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캐시트럭>
제이슨 스타뎀, 50이 넘은 나이에도 액션 스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는 할리우드의 독보적 캐릭터다. 1990년대 중반까지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로 활약한 경력의 그는, 1998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 깜짝 주연으로 발탁되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전까진 B급 느낌이 강했다면, 2010년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전격 합류하며 전성기를 경신하는 동시에 메이저 작품에도 적격인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가이 리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로 연출 데뷔를 해 역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제이슨 스타뎀을 페르소나로 두 작품을 더 함께했다.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은 서로가 서로의 원형을 만드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후 가이 리치는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꾸준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들어 평론과 흥행 양면에서 양호한 편이다.
영화 <캐시트럭>은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이 2005년 <리볼버> 이후 자그마치 16년 만에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초기 페르소나 제이슨 스타뎀을 데려와 '이런 게 가이 리치 영화다'라고 못을 박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작년 <젠틀맨>으로 가이 리치 초기작의 스멜을 물씬 풍기며 호평을 받고 흥행에서도 쏠쏠했는데, <캐시트럭>으로 그 분위기를 이어가려 한 듯하다.
분노로 중무장한 H의 위장 취업
현금 호송 차량을 노린 무장 강도 집단에게 아들을 무참히 잃고 자신도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난 H, 그는 조직의 보스이기도 한 바 분노에 휩싸여 조직을 총동원해 아들을 살해한 무장 강도 집단을 찾지만 쉽지 않다. 그가 가는 길마다 쑥대밭이 되니, 계속 이런 식이라면 자칫 조직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H는 다른 방도를 찾기로 한다.
H는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을 한다. 다름 아닌 그의 아들을 죽이고 그를 다치게 한 그들이 노렸던 현금 호송 차량의 회사 말이다. 그곳에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무장 강도 집단이 또다시 현금 호송 차량을 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취업할 땐 간신히 합격한 듯 보였지만, 강도들을 연달아 만나 철저하게 응징하며 에이스로 우뚝서는 H다.
그러며 아들을 죽인 범인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H. 한편, 현금 호송 차량의 돈을 갈취하며 H의 아들을 죽이고 H도 거의 죽음까지 몰아갔던 무장 강도 집단의 사연도 펼쳐진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들로 지금은 별 볼 일 없이 지내고 있다. 총알보다 더 위험하다는 권태를 버티며 적을 찾고 있는 그들, 한 건 두 건 남의 돈을 훔치며 스케일이 점점 커져 가는데...
초심으로 돌아간 가이 리치
영화 <캐시트럭>은 2004년도 프랑스 영화 <Le Convoyeur>을 리메이크했는데,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의 모국인 영국에선 <Dark Spirit>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고 미국에선 <Wrath of Man>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각각 제목이 현금 호송 차량, 호송 책임자, 어둠의 영혼, 남자의 분노이다. 각국의 배급사가 각국의 관객들 호응도에 맞게 제목을 단 것 같다. 미국의 제목이 걸맞는 듯하다.
2010년대 들어 코믹 액션에 일가견을 보이는 제이슨 스타뎀, 이 영화도 코믹까지 곁들여 있진 않을지라도 치고박는 화려한 액션이 주를 이룰 거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니다, 그런 스타일과는 결이 다르다. 가이 리치밖에 하기 힘든 '가이 리치 스타일'이 집대성되었다. 리얼리티한 하드보일드 액션, 캐릭터와 시점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전개와 편집 방식, 은근한 개그까지.
가이 리치가 초심으로 돌아갔다, 가이 리치가 가이 리치했다, 가이 리치가 돌아왔다는 등 긍정적인 수식어를 붙일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 줬다. 제이슨 스타뎀은 언제나 그렇듯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액션 장인으로서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 주는데, 큰 동작 없이 깔끔하면서도 매섭기 이를 데 없는 타격감을 선보인다.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은 단순히 서로 잘 맞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화학 작용이 영화 내내 뿜어져 나온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작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랜만에 볼 만한 범죄 스릴러
영화를 들여다보면, 나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이라고 할 만한대 그래서인지 주인공 H에게 100퍼센트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납치된 딸을 찾아 나쁜 놈들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이자 이 시대의 아버지를 그린 영화 <테이큰>류와는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캐시트럭>은 영화 전체를 살펴야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다.
H는 화끈한 복수가 아닌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고 실현에 옮긴다. 이성만으로 목표만 쫓는 것이다. 그에 발맞춰 무장 강도 집단도 화끈한 강도가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강도를 벌이려 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H뿐만 아니라 무장 강도 집단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이유가, 그들의 치밀한 강도 계획이 마치 케이퍼 무비의 그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가이 리치의 스타일을 한껏 살린 장면이다.
오랜만에 아주 볼 만한 범죄 액션 아닌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를 접했다. 작년에 나온 <잰틀맨>이 가이 리치식 스타일로선 한 수 위라고 생각하지만, '제이슨 스타뎀'이라는 장르가 곁들여진 <캐시트럭>도 여러 모로 볼 만한 구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가이 리치도 기대되고 제이슨 스타뎀도 기대된다. 50대에 들어선 이들의 계속되는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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