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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대만 계엄령 시대의 지옥 같은 학교를 공포로 빗대다 <반교: 디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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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반교: 디텐션>


영화 <반교: 디텐션> 포스터. ⓒ찬란/(주)팝엔터테인먼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거의 매년 꾸준히 관객을 찾았다. 비록,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관객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받은 작품은 찾기 힘들지만 말이다. 그 시작은 1990년대이다. 최초는 아니지만 시작점에서 유명한 건 <모탈 컴뱃> 시리즈가 있을 테고, 2000년대 들어 <툼 레이더> 시리즈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있을 테다. 이중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15여 년간 6탄까지 나오며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 들어 <페르시아의 왕자> <잉그리버드 더 무비>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명탐정 피카츄> 등이 쏟아져 나왔다. 


2020년대를 시작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2월의 <수퍼 소닉>이 그 작품이다. '전설'이라고 이름 붙여도 충분한 게임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내부 시사에서 반려 당해 다시 만들다 시피 하여 뒤늦게 개봉했지만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올리는 등 파란만장한 제작·개봉 역사를 자랑(?)한다. 한편, 이번 8월에도 명작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반교: 디텐션>이 찾아왔다. 흔히 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대만 게임을 원작으로, 대만에서 실사화했다.  


영화 <반교: 디텐션>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고, 대만의 흑역사라고 할 만한 20세기 계엄령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무엇보다 공포 장르이다. 2019년 제56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아호, 나의 아들>과 양분하다시피 했기로서니,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 쾌거를 이룩한 것이리라. 그런가 하면 제22회 타이베이 영화제에서는 대상과 최우수영화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개봉 직후 대만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2019년 개봉한 대만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대만 영화계를 뒤짚어 놓은 게 확실하다. 


비 내리는 지옥 같은 학교,,, 탈출할 수 있을까


비가 매섭게 내리는 밤, 텅비고 음산한 교실에서 잠이 깬 팡루이신은 영문을 모른 채 헤매다가 한 학년 후배 웨이충팅과 마주친다. 그들은얼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얼굴 없는 여학생과 마주치기도 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데, 거대한 유령의 모습을 한 경찰이 간첩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죽여 버렸다. 


간신히 유령에게서 도망친 팡루이신과 웨이충팅, 여전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헤맨다. 밖은 매섭게 내리는 비 때문에 홍수가 나 학교에서 탈출하긴 요원하니, 어떡하든 학교 안에서 버티며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 앞에 나타나는 친구들 덕분에 그들은 하나하나 기억을 되찾지만,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 뿐이다. 이건 현실이 아닌 꿈, 악몽이 분명하다. 


때는 1962년 서슬 퍼런 계엄령이 한창인 때 대만의 취화고급중학교, 장 교사와 인 교사는 웨이충팅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과 지하 독서부를 이끌고 있다. 그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는 서적을 몰래 들여 공부했는데, 누군가의 밀고로 한순간에 와해되어 모조리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정황상 팡루이신과 웨이충팅이 연류된 것으로 보이는데... 팡루이신과 웨이충팅은 지옥 같은 학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지하 독서부가 와해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밀고자는 누구일까? 


대만 계엄령 시대의 아픔과 슬픔


영화 <반교: 디텐션>은 악몽의 공포와 그보다 더한 현실의 공포를 따로 또 같이 적절하게 보여 주며 대만 계엄령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자연스레 그려 낸 수작이라 할 만하다. 다만, 일반적인 호러 영화를 대할 때 바라게 되는 심장까지 쫄깃한 공포를 만끽하긴 힘들다. 눈에 보이는 공포의 요소보다 현실 상황의 공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공포가 훨씬 더 공포스러운 시대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1962년이라고 하면, 비단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냉전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 정부를 비롯 위정자·권력자들은 공산주의 세력 또는 자본주의 세력에 대한 대항을 빌미로 독재를 펼치곤 했다. 대만의 경우, 1949년 말 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본거지를 옮기면서 국민당 일당 독재가 시작되고 전국적으로 살벌하고도 강력한 반(反) 공산화·민주화 정책을 펼쳤다. 같은 해 5월부터 계엄령이 실시되었는데 자그마치 87년까지 40여 년간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시대에, 학생은 가장 살펴봐야 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삶의 기조가 형성되는 시기이기에, 학교의 방침과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계엄령을 바탕으로 용공분자와 간첩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붙잡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저 금지 서적을 몰래 들여와 공부한 죄밖에 없는 독서부 멤버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들 입장에서 금지 서적이란 보다 넓은 세상에의 순수한 앎을 의미할 수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서 금지 서적이란 곧 친(親) 공산화·민주화를 의미했다.


그 어떤 공포보다 삶을 옥죄고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제 막 10대 중반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삶이란 게 무엇인지 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죽음의 공포부터 먼저 알아야 했으니, 그 알 수 없고 손도 닿지 않는 공포란 상상하기 힘든 무엇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며 호러 영화에서 흔히 가 닿기 힘든 종류의 생각이 스멀스멀 끝없이 올라왔다. 


현실과 악몽을 오가는, 빠져나가기 힘든 공포


영화는 현실과 악몽(이라고 생각되는)을 오가는데, 현실은 상당히 밝은 반면 악몽은 말할 수 없이 기괴하다. 이는 주인공 팡루이신의 상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바, 현실에서의 로맨스가 어느 정도 빛을 발하고 있는 반면 그의 의식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증이다. 이 영화의 공포가, 현실이 주는 죽음에의 공포와 함께 주인공 팡루이신의 피폐하기 이를 데 없는 내면을 비추는 악몽 속 공포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비할 바 없이 탄탄해 보이는 이유이다. 빠져나가기 힘든 이중, 삼중의 공포. 


그런가 하면, 영화는 공포를 유발하기까지 또 공포 이후에도 계속되는 아픔과 슬픔을 다루었다. 공포는 나를 해치고 누군가를 해치게 한다는 명제를 대입해 보면, 계엄령 공포 정치가 계속될 때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아픔을 겪고 슬픔까지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지하 독서부가 누군가의 밀고로 와해되고 잡혀 가고 또 죽음을 면치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밀고자 또한 피해자일 뿐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있다면, 아픔과 슬픔을 오롯이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죽고 없는 수많은 이의 삶도 짊어져야 할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 그 시절 공포의 근원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공포들이 우리를 짓누른다. 인간은 정녕 공포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인가. 아픔과 슬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영화는 거기에까지 생각이 가 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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