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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장르적 오락적 재미 확실한, 클리셰의 향연을 맛보라 <투모로우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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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투모로우 워>

 

영화 <투모로우 워> 포스터. ⓒ아마존 스튜디오

 

2014년 <레고 무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리고 2015년 <쥬라기 월드>로 혜성같이 등장해 그야말로 할리우드를 씹어 먹었던 '크리스 프랫', 이후 세 영화 모두 후속편까지 성공하며 인지도와 영향력과 인기를 수직상승시켰다. 나아가 <어벤져스> 시리즈에도 주요 멤버 중 하나로 편입되어 활약을 이어갔다. 2021년 지금, <쥬라기 월드>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세 번째 이야기를 앞두고 있다.

 

물론, 그가 그를 성공으로 이끈 세 작품 정도의 후속편에만 출연하는 건 아니다. 종종 새로운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는데, '망했다'라고 표현할 만한 작품은 없었다. 그의 흥행불패 신화는 계속되는 중이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와중, 크리스 프랫도 최초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는 작품이 나왔다. 아마존 프라임으로 송출되는 <투모로우 워>가 그 작품이다. 

 

파라마운트에서 만든 이 작품은 본래 작년 말경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가, 코로나 판데믹 여파로 전략을 선회했고 아마존 프라임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레고 배트맨 무비>를 연출했던 크리스 맥케이가 메가폰을 잡은 SF 액션 블록버스터로, 2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 7월 초에 공개된 후 단기간 내에 아마존 프라임 역대 최고 수익을 창출했다고 한다. 당연히 곧바로 후속편 이야기가 오갔고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후대를 위해 미래의 전쟁터로 향하다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인 2022년 12월, 댄 포레스터(크리스 프랫 분)네 집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다. 기분 좋은 날, 댄은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 취업에 실패하고 만다. 그가 군 경력 외에 민간 부문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나는 특별한 일을 할 운명'이라고 자기위로를 하는 댄, 그때 축구 경기장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경기장에 갑자기 형형색색의 섬광이 나타나더니 군인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30년 후인 2051년에서 왔으며 외계인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류는 11개월 후 전멸될 것이니, 후대를 위해 미래로 가서 외계인과의 전쟁에 참전할 것을 호소한다. 1년 뒤, 선별된 50%의 사람들이 '점프링크'를 통해 미래로 가 미래의 사람들과 함께 싸우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 중 무사히 돌아오는 건 극히 드물다. 하여, 세계 곳곳에선 격렬한 반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댄은 징집되지 않은 채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징집되고 만다. 비록 그에겐 만능 공학자 아빠가 있어서 그의 도움으로 징집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어릴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나 버린 아빠한테 도움을 받기 싫은 댄이었다. 결국, 댄은 미래로 향한다. 그는 R 포스에 소속되어 연구원들을 구하고자 일행과 함께 연구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믿을 수 없이 강력한 괴생명체 화이트 스파이크와 맞딱뜨리는데... 댄은 무사히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현생 인류의 미래는? 그리고 미래 인류의 미래는?

 

좋든 나쁘든, 클리셰의 향연

 

<투모로우 워>는 극히 단순히 '크리스 프랫'이라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나가는 할리우드 배우에게 막대한 돈을 투자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 자체로 큰 족적을 남기긴 힘들어 보인다. 대놓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공한 SF 액션 영화들에게서 이것저것을 따왔으니 말이다. '오리지널' 느낌이 상당히 떨어진다. 

 

직접 보면 확실히 느낄 텐데, 이제 나열할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직접 보지 않아도 <투모로우 워>가 어떤 영화인지 대략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스타쉽 트루퍼스>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인디펜던스 데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인터스텔라> <쥬라기 월드> 등의 그림자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90년대 블록버스터 연출 스타일도 상당 부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클리셰'의 향연이라 할 만한데, 근미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부터 클리셰의 전형이거니와 비슷한 듯 다른 수많은 영화에서 분위기나 장면 연출이나 캐릭터 등을 부분부분 따왔으니 좋게 말하면 쉽고 부담 없을 테고 나쁘게 말하면 마구잡이 짬뽕이라 볼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할 테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클리셰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힘들 테고, 그즈음에서 좋게 받아들이거나 나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르적·오락적 재미가 확실해 다행

 

괜찮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영화가 겉멋이 들지 않았다는 거다. 대놓고 마음껏 클리셰의 향연을 벌이며 요즘 아닌 옛날 스타일의 블록버스터 느낌이 나는 게, 덕분에 차라리 비슷한 다른 블록버스터 SF 액션 영화보다 덜 기대하게 되고 덜 오그라들며 덜 실망하게 된다. 기대를 하지 않으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낄 만한 요소가 많은 것이다.

 

곳곳에서 구멍들이 눈에 띄지만, 장르적 재미는 확실했다. 잠재력을 훨씬 발산시킬 수 있었을 텐데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만큼 오락적 재미를 살린 영화도 흔치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면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시켜 줄 만한 능력이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기보다 호와 불호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에도 엄연히 미래와 현재, 생존, 반전, 가족 등의 키워드와 메시지가 있고 '괴생명체' 화이트 스파이크를 어떻게 상징화시키느냐에 따라 생각거리도 있을 수 있다.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여기저기에 철학·인문학적 상징들을 넣어 '제대로 된' SF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락 영화라면 오락 영화답게, 이런저런 말을 들어도 보는 이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흥행에 성공시키면 되는 게 아닌가?

 

후속편은 보다 큰 스케일로 보다 장르적·오락적 재미가 풍부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게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딱 그 방면을 바랄 뿐이다. 크리스 프랫,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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