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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역대급 10대 마약왕의 기묘한 이야기 <샤이니_플레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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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샤이니_플레이크스: 나는 십 대에 마약왕이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이니_플레이크스> 포스터. ⓒ넷플릭스

 

얼마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시즌 3이 공개되었다. 수없이 많은 드라마 시리즈가 명멸하는 넷플릭스에서 당당하게 시즌 3까지 만들어져 공개되었다면, 자타공인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다. <다크> <바바리안> 등으로 심심찮게 눈에 띄었던 '독일 드라마'의 또 다른 성공 신화로 말이다. 그런데, 제목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이 드라마는 익히 알려져 있듯 오래지 않은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사고 파는 게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었던 것이다.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2015년 2월, 인터넷 사이트 '샤이니 플레이크스'를 운영했던 막시밀리안 슈미트가 전격 체포되었다. 그의 나이 불과 19살이었다. 그는 이른바 '마약왕'이었다. 

 

기가 막힌 부분들이 널려 있었다. 10대에 불과하다는 건 새 발의 피였고, 그는 혼자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의 침실에서 우편 배송을 이용해 마약 제국을 건설했고, 체포 당시 그의 침실에서 발견된 마약은 300kg이 넘었으며, 마약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지 14개월만에 1톤에 달하는 마약을 팔아 41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 범죄에 해당하는 사이즈였다. 

 

17세 소년의 마약 사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샤이니_플레이크스: 나는 십 대에 마약왕이 됐다>는 독일이 낳은 희대의 범죄 사건을 당사자 막시밀리안 슈미트의 입을 빌려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을 재밌게 본 이들이라면, 실화판이라고 할 만한 이 다큐멘터리가 또 다른 재미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할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2013년 말 독일 라이프치히, 17살 나이의 막시밀리안 슈미트는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의 자기 침실에서 마약 사업을 시작한다. 시작은 미미했다. 그 나이 또래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흔히 하는 장난과 호기심과 불법이 한데 섞인 짓이었다. 당사자인 막시밀리안 자신의 말을 빌리면, '한번 해 볼까? 진짜 가능할까? 재밌겠는데?' 하며 말이다.

 

그의 고유한 성격과 삶의 행태가 한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대면으로 만나는 친구들 없이, 가족과 함께 살지만 가족조차 대면하는 일 없이 혼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비대면 라이프를 영위하는 걸 즐겼다. 그런가 하면, 그가 아르바이트를 한 레스토랑의 사장 증언에 따르면 그는 매우 일을 잘했다고 한다. 아주 꼼꼼하고 철저하게. 

 

인터넷으로 마약을 판다는 것

 

범죄 다큐멘터리에 범죄 피해자 또는 관계자가 아닌 가해 당사자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것도 무죄냐 유죄냐의 논란이 심각했거니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샤이니_플레이크스>의 주요 출연자는 다름 아닌 막시밀리안 슈미트인데, 심지어 당시 상황을 충실히 재연하는 데 본인이 직접 출현해 현실감을 높였다. 여기서 그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막시밀리안은 인터넷으로 마약을 판매한 게 왜 죄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 마약을 판매했던 일에 대해 전혀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행한 자신의 잘못이 아닌 협력자들의 잘못으로 체포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당당했으며 오히려 여유롭기까지 했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잘생기고 좋은 성격에 여유만만한 훈남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을 테다. 저간의 사정을 알고 난 후엔 그를 보고만 있어도 전율이 흐르는 기이한 체험을 할 것이다. 

 

연기인지 진짜인지 모를 그의 상태로, 그는 무시무시한 범죄 행각에 비해 말도 안 되는 형량을 받았는데 일반 교도소 아닌 소년 교도소로 보내져 7년(!)을 살게 되었으나 채 5년도 안 되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를 담당했던 정신과 의사가 나와 증언하는 바, 그의 심신이 미숙하다는 이유였다. 그 정도의 큰일을 두고 죄책감은 고사하고 일말의 죄의식조차 없는 그를 두고 누구도 제정신이라고 판단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하기엔 범죄 행각이 너무나도 치밀하고 계획적이라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마약왕의 평범성

 

막시밀리안이 치밀했다는 점은 또 발견되었는데, 바로 '비트코인'과 관련되어 있다. 그는 인터넷으로 마약을 팔고는 비트코인으로 돈을 받았던 것이다. 유통시킨 마약의 양에 따라 그가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돈의 양을 유추해 볼 순 있겠지만 정확하게 알 수도 또 추적할 수도 없다. 그도 발뺌하고 있고 말이다. 그가 그토록 여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는 가석방 이후 20대 중반의 나이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보인다.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일상을 영위하는 그런 생활 말이다. 그런데, 그때 그 범죄 행각에 관한 몇몇 부분에선 확실하게 답을 하지 못하거나 얼버무리는 행태를 보인다. 철저하게,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떠올리기도 마주하기도 싫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보기 드물게 복합적인 인물인 것 같다. 도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샤이니_플레이크스>는 여러 측면에서 감상할 수 있다. 10대 문화, 막시밀리안 개인, 인터넷, 범죄, 마약, 처벌 등 모든 측면이 조금씩 녹아들어 있어 흥미롭기도 하고 어느 하나에 집중되어 있지 않아 추상적이기도 하다. 이중 하나를 뽑자면 '막시밀리안'일 듯한데, 다른 측면들은 사실 드라마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으로 훨씬 더 재밌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시밀리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즉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겉으로 보이기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그만이 아는 그 무엇이 그를 평생동안 사로잡지 않을까 싶다. 안타까운 걸까, 사필귀정의 수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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