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 포스터. ⓒ넷플릭스
'옥토버페스트',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 테레지엔비제에서 매년 9월 말경부터 10월 초까지 대략 2주간 열리는 맥주 축제로 족히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1조 원이 훌쩍 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유명하다. 지금은 9월에 열리지만, 200여 년 전 최초엔 10월에 열려 'Octorber(10월)'+'Fest(축제)'의 개념으로 옥토버페스트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역사상 25번째로 축제가 취소되었다.
이 축제에는 뮌헨 시내에 위치한 맥주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6개 브랜드의 맥주만 유통된다. 순혈주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그중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파울라너'도 있다. 순혈주의임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라는 점에서 그 인기도와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다. 올해 축제가 취소되어 관계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관광객들은 실망감을 떠앉았을 것이다. 와중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래 줄 콘텐츠가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 1900년 옥토버페스트를 배경으로 현재의 옥토버페스트 모습을 갖추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실존인물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욕망과 욕망이 부딪히는 치열한 암투와 목숨을 건 사랑과 배신 등 화려한 축제의 비열한 뒷이야기를 보여 준다. 단백하고 직선적이며 단단한 느낌을 주는 '독일'의 드라마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오며 색다른 재미도 준다.
옥토버페스트를 둘러싼 운명의 소용돌이
1900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옥토버페스트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 날 뉘른베르크에서 성공한 사업가라 자처하는 커트 프랑크가 나타난다. 그는 옥토버페스트 운영위원을 찾아와서는 옥토버페스트 때 족히 수천 명은 들어갈 거대한 텐트를 만들 청사진을 건넨다. 하지만 옥토버페스트는 전통적으로 바이에른주 순혈주의, 뉘른베르크 사업가에게 내 줄 자리 따위는 없다. 프랑크는 운영위원의 가정사 치부를 빌미로 그를 부려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5개 부지에 해당하는 자리를 거대한 텐트로 채우려 한다. 하지만 프랑크의 계획은 차질을 빚는다.
4개의 부지 자리의 양조장들은 모두 넘어왔는데, 마지막 하나의 양조장 '다이벨 양조장'의 호플링거 가문 사람들은 넘어오지 않고 있다. 그들은 몇 대에 걸쳐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 오며 왕실에도 맥주를 납품하는지라 아무리 좋은 제안에도 넘어갈 수 없었다. 프랑크는 사람을 시켜 호플링거 가문의 다이벨 양조장을 파멸에 이르게 하려 한다. 와중에, 호플링거 가문의 장자 로만과 프랑크의 딸 클라라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옥토버페스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뮌헨 양조장협회장이 클라라에 반해 프랑크에 접근하고 프랑크는 클라라를 그에게 시집가게 하려 하지만, 그녀에겐 로만이 있었던 터 양조장협회장은 프랑크를 적대시하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클라라의 샤프롱으로 들어온 콜리나는 클라라가 임신하는 바람에 쫓겨나 다시 힘겨운 생활을 시작하고 다이벨 양조장의 안주인 마리아는 점점 더 힘겨워지는 삶을 간신히 부여 잡으며 나아가려 했으며 로만의 남동생 루트비히는 양조장과 여관 운영이 아닌 그림에 관심을 가진다. 결국 옥토버페스트가 열린다. 프랑크는 야망을 이룰 수 있을까? 클라라와 로만을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콜리나와 마리아는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얽히고설킨 운명의 소용돌이는 이들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갈망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는 원제 'Oktoberfest: Beer & Blood'에서 유추할 수 있듯 맥주와 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진중하고 긴장감 넘치는 시대극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갈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00년이라 하면 굉장히 오래 되어 보이지만, 20세기를 여는 해로 불과 지난 세기이다. 사람들은 머리로는 몰라도 마음으론 알고 있었을 테다, 새로운 시대의 당위를.
옥토버페스트가 1900년 경에도 물론 유명하고 큰 축제였겠지만, 지금의 세계 3대 축제로 발돋움했던 건 분명 혁명에 가까운 혁신이 있었을 테다. 작품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창조한 인물인 프랑크가 그 시작을 알리며 물꼬를 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봤다시피 그 이면에서 수많은 피를 흘렸지만 말이다. 그는 파멸할 듯 결코 파멸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다시 원제를 보면, 맥주가 '혁신'을 피가 '혁신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희생을 상징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사람 목숨을 대하는 게 보통과는 다르다. 마냥 슬퍼하지도 마냥 당연한 듯 대하지도 않는다. 슬퍼하면서도 이용하는 것 같았다. 죽음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한다고 할까. 욕망과 희생 위에 혁신이 위태롭게 쌓아지지만 결국 단단하게 굳혀진다. 생소한 독일 드라마의 특징일까, 독일인과 독일 문화의 특징일까,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라는 드라마만의 특징일까. 궁금하다.
긴장감 어린 스토리가 단단하게 이어진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적절히 퍼지고 합하는 스토리의 가지까지 아우르는 능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어느 한 스토리의 가지는 재미없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선 그러지 않았다. 모든 작은 스토리들이 나름의 합리적 생명력과 상징성을 지닌 채 존재하며 메인 스토리를 뒷받침했다. 하여, 작품 자체가 재미있을 수 있었다. 특히, 프랑크와 호플링거 가문의 얽히고설킨 감정과 관계들. 프랑크의 딸 클라라와 호플링거 가문의 장남 로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버금 가는 사랑조차 철 지난 로맨스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권다툼의 한 방면으로 편입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야망 어린 거짓말로 클라라의 샤프롱으로 들어갔지만 그녀가 임신하는 바람에 쫓겨 나서는 다시 웨이트리스로 일하다가 기지를 발휘해 수석 웨이트리스이자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콜리나는 '새로운 시대의 성공적인 여권 신장'이라는 서브 스토리의 메인 캐릭터로 충분히 제 몫을 했다. 한편, 호플링거 가문의 둘째이자 여관 운영자로 살 운명이었지만 그림을 좇아 당시 금지되어 있던 동성애까지 나아갔다가 자살하고 마는 루트비히는 '새로운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한 비극의 희생자'라는 서브 스토리의 메인 캐릭터로 한몫했다.
화당 평균 50분이 채 되지 않는 6화 분량이 짧은 드라마가 장대한 시대극을 온전히 담는 건 무리가 있었을 테다. 하여, 이 작품 자체로는 완벽한 작품성을 담보하진 못하지만 시즌제로 갈 만한 이야깃거리들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본다. 격동하는 시대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가.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옥토버페스트에 어떤 이야기와 인물과 상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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