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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론 소킨이 재창조한 최악의 '시카고 7 재판' 실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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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포스터. ⓒ넷플릭스



할리우드에 많고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지만, '아론 소킨'만큼 유명한 이를 찾기도 힘들다. 각본가 중에 이름만 대도 전 세계적으로 알 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매카시즘 광풍에 엮여 10개가 넘는 필명으로 활동한 할리우드 전설의 각본가 '달튼 트럼보'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그의 일대기는 영화로도 두 번 만들어져 일반 대중에게 보다 더 잘 알려질 수 있었다. 


한편, 아론 소킨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1990년대부터 끊임없이 있다. 그가 손을 댄 것들이 대부분 유명하기에 유명한 것들만 언급해도 리스트가 꽤나 길다. 연극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성공적으로 영화 각본 데뷔를 한 <어 퓨 굿 맨>을 시작으로, <찰리 윌슨의 전쟁>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 등의 영화와 최고의 미드로 손꼽히는<웨스트 윙>과 <뉴스룸> 등의 TV시리즈까지 섭렵했거니와 2017년에는 <몰리스 게임>으로 장편 영화 연출도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넷플릭스와 손잡고 또 하나의 '아론 소킨 표' 영화 하나를 들고 왔다. 이번에도 지난 <몰리스 게임>처럼 각본은 물론 연출까지 하였다.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때 주요 시위자로 기소되어 재판받은 '시카고 7'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다. 제목 그대로, '시카고 7의 재판'이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론 소킨이 영화계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재판을 다룬 영화 <어 퓨 굿 맨>이었다는 걸 상기하게 된다.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후...


1965년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미국 전역에서 징집 계획에 의한 추첨으로 젊은이들을 뽑아간다. 대학 캠퍼스에선 저항운동이 일어난다. 1968년 4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 당하고 전국적으로 애도와 시위가 일어난다. 이를 막고자 의회는 '랩 브라운법'을 통과시킨다. 이는 폭력 선동을 목적으로 주 경계 횡단을 금지시키는 법이었다. 같은 해 6월에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된다. 8월에는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고되어 있었다. 시카고 시장은 반애국적 조직의 집회 허가를 거절한다. 


그런 와중에도 1968년 8월 시카고에서의 민주당 전당대회에 전국에서 수많은 '선동가'가 몰린다. 그들의 목적은 반전과 종전이었다. 이후 당연한 수순처럼 시위대와 경찰·군대가 충돌하고 혼란에 빠진다. 11월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에 선출되고, 이듬해 1969년 3월 8명의 운동가가 랩 브라운법에 따라 기소된다. 그들은 민주사회학생회의 톰 헤이든과 레니 데이비스, 청년국제당 소속의 애비 호프먼과 제리 루빈,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국가동원위원회 설립자 데이비드 델린저, 존 프로인스와 리 와이너 그리고 흑표당 의장 보비 실이었다. 


바뀐 정부에 따라 역시 새롭게 들어선 법무장관 존 미첼이 검사장의 추천을 받아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검사 리처드 슐츠에게 10년 형을 때려 버리라는 명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큰 틀에서 반전과 종전이라는 목적만 같을 뿐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확고한 신념과 방향을 지니고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또한, 존 프로인스와 리 와이너는 운동가라고 하기엔 뭣한 이들이었고 보비 실은 흑인 자경단인 흑표당 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시위 당시 4시간만 머물렀을 뿐인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1969년 9월 재판은 단독 판사 줄리어스 호프먼의 주재 하에 진행된다. 그런데 재판이 다름 아닌 호프먼 판사에 의해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아론 소킨 표 '시카고 7 재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재판인 '시카고 7의 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다분히 아론 소킨 스타일로 재탄생된 영화이다. 그가 그동안 선보였던 유명한 명작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져온 바, 물 흘러가듯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스토리를 기본으로 장착하곤 개성과 신념을 두루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극을 이끈다. 거의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완벽한 '틀'을 마련해 두고 그때그때 넣는 것 같다. 통속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그의 작품은 통속이 먼저이지 결코 예술이 먼저인 것 같진 않다. 


아론 소킨의 작품들이 논란과 논쟁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고 안으로 수렴시켜 '뭔가 굉장한 게 있을 것 같아' '뭔가 굉장한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데, 이 영화 또한 다르지 않다. 1960년대 후반 당시 미국 내의 얽히고설킨 복잡다단한 정치적 역학 관계를 안으로 수렴시켜, 꽤나 어렵고 자칫 지루한 듯하지만 '있어 보이고' '굉장한 듯'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 아닌 민주당 대통령 치하에서 베트남전쟁에 개입하고 유명 진보 인사들이 암살당하고 반전 시위를 무력화 시키려 한다. 미국 정치판은 공화당과 민주당뿐이어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의 민주당과 '보수'의 공화당의 설명하기 힘든 관계가 다양한 희생양을 양산 시키는 것이다. 반전과 종전의 신념과 정치적 방향이 설 곳은 당시엔 없지 않았을까. 


와중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오히려 반전과 종전을 외쳤으니 아이러니하다. 영화 속 주요인물인 민주사회학생회의 톰 헤이든과 레니 데이브스처럼 말이다. 혼란과 압박과 모순 속에서 반전과 종전이라는 신념 하나를 붙잡고 나아가야 했으니, 그러면서도 나중을 위해 '이기는 선거'에 걸맞는 이미지를 버릴 수 없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 


시대라는 빌런, 사람이라는 빌런


영화는 공개되자마자 몇몇 타 영화와 함께 내년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작 예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의 모양새를 돌이켜 보면 그 예상이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만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또 하나의 할리우드적 명작의 반열에 올라갈 게 분명하다. 아니, 올라갔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아론 소킨의 각본 작품뿐만 아니라 연출 작품도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10년도 더 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론 소킨에게 각본을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에 아론 소킨이 각본 초안을 다시 보냈는데, 미국작가조합 파업으로 중단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잊혔다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대선 '사건' 이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시대의 조류가 50여 년 전 시대의 조류와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다. 


시대도 그 자체로 빌런 역할을 하지만, 이 영화엔 단독으로 재판을 주재해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의 이야기도 또 법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들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 '내가 곧 법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진 줄리어드 호프먼 판사가 빌런으로 나온다. 그는 정치 역학으로도 시대 조류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빙퉁그러진 신념으로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사람의 전형이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과 황당과 분노의 심정들을 느낀다. 


국가와 사회와 시대는 누가 만들고 이끄는가. 그것들은 스스로 작동하지 않을 테다. 다름 아닌 '사람'이 만들고 작동시켜 이끄는 것이다. 하여, 사회와 시대의 이야기를 대하고 보고 느끼는 데에 사람이 없어선 안 된다. 아론 소킨은 그 지점을 정확히 알아채 포착하여 세련되게 드러 낼 줄 안다. 그가 창조·재창조한 캐릭터에 힘이 있는 이유이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믿고 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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