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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동성애는 틀렸다'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비극적 이야기 <프레이 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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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프레이 어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프레이 어웨이>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2013년 6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최대 전환 치료 단체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이하, '엑소더스')이 문을 닫았다. 이 단체는 녹록지 않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힘을 자랑했는데, 1976년에 시작되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250개 이상의 지부와 전 세계적으로 17개 국에 150개 이상의 지부를 두고 있었다. 그런 단체가 돌연 사과와 동시에 해산을 발표한 것이었다. 

 

'전환 치료'가 뭘 뜻하는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성적 지향 전환 치료' '동성애 치료'라고도 하는 전환 치료는, 개인의 성적 취향을 오직 이성애로 전환시킬 수 있다거나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탈동성애 운동'의 핵심 개념이다. 즉, 동성애를 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치료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프레이 어웨이>는 엑소더스의 창립자, 이사장, 부회장 출신 등 5명의 핵심 '전'탈동성애 운동가들 인터뷰를 통해 전환 치료의 실체와 폐해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런가 하면, 예전 한때 트렌스젠더였다가 지금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탈동성애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의 이야기도 심도 깊게 전하고 있다. 하여,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탈동성애 운동의 깊디 깊은 골을 추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성애는 '틀리다'라고 주장한 그들

 

엑소더스의 지도자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엔 자신들도 동성애자였으나 신앙의 힘으로 이성애자로 변할 수 있었다고 진실로 믿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들은 기독교적 교리를 밑바탕으로 자리 잡고는 하느님께서 태초에 만들어 주신 이성애자로서의 길을 가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해 준다는 목적이 있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슬프고 아픈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몇 십 년 전에는 훨씬 더 심했을 동성애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와 폭력, 당사자들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고 공동체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을 엑소더스 같은 탈동성애 운동 단체가 노렸다. 단, 앞에 단서를 달길 그들은 아프고 틀렸고 비정상이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꿰뚫어서는, 괜찮다고 틀리지 않았다고 그대로 충분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말하니 당사자들로서는 더욱더 끌렸을 것 같다. 사람이 건강하려고 약을 먹고 치료받는 것보다 아프지 않으려고 약을 먹고 치료받는 경우가 훨씬 더 방대하지 않겠는가.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엑소더스가 창립된 1976년 이전인 1974년에 이미 미국정신의학협회는 학술대회를 통해 동성애가 정신병이 아니라는 걸 확정지었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

 

<프레이 어웨이>가 심층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엑소더스의 창립자, 이사장, 부회장이었던 이들은 일찌감치 엑소더스를 나왔다. 그중 창립자 마이클 버시 같은 경우는 이른바 '탈'탈동성애 운동을 이끌고 있다. 자신의 잘못된 경험을 토대로 탈동성애 운동과 그에 따른 전환 치료라는 개념의 폐단과 폐해를 퍼뜨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그밖의 다른, 엑소더스의 전 핵심 관계자들 역시 뼈저리게 후회한다며 마이클 버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자신의 부정(不正)한 예전을 철저하게 부정(否定)하는 용기가 가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느님이 만들어 주셨든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든, 한 인간의 성적 취향 및 지향 그리고 정체성은 다양하며 모두 있는 그대로 '맞다'. 틀리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옳고 그름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작품의 주요 인터뷰이들이 깨달은 게 바로 이 지점이었을까. 즉, 그들은 동성애를 정녕 그릇된 것이고 하루 빨리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것일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일치하는 말이 있다.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 즉,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사람 앞에서 탈동성애를 외치고 행동으로 동성애를 치료했다고 했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동성에게 끌리는 자신을 주체하기 힘들다는 걸, 하여 이성애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죽을 만큼 힘들다는 걸. 그렇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은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직도 방식도 아닌 '믿음'의 문제

 

주지했듯, 작품에는 '제프리 리'라고 하는 전 트렌스젠더이자 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의 탈동성애 운동가가 주요하게 출현한다. 작품이 지향하는 결과 완전히 정반대되는 인물이라, 굉장히 특이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보이기도 한다. 엑소더스 창립자 마이클 버시가 예언처럼 말했듯, 동성애 혐오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새로운 엑소더스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도 방식도 문제가 되지 못하며, 동성애라는 게 잘못되었고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게 문제다.

 

현재 전 세계 그 어느 의학, 심리, 정신의학계에서도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규정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나아가 몇몇 나라에서는 탈동성애 운동과 전환 치료를 불법화시키기도 했다. 언젠가는 탈동성애 운동과 전환 치료가 범세계적으로 불법화되고, 나아가 범세계인의 의식 속에도 자리잡길 바란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프레이 어웨이>는 '당연하게도' 라이언 머피가 총괄 제작자로 참여했다. 넷플릭스와 다년 계약을 맺은 후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 LGBTQ 관련 작품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게 흥미롭다. 들여다보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면, '탈'탈동성애 운동의 일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보는 이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유지만, 그는 작품을 매우 '잘' 만들고자 하고 또 '잘' 만들기에 작품 자체의 재미로만 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라이언 머피 덕분에 적어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LGBTQ에 관한 의식이 어떤 식으로든 변하는 건 사실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들여다본다는 건, 그 자체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도, 비록 다큐멘터리이지만 여지없이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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