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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 최악의 입시 부정 사기, 진짜 가해자는...? <부정 입학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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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부정 입학 스캔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부정 입학 스캔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2019년 3월 12일 미국 역대 최악의 입시 비리 스캔들이 적발되었다.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은 물론 부유층과 사회지도층들이 다수 연류된 초대형 스캔들로, 그 중심엔 입시 코디네이터 '윌리엄 릭 싱어'가 있었다. 그는 본래 상담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를 취득한 후 한 고등학교에서 스포츠 코치로 일했었다. 이후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사업적 기질을 뽐내다가 2007년부터 '더 키'라는 회사를 세워 CEO로서 본격적으로 입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2011년 무렵 본격적인 입시 비리가 시작되었는데, '더 키 월드와이드'라는 비영리 재단을 세운 게 발단이었다. 설립 취지는 '전 세계 소외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좋은 대학을 원하는 부모들을 타깃으로, 그들에게서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후 명문 대학교의 학교 관계자, 시험 감독관, 운동부 코치 등에게 뇌물을 뿌린 것이다. 이른바 '옆문(side door)'의 방식이었다. 앞문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봐서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 뒷문은 기여입학제로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 입학 스캔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는 '릭 싱어'의 행적을 중심으로 미국 역대 최악의 입시 비리 스캔들의 전모를 파헤친다. 작품은 흔히 보기 힘든 방식을 택했는데,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재연 배우들이 역시 100%에 가까운 실제 대화로 사건을 재연한 것이다. 유명한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아 재밌었고, 해당 사건의 전문가들이 상황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았다. 

 

릭 싱어의 '옆문' 전략

 

한국은 '3불(不) 정책'이라고 해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그리고 기여입학제를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 본고사는 수험생 모두가 같은 문제를 푸는 게 아닌 대학교가 자체적으로 내는 문제로 신입생을 선발하기에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고, 고교등급제는 대입 전형에 있어 고등학교가 자체적으로 부여한 등급을 반영하기에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기여입학제는 어떨까? 대학 출신으로 기부를 많이 했거나 학교 발전에 공로가 큰 사람의 후손을 무시험으로 합격시켜 주는 제도이다. 당연하다시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이는데, 미국에서는 보란 듯이 채택해 수많은 이가 혜택을 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볼 테다.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기부를 한 동문의 자녀에게 입학의 기회를 주는 것인데, 무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릭 싱어가 바로 이 기여입학제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흔히 뒷문이라 불리는 기여입학제, 위에서 말했든 조건이 필요한데 그것들과는 비교불가의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천문학적인 돈,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알아 주는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기 위해선 족히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조건 입학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릭 싱어는 옆문을 이용해 고작(?) 수십 만 달러만으로 보란 듯이 아이비리그에 아이들을 합격시켜 줬다. 돈 좀 있다는 부모들이 벌떼처럼 달려 들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더욱이 릭 싱어가 자기만 믿으라고, 오랫동안 이 짓을 해 왔지만 한 번도 새나간 적이 없었다고, 적은 돈으로 아이들을 '무조건'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말이다.

 

부정 입학 사기 행각의 수법들

 

릭 싱어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사기 행각을 벌였던 걸까. 제아무리 인맥이 엄청나다고 해도, 뇌물을 먹여 구워삶았다고 해도, 정작 입학할 아이들의 성적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고 무엇 하나 특기도 없는데 말이다. 이 지점에서 릭 싱어의 장기(?)가 빛을 발한다. 사실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행각인데, 그래서 오히려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는 대리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답안지를 바꿔치기 하기도 했다. 이에 선행된 수법이 있는데, 부모들로 하여금 자녀에게 학습 장애가 있다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하여 따로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시험 시간을 연장하게 한다. 릭 싱어와 함께 체포된 이 사기 행각의 '브레인' 마크 리들이 대리시험을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를 나온 수재로, 릭 싱어와 함께 대리시험의 점수까지 치밀하게 조작했다. 

 

또 다른, 기막힌 부정 입학 방법이 있다. 자못 웃기기 짝이 없는데, 체육특기생 전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신체 조건을 조작하는 건 당연하고,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하기도 했다. 운동의 '운' 자도 모르는 아이가 미국 최고 명문대 운동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하는 보고도 믿기 힘들고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일어났던 거다. 

 

물론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은 관계자를 매수하는 방법이었다. 명문대 운동부 감독 또는 코치에게 뇌물을 안기고, 그들로 하여금 상부에 릭 싱어가 부탁한 학생을 추천하는 형식이었다. 릭 싱어는 당연히 입을 다물 테고, 감독 또는 코치도 당연히 입을 다물 것이며,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은 전말을 알 도리가 없고 대학교 측에서도 알기 힘들었다.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일 릭 싱어의 초거대 부정 입학 스캔들, 이해하기 힘들지만 공식적인 피해자가 존재한다. 바로, '대학교'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기부를 받고 추천된 학생들을 입학시켰을 뿐인데, 실상 기부가 아닌 나쁜 돈이었고 입학시킨 학생들은 제대로 되지 않은 또는 원하지 않는 이들이었던 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과연 이 스캔들에서 대학교가 피해자일까? 작품도 그렇고, 작품을 보는 이들도 그렇고, 어느 누구도 대학교를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다. 대학교야말로 진정한 가해자가 아닌가 싶다. 

 

정확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군대에 들어가 지내다가 사고 아닌 사건으로 죽은 병사가 있다면 사건의 당사자들이 가해자이고 피해자일까? 아니다, 개중엔 가해자가 없다. 실상은 모두 피해자일 뿐이다. '군대' 자체야말로 진정한 가해자가 아닌가. 이 스캔들도 마찬가지다. 소위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대들, 매년마다 미국 내 최고 대학 순위 그리고 전 세계 최고 대학 순위에서 빠짐없이 톱랭커 자리를 지킨다. 학생들, 부모들은 너나 없이 톱랭커 명문대를 들어가고 싶어 한다. 사회도, 시대도 원하는 그곳에 들어가면 인생이 피니까. 

 

물론 모든 명문대들이 허울만 번지르르한 속 빈 강정은 절대 아니다. 그 어떤 대학보다 출중한 역사와 전통과 실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내세워 자기네들이 세상을 만들고 이끌고 정립하는 유일한 '정답'인양 풍토와 문화를 조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위 'SKY' 세 대학교가 공고히 쌓아 올린 명성으로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한국 사회의 '정답'으로 군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대의 가치나 요구에 따라 어느 면에서는 그들 명문대보다 훨씬 '좋은' 또는 '올바른' 대학도 많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씁쓸하기 짝이 없다. 릭 싱어를 비롯한 일당과 더불어 이 스캔들의 핵심일 부모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걸릴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려 했던 건, 그게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 때문일 테다. 그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시간이 해결해 줄 테고, 자식들은 명문대에 입학해 역시 시간이 흐르면 누구보다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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