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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르몬교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의 기막힌 전모 <모르몬교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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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모르몬교 살인사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모르몬교 살인사건> 포스터. ⓒ넷플릭스

 

1985년 10월 15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제폭탄으로 2명이 사망한 것이다. 솔트레이크시티뿐만 아니라 유타주 전역 나아가 미국을 일순간 벌벌 떨게 한 이 사건으로 사망한 이는, 스티브 크리스텐슨과 그의 옛 파트너인 게리 시츠의 부인 캐시 시츠였다. 캐시의 경우, 남편 게리 시츠를 노린 폭탄 테러에 대신 희생된 것이었다고 밝혀진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 사제폭탄이 노린 두 인물이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일명 '모르몬교'와 관련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사제폭탄 폭발로 한 명이 중상을 당한다. 소포로 폭발한 앞선 두 사건과 달리 자동차에서 터졌는데, 차에 타고 있던 마크 호프만이 크게 다치고 말았다.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들이 모두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 수사를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모르몬교 살인사건>은 35년 여 전에 일어난 희대의 사건 '모르몬교 살인사건'의 막전막후를 다룬다. 모르몬교 관련자가 테러로 사망했기에 모르몬교 공동체에 크나큰 충격을 안긴 건 물론, 사건 이면에 있는 이야기들과 범인의 충격적인 실체와 관련해 모르몬교의 역사적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건이었다. 거기엔 어떤 이야기가 있었고, 범인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또 모르몬교의 근간이 흔들릴 만한 건 무엇일까.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다. 

 

모르몬교의 역사를 뒤흔드는 문헌들

 

작품은 사건 발생 5년 전부터 시작한다. 1980년 당시, 모르몬교는 자신들의 역사적 근간 또는 기원을 찾길 원했다. 열성적으로 혈안이 되어 관련 문헌을 찾고 있을 때, 문헌 수집상 마크 호프만이 '짜잔' 하고 나타나 갈증을 해소해 줬다. 교회 고위층은 그와 가깝게 지내기도 했는데, 마크는 모르몬교 관련 문헌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와 관련된 중요 문헌들도 취급하며 유타주 전역에 이름을 떨친다. 

 

그러던 중, 마크는 '흰 도롱뇽 편지'라 불리는 희대의 문헌을 발견한다. 모르몬교의 창시자이자 선지자 '조셉 스미스'가 기도 후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고 이후 모로나이라는 천사의 명령에 따라 '모르몬경'이라는 책을 번역해 출판하고 기존의 어느 교파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는 모르몬교의 공식 역사를 뒤흔드는 문헌이었다. '흰 도롱뇽 편지'에는 모로나이라는 천사가 아닌 도롱뇽의 명령에 따라 조셉 스미스가 책을 번역 출판하고 교회를 세웠다고 되어 있다. 

 

모르몬교 측에서 자산관리자이자 고문헌수집가 스티브 크리스텐슨에게 의뢰했고, 그는 이 문헌을 큰 돈 들여 사서는 모르몬교 측에 기부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크는 '매클렐린 컬렉션'이라는 문헌을 찾아낸다. 이 또한 모르몬교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문헌으로, 조셉 스미스의 아내가 쓴 편지인데 모로나이라는 천사를 본 건 조셉 스미스가 아닌 그의 형이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문헌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모르몬교로선 큰 타격 정도가 아니라 공동체가 전체가 흔들릴 만했다. 

 

이 문서 역시 스티브가 사들이기로 했는데, 30만 달러의 거금이었다. 하여 스티브 크리스텐슨과 마크 호프만은 거래를 하기로 하는데, 바로 그날 스티브와 캐리가 사제폭탄으로 현장에서 폭사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다음 날엔 마크 역시 사제폭탄 폭발로 생사를 오갈 지경에 이르렀고 말이다. 왜 하필 그때, 매클렐린 컬렉션 거래 당일과 다음 날 거래 당사자들이 사제폭탄 폭발로 다치고 죽게 된 것일까? 그 사건들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고 또 어떤 사람과 어떤 곳이 연류되어 있는 것일까?

 

충격적인 살인사건과 이후...

 

누가 봐도 모르몬교 그리고 마크의 문헌들에 관련된 사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만큼, 관련자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중 최초의 타깃은 '새년 플립'이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마크 호프만의 사업 파트너로 항상 옆에 붙어 같이 다녔던 인물이다. 하필 그의 집에서 사제 폭탄 만드는 법 관련 책이 나왔고 또 불법 총기류도 다량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사제폭탄 폭발범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그는 꾸준히 결백을 말했고 풀려날 수 있었다. 

 

한편, 마크는 모르몬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심각한 상태를 넘겨 안정되어 퇴원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목격자에 의해 사제폭탄 소포를 가져온 범인의 인상착의가 밝혀졌는데, 다름 아닌 마크와 일치하는 면이 있었다. 곧바로 마크의 집을 집중수색했고, 녹색 점퍼와 위조품들이 발견했다. 하지만 사제폭탄에 관련된 것들을 찾진 못했다. 여하튼 사제폭탄 폭발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마크 호프만이라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그가 모르몬교를 상대로 거대한 사기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에서 모르몬교의 역사와 근간을 뒤흔들 문헌들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제목인 '모르몬교 살인사건'은 사건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주체를 '모르몬교'로 보게 하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이 사건과 다큐멘터리의 주체는 '마크 호프만'이다. 그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 심리와 과정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일 텐데, 한 부당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3부작에 불과한 길이에 자세하게 다룰 수 있을진 불분명하다. 

 

하지만, 모르몬교가 어떤 종교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또 알고 싶지도 않은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선 모르몬교보다 마크 호프만이라는 사람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범죄 다큐멘터리에선 통상적으로 범죄 당사자를 더 조명하기 마련인가 보다. 그렇지만 피해자를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종종 피해자를 너무나도 객체화시키는 범죄 다큐멘터리들이 있는데, 이 작품이 그러하진 않는지 고찰해 볼 필요는 있겠다. 

 

마크 호프만 이야기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여가 흐른 1987년 1월 23일 마크 호프만은 위조 및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 독실한 모르몬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14살 때 신앙을 잃었다고 한다. 이후 빙퉁그러진 성향을 지니게 된 그, 남을 속이고 기만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과정에서 크나큰 희열을 느낀 것이다. 이런 본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텐데, 마크의 경우 도를 지나친 장난을 넘어 범죄까지 나아갔지만 그는 그것이 '무해하고 실험적인 수준이었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진실이라고 인정받으면, 그것은 진실이 된다'고도 말했다. 

 

거기서 멈췄으면 그의 천재적인 솜씨에 흥미라도 돋았을 텐데, 태연하게 살인까지 저지르고도 뉘우침이 없는 모습을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는 무해하고 실험적인 수준일 뿐이라는 위조 범죄가 들킬까 봐 두려워 살인을 저지르고 만 것인데, 굉장히 모순되는 주장과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이 마크의 심리 상태에 대해 더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범죄 자체에 천착해 자세히 알 순 없어 아쉬운데,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내면에 문제가 있었던 건 확실해 보인다. 이를테면, '소시오패스'라든가 말이다. 

 

아내와 부모님은 물론, 가장 가까운 지인과 동료 그리고 이웃 주민들 모두 마크가 위조범이자 살인범일 거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고 못했다. 그 누구의 머릿속에 한 점의 의심도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여, 마크의 범죄는 직접적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간접적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믿음의 배신에서 오는 트라우마는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법이 아닌가. 작품 속에서 사건의 과정을 재조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마크의 아내와 지인과 동료들 모두 그와 그때를 기억하는 데 아주 힘들어했다. 

 

이쯤 되면 '모르몬교'는 안중에서 멀어져 있다. 가장 크고 직접적인 피해자 또는 피해집단이라고 하면 모르몬교일 텐데, 또 그런 시선으로만 보기가 힘든 게 마크의 위조 범죄 과정에서 모르몬교 측이 보인 대응 방법이 석연찮았기 때문이리라. 마크가 발견한 모르몬교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문헌들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니 말이다. 여하튼, 전혀 알지 못했던 흥미롭기 그지없는 사건인 건 분명하다. 이런 사건은, 알게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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