 오지 않길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