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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채로웠던 2020 F1 월드 챔피언십의 이모저모 <F1, 본능의 질주 시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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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F1, 본능의 질주> 시즌 3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 시즌 3> 포스터. ⓒ넷플릭스

 

어느덧 시즌 3까지 왔다. 처음 공개되었을 땐, 지극히 개인적인 팬심으로 'F1'의 안팎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F1, 본능의 질주 시즌 1>이 '2019년 한국이 가장 사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1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게 아닌가. 한국인이 F1에 관심이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자체가 수작이라는 얘기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 1에서는 최고의 컨스트럭터 두 팀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를 아예 볼 수 없었는데, 그 인기와 더불어 시즌 2에서 온전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1의 재미 요소였던 중하위권 팀들의 모습을 시즌 2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오히려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시즌 3에서는 '완전체'로 보여 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F1도 피해가지 못한 크나큰 악재가 있으니 '코로나 19'였다. 2019년 12월 1일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그랑프리로 막을 내린 2018 F1 월드 챔피언십은 피해 갈 수 있었지만, 2020년 3월 15일에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될 예정이었던 2019 F1 월드 챔피언십은 큰 차질을 빚을 게 명약관화했다. 결국, 개막전은 취소되었고 이후에도 몇 개월 동안 개최되지 못하다가 7월에 이으러 무관중으로 오스트리아 그랑프리를 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수많은 스포츠 경기들이 무기한으로 연기되는 것에 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하는 대회이니 만큼 코로나 19가 심한 곳에서는 개최를 취소하고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곳에서는 개최를 강행하는 전략을 펼친 걸로 보인다. 불행 중 다행이라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엄청난 돈이 투입되는 대회니 만큼 불안한 와중에 개최를 강행했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눈으로 보이는 듯하다. 하여, <F1, 본능의 질주 시즌 3>는 본래 역대 최다의 22개 그랑프리를 예정했지만 17개 그랑프리밖에 진행하지 못한 2020 F1 월드 챔피언십의 안팎을 전한다. 시즌 1, 2와는 또다른, 대회와 경기와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F1 역사에 남을 만한 혼전

 

F1 월드 챔피언십은, 알다시피 2014년 이후 메르세데스 천하다. 2019년까지 최초로 6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의 위업을 달성했고, 기어코 2020년까지 7년 연속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버렸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할 기록인데, 역시 드라이버 챔피언에 7회 올라서며 미하엘 슈마허와 어깨를 나란히 한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이 건재한 이상 계속될 거라는 게 더 무섭다. 메르세데스는 10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에 충분해 보이고, 루이스 해밀턴도 드라이버 챔피언 자리에 10회 오르는 것도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2020 F1 월드 챔피언십 역시 '누가 우승할까?' '어떤 팀이 우승할까?' 하는 궁금증보다 '누가 더 높이 올라갈까?' '어떤 팀이 더 높이 올라갈까?' 하는 궁금증이 더 일었다. 즉, 컨스트럭터나 드라이버 순위에서 챔피언 아래의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워 주길 바란 것이다. 그런 면에서 <F1, 본능의 질주> 시즌 1과 2는 싱거운 편이었다. 2016년부터 계속된 메르세데스, 페라리, 레드불의 삼파전이 컨스트럭터와 드라이버에서 여지없이 이어졌다. 2020년에는 달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0년은 F1 역사에 남을 만한 혼전이었다. 비록, 챔피언이 정해져 있다시피 했지만 말이다. 대회 초기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며 진행 자체를 힘들게 했는데, 중후반에서 그야말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갈 정도의 모습들을 보여 줬다. 그런가 하면, 개막도 하기 전과 진행 도중 컨스트럭터 '레이싱 포인트'의 새로운 차체에 대한 논란으로 F1의 본질을 뒤흔드는 논쟁이 이어졌고 드라이버들의 생각지도 못한 이적들이 컨스트럭터 사시에서 줄을 이었으며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F1의 본질을 뒤흔들 논쟁, 그리고 이적

 

우선, 레이싱 포인트는 개막 전 프리시즌 테스트에서 충격적인 차를 들고 왔는데 누가 봐도 메르세데스의 차를 완전히 베끼다시피 한 것이었다. 잘 베껴 왔는지 성적이 상당히 고무적이었고, 당당히 중상위권을 노릴 만해 보였다. 당연히 컨스트럭터 감독들이 대거 반발했고 FIA(국제자동차연맹)에 항의 및 재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능력껏 잘 베낀 게 불법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 라운드를 치르고 다시 항의했는데, 이번에는 브레이크 덕트 부분만을 걸고 넘어졌고 받아들여졌다. 레이싱 포인트는 벌금을 물고 15포인트를 토해 내야 했다. 항의한 팀들은 그들 대로 열받았고, 레이싱 포인트는 또 나름대로 억울했다. 와중에 메르세데스만 독야청청했는데, 실력도 최강 기술도 최강 여유도 최강이었다. 따라와 볼 테면 따라와 보라는 식이었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아랫것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남 탓 할 시간에 스스로의 실력을 기르면 될 일'이라는 메르세데스 감독의 말이 인상 깊다. 

 

어느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든 매 시즌 일어나는 일인데, 2020 F1에서도 여지없이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물론, 2020년이 아닌 2021년부터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시작할 선수들이었다. 빅타이틀 한 명의 이적에서 시작되어 파도를 타듯 이뤄진 이적들, 페라리의 오랜 중추였던 제바스티안 페텔이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레이싱 포인트(2021년부터 '에스턴 마틴'으로 개명)로 떠나게 된 것이다. 페라리로는 맥라렌의 중추 카를루스 사인츠 주니어가 오게 되었고, 맥라렌으로는 르노의 중추 다니엘 리카도가 오게 되었으며, 르노로는 은퇴했던 레전드 페르난도 알론소가 돌아오게 되었다.

 

문제는 제바스티안 페텔이 갑자기 가게 된 레이싱 포인트에서 부득이하게 한 명이 시트를 잃게 되었는데, 어이없게도 중추 세르히오 페레스가 그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다. 랜스 스트롤은 레이싱 포인트의 회장 로렌스 스트롤을 아버지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르히오 페레스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거취를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정말 잘 달렸고, 16라운드에선 커리어 첫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결국 드라이버 최종 순위 4위에 올랐고, 레드불에서 막스 베르스타펜의 파트너로 영입했다.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다채로웠던 2020 F1 월드 챔피언십을 다채롭게 그려내다

 

시즌 1에선 아예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를 볼 수 없었던 대신 그동안 전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던 중하위권 팀들과 선수들 이야기를 다양하게 듣고 볼 수 있었고, 시즌 2에선 F1이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양상과 선수들 개개인, 감독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깨알같이 들어가 재밌었던 반면, 시즌 3에선 전쟁 같은 경쟁 양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만년 챔피언 메르세데스와 만년 꼴지 윌리엄스가 잘 다뤄지지 않았고 중상위권 순위(3위)를 노린 세 팀(맥라렌, 르노, 레이싱 포인트)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처참하게 몰락한 페라리(최종 순위 6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윌리엄스는 단 1점도 올리지 못해 너무나도 안타까운 한 시즌을 보냈고, 페라리는 3년 연속 독보적인 2등 팀에서 6위로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그 중심에는 제바스티안 페텔의 몰락이 있었다. 그의 시대가 한순간에 저버린 걸까. 2010~2013년 4회 연속 챔피언의 위업을 달성한 위대한 드라이버가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몰락이 누군가에겐 상승으로 다가오고, 보는 이들은 하염없이 재미를 느낀다. 드라이버 최종 순위에서 4위 세르히오 페레스(125점)과 9위 랜도 노리스(97점)가 불과 30점도 차이 나지 않고, 컨스트럭터 최종 순위에서 3위 맥라렌(202점)과 5위 르노(181점)가 불과 20여 점 차이가 났을 뿐이었다. 한두 경기면 완전히 뒤집힐 정도의 점수 차이. 

 

하스의 로맹 그로장이 15라운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불길에 휩싸인 차에서 살아돌아온 장면은 F1 역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이었다. 그는 비록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었고,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세르히오 페레스와 루이스 해밀턴은 코로나 양성 판정으로 몇 경기 동안 뛰지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냈다. F1 그랑프리는 70주년을 맞이했고, 전통의 명가 페라리는 1000번째 그랑프리를 맞는 첫 번째 팀으로 축하를 받았다. 

 

여러모로 다채로웠던 2020 F1 월드 챔피언십, 작품은 그 다채로움을 최대한 담아 내 전하고자 노력한 것 같다. 너무 재밌었고, 어서 1년이 지나 차기 시즌을 돌려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 한편, 돌아가 시즌 1과 2를 다시 보는 것도 한껏 재밌을 것 같다. 이 작품만큼 박진감 넘치고 한편 비열하면서도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스포츠를 완벽에 가깝게 전하는 다큐멘터리가 또 있을까. 넷플릭스한테 간곡히 전하고 싶다. 또 다른 <F1, 본능의 질주>를 만들어 내라고, 언제든 보고 써서 전할 용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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