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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하여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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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도서 리뷰]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표지. ⓒ유노북스



지난 1월, 세종시의 어느 가정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아내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고양이를 데려오기 위해 알아보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운명의 아이를 발견해 아내가 직접 먼 길을 다녀온 것이었다. 암컷으로, 복 복에 기쁠 희로 '복희'라 이름짓고 한 가족이 되었다. 아내는 살아오며 반려동물을 길렀는데, 나로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금붕어나 거북이 정도만 길러왔으니 말이다.


처음엔 아이를 제대로 만지기는커녕 쳐다보지도 못했다. 강아지라면 그나마 친근하겠지만 고양이라면 그렇지 못한 탓일까. 이후 조금씩 다가갔고 아이도 조금씩 다가온다는 걸 느꼈다. 나도 아내도 복희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까, 힘든 기간이 있었다. 우리가 자야 할 때 복희는 잠들지 않고 복희가 잘 때 우리는 깨어 있기로서니, 바이오리듬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맞춰갔다. 


이제는 복희의 '골골송'을 들으며 잠들고 복희가 아침 먹고 싶다고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새롭게 정립된 일상에서 인생에서 처음 느끼는 행복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걱정이 생기고 말았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수명도 늘어났는데, 집고양이의 경우 15~20년을 산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보단 훨씬 수명이 짧은 건 당연지사, 한 가족이 되면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먼 이야기이지만, 복희와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곤 한다.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반려동물의 죽음, '펫로스'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펫로스 증후군'이라 하여,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후 겪는 상실감과 우울감 증세를 일컬는다. 반려인 1000만 가구 시대, 몇 년 전부터 펫로스 관련된 책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개인의 경험을 살린 슬프고 아련한 이야기 또는 펫로스 후 실용적인 대처 방법이 주를 이루는 와중에,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유노북스)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이목을 끈다. 저자의 이력과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작용하지 않는가 싶다. 


제프리 마송, 프로이트 정신분석 학계의 논란적이면서 세계적인 권위자였다가 일약 모든 걸 내려놓고 동물의 감정 세계로 눈을 돌렸다. 관련 서적을 다수 출간하고 200만 부 이상을 팔아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동물의 정서적 삶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반려견 벤지를 대하는 와중에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반려인이라면, 그가 마주한 반려동물과의 마지막을 함께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에겐 다른 종의 동물과 유대감을 느끼고 싶다는 깊고 오래된 열망이 있다.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일까, 동물을 대함에 있어 가축->애완동물->반려동물->가족으로 변하는 과정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생명체들은 죽음이 다가온 순간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말로 설명하거나 묘사하긴 어렵지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 이라면 알 것이라 말한다.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은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 다름 아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에 관한 책이다. 왜 우리는 마지막을 지켜볼 뿐인가? 그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가? 저자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순간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삶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후의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반려동물과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그때 '슬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온전히 느낀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이가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부모나 자식의 죽음만큼 또는 그보다 더한 슬픔을 보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슬픔을 느끼는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반려인들도 많다. 저자는, 충분히 마음 놓고 슬퍼하라고 말한다. 반려동물도 사람만큼 소중할 수 있고, 사람보다 더 소중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전제함에 있어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려동물 살아생전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여겨야 한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우리 인간만을 향하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태어나 살아갈 의미가 있고 우리에게로 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주장해 온 '동물에게도 존재하는 감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겠다. 그들과 함께할 때,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할 때, 우리 인간도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그들 덕분에 온전히 사랑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후 느끼는 상실감과 우울감과 고통의 '펫로스 증후군'에 함몰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되 그들의 죽음을 기리고 애도하며 그들이 남긴 선물을 기념하고 간직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속적인 선행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기리는 가장 좋은 일인 것 같다고 한다. 여러 방법과 방식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것 말이다. 


사실, 죽음과 죽음이 남긴 슬픔과 고통은 절대로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하여, 책으로 말해본들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아본들 소용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이 유익하고 또 필요한 건 수많은 사례와 함께 동물 중심의 이론이 주는 합리적 편안함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걸 반려동물도 똑같이 또는 더 강렬하게 보고 듣고 느낀다는 걸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테다. 언젠가 눈앞으로 다가올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 느끼는 감정의 기반 위에서 오롯이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 10점
제프리 마송 지음, 서종민 옮김/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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