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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청춘의 청춘에 의한 청춘을 위한 청춘 응원가 <액션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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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액션히어로>

 

영화 <액션히어로> 포스터. ⓒ트리플픽쳐스

 

노란 도복을 자주 입고 다니며 홍콩 액션 영화 꿈을 자주 꾸는 삭발 대학생 주성은 액션 배우가 되는 게 꿈인 사회복지학과 학생이지만, 남들 하는 것처럼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그래도 꿈을 저버리지 않고 무술 동아리 회원을 모집해 보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연극영화과 청강을 하게 되었고, 찬열과 함께 조별 과제로 영화 촬영을 하다가, 우연히 연극영화과 차옥주 교수 앞으로 온 입시 비리 협박 편지를 발견한다. 주성은 이 협박 편지를 가지고 영화를 찍어 보고자 한다. 

 

차 교수는 입시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노예 같은 조교 선아에게 실기 시험 조작을 시킨다. 같은 조교실의 다른 조교 재우가 알아채고 말았다. 그녀는 과거 한때 <액션히어로>라는 단편의 주인공을 맡아 활약한 적도 있는 꿈 많은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노예보다 못한 조교로 알바까지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한편, 차 교수는 자신한테 온 협박 편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협박범이 시키는 대로, 3000만원을 뽑아 쓰레기장으로 갔는데 그곳에 다름 아닌 주성과 찬열이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그 상황을 영화로 찍으려 했고, 차 교수는 그들을 협박범으로 오인한다. 협박범은 돈이 급히 필요한 재우였는데 말이다. 상황은 점점 꼬여 갈 뿐이다. 주성과 찬열은 무사히 영화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 오해는 잘 풀어질까? 차 교수는 응당한 대가를 받을까?

 

MZ세대의 '공정' 키워드와 공명하려는 영화

 

2020년대 들어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사회 전반을 강타했다. 특히,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데 세상이 그렇게 하게 허락하지 않는 것 같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말이다.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 듯한데, 있는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게 불법으로 권력과 부를 축적하는 걸 보고 있기가 힘들다. 여태까지 그래 왔을 것이고 지금도 그리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면, 이젠 사슬을 끊을 때가 되지 않겠는가? 

 

<액션히어로>는 '부정입학'이라는 심각하고 큰 소재를 중심에 뒀지만 매우 발랄하고 엉뚱하며 웃음까지 만발한 시원시원한 분위기가 압도하는 영화이다. MZ세대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할 테고 MZ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할 테다. 힘들고 암울하고 고통스러울 청춘이지만, 꿈을 버리지 않되 현실에 두 발을 단단히 두고 있으려는 균형 어린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요즘 세대 말이다. 

 

영화는 젊은이들만이 가지고 있고 내뿜을 수 있는 활기가 지배하고 있다. 젊은이만의 활기라 하면 힘이 주체할 수 없이 넘치고 나름의 논리로 똘똘 뭉쳐 있으며 누가 뭐래도 나아가는 추진력으로 가득차 있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지하기만 한 활기와 발랄하기만 한 활기를 지나 균형을 잡으려는 활기가 있다. 거기엔 '네 편과 내 편'을 가리려는 마음 대신 '공정과 불공정'을 가려 내려는 마음이 있다. 

 

<족구왕>을 잇는 청춘 응원가

 

벌써 7년 전이다. 지난 2014년 한국독립영화계에 새롭고 신기한 녀석(?)이 나왔었다.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고 있는 <족구왕>이라는 이름의 영화 말이다. 군 제대 이후 공무원 시험 준비는 안 하고 족구에 빠진 복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고단한 헬조선 청춘을 싱그럽고 희망 차게 그려 냈다. 청춘 응원가의 한 전형을 만들어 낸 <족구왕>이 <액션히어로>에서 보인다. 

 

그렇다, 누가 뭐래도 <액션히어로>는 진심으로 청춘을 응원하는 '청춘 응원가'이다. 누구보다 힘차게 꿈을 꿨지만 어느새 꿈은 고이 접어 둔 채 현실의 감옥에 갇혀 발버둥칠 수밖에 없는 청춘을 말이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세상일까, 기성세대일까, 그들 자신일까. 영화는 어느 하나의 탓을 하기보다 묵묵히 꿈을 지켜 나가려는 주성의 이야기를 보여 주는 데 포인트를 맞춘다. 

 

그래도 할 건 하고 넘어 가야 하니,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도 자책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세차게 질타한다. 그렇다고 기성세대의 잘못을 이용해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려는 현 세대의 모습을 좋게 보려 하지도 않는다. 영화로 남겨 언제든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려는 주성의 우연한 의도야말로 이 영화 <액션히어로>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하겠다. 

 

'액션' 그리고 '히어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이름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배우는 주성으로 분한 이석형, 2014년에 데뷔해 매우 많이 얼굴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눈에 낯이 있다. 안재홍 배우가 얼굴을 알리고 연기를 알리는 데 <족구왕>이 큰 역할을 했듯 <액션히어로>가 이석형 배우의 연기 인생에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 

 

<액션히어로>는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리라 본다. 지난 7월 말경에 폐회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배우상을 포함한 4관왕으로 영화제 최대 수혜자이자 화제작으로 우뚝 솟아올랐던 바 있다. 비록 그만큼의 흥행이 따라와 주진 못하고 있지만, 이런 류의 영화 특성상 극장보다 안방극장에서 훨씬 더 큰 흥행을 할 거라 본다. 그러니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보면 좋을 테다. 

 

이제까지 어찌 보면 '히어로'에 더 방점을 찍어 스토리와 상징으로 영화를 소개했다면, 영화가 '액션'에 결정적인 한방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주성의 꿈속 장면이자 홍콩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인 듯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어설픈 듯 촌스러운 듯하다가도 액션만 펼쳐지면 '장난 없다'. 생각지도 못한 호쾌하고 정교한 홍콩식 액션이 눈길을 끈다. 감독의 의중이 바로 이 액션에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감독이 생각하는 이 영화는 '청춘 액션'이지 않을까. 

 

히어로만 있었으면, 즉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영화였으면 이만큼의 퀄리티이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액션이 더해져, 즉 영화 전체를 하나의 줄기가 잡아 줘서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액션 히어로' 말이다. 가히, 처음부터 끝까지 A부터 Z까지 은근 촘촘하고 정교하게 계획되어 짜여진 영리하고 똑똑한 영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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