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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읽기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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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읽기]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21세기 북스

이런 경험들 한 번씩 있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진 않더라도 주위에서 흔히 보거나 들을 수 있다. 


똑같이 햇볕이 쨍쨍한 날이었다. 어떤 날에는 기분이 좋은 일이 있어서 쨍쨍한 햇볕이 반갑게 느껴진다. 반면 어떤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쨍쨍한 햇볕이 따갑게만 느껴진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프레임이 변한 것이리라. 


버스를 탔는데 전부 앉아 있었고 내가 서 있게 된 첫 사람인 것이다. 이럴 때는 정말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뒤에 타게 되어 서있게 되는 사람들은 별다른 감응이 없다. 이건 금메달을 따지 못해 실망한 은메달리스트보다 4위를 면하고 메달리스트가 된 동메달리스트가 더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와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남자 밖에 없는 군대에서, 군인들은 여자라고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밖에 보지 못한다. 그렇게 제대를 하게 되면 그의 눈높이는 저 높이 올라가 있고, 그의 눈 앞에 보이는 여자는 과연 여자로 보일지 미지수이다.  그래서 제대하면 오히려 남자 쪽에서 여자친구를 찬다는 속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정도 사실이다. 프레임에 갇혀 버린 슬픈 자화상이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프레임'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은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창이다. 세상 모든 일은 이 프레임으로 인해 행해지거나 혹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프레임은 여러 방면에서 쓰이고, 여러 방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쓰고 있고, 누군가가 나를 대할 때 그만의 프레임을 장착하고 있을 것이다. 


프레임은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21세기 북스)은 그 중에서도 프레임은 결국 '나'의 시선이라는 전제와 그러하기에 프레임을 제대로 알고 '나'를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는 점을 중심으로 잡고 있다. 즉, 모든 '나'들만 잘하면 된다고나 할까? 프레임의 속성 파악을 통해 모든 개개인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최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재무장 하겠다는 용기, 나는 이것이 지혜의 목적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직 한 가지, 우리 마음의 한계성, 그것에만 집중하고자 한다."(본문 속에서)


필자의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필자는 이 책 <프레임>을 약 2년 전에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서평을 쓰던 시절이 아니기에 그냥 자기계발 혹은 재미에서 책의 가치를 발견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평을 자주 쓰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선과 생각이 서평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서평에 쓸, 이 책에 나오지 않은 사례들을 생각해 보느냐고 책을 읽는 도중 메모를 하곤 했다. 2년 전과 지금 필자의 책을 읽을 때 프레임은 완전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계속 글감을 생각하다보니 세상만사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관심의 영역은 거시적에서 미시적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래도 독자(?)분들이 디테일한 측면을 더 높게 평가해주시고 더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프레임을 알고 그 한계성에 집중해 최상의 프레임을 찾을 것을 바라는 마음이 저자의 마음일 것이다. 


정치 프레임을 말하다


이 책에서는 정치 프레임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선거에 프레임이 이용된다는 짤막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프레임'을 말할 때 정치, 그 중에서도 선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작년 2012년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졌다. 역시나 큰 틀에서, 새누리당의 보수와 민주당의 진보의 프레임이 맞섰다. 그리고 겉으로는 박근혜 대 문재인이었지만, 프레임 상으로 볼 때는 박정희 대 노무현이었다는 관측이었다. 여기에 정책상으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이슈들을 끌어들였지만 두 진영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이 두 진영 간에 서로를 두고 벌인 프레임 전쟁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이명박근혜라 칭하는 보수 일로 정권의 연장이냐, 실패한 노무현 참여정부의 후속판이냐"


한 마디로 미래에 대한 비전은 뒤로 한 채 서로를 향한 부정과 반대, 비난의 프레임만이 판을 쳤다. 물론 정치 프레임 전략에 있어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하는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지만, 도가 지나치다 못해 공멸의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이는 한국 정치의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동이었다. 


대선이 끝난 지 8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국정원이 쟁점이었지만, 얼마전 터진 이석기 사건으로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즉, 어떤 사안을 국정의 최우선 쟁점으로 삼아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국정원 사건과 이석기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마도 두 진영에서 더 관심을 갖는 사안이 다를 것이라고 본다. 이 또한 우리나라 정치의 프레임 전쟁에서 빠지지 않는 색깔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문적인 부담감을 없애기 위한 과도한 사례들


책은 200여 쪽의 소책자 수준이다. 그렇지만 약 40가지가 넘는 프레임 관련 사례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나'부터 시작해서 '현재', '이름', '변화'에 대한 프레임을 관련 논문 사례와 이론과 실험들로 풀어 쓰고 있다. 여기에 저자 자신의 사례들과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되는 사례들을 넣어줘, 학문적인 부담감을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 


반면 이들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막강한 사례들로 인해 충분하고 넘치는 재미는 보장하고 있지만,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통찰보다는 대중적인 시선에 맞춘 듯한 느낌. 책의 2/3이 단순 리서치 결과로 채워진 느낌. 결정적으로 자기계발서라는 포지션에 맞게 억지로 꿰어맞춘 듯한 느낌. 이런 여러 좋지 않은 느낌들 때문에 읽을 수록 좋은 사례들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듯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사실들을 새로 알게 해주거나, 다시금 상기 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필자부터라도 이 책을 다시 읽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소한 '프레임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저자의 말은 인정할 만하다. 


프레임 - 8점
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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