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독자에게]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표지. ⓒ유노북스
2014년이었던 것 같아요. <꽃보다 할배> 시리즈 두 번째로 '스페인편'이 선보였죠.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스페인이 나오지 않다가 2018년부터 블루칩으로 급부상합니다. <윤식당 2>를 시작으로, <같이 걸을까> <스페인 하숙> <세빌리아의 이발사>까지 2018~19년을 관통합니다. 특히 <윤식당 2>와 <스페인 하숙>은 최고 시청률 10%가 넘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죠.
스페인을 향한 관심이 이리도 집중된 건 어떤 이유일까요. 열정과 태양과 다채로움으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스페인의 매력도 큰 몫을 차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스페인은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으로 유명하니까요. 압축된 힘이 언제든 폭발해도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좀 더 들여다보니 매력뿐 아니라 '힘'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책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유노북스)은 그런 의문에 이은 확신에서 비롯된 기획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기획 시작 단계에선 '스페인어'가 중심이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흐름출판)의 라틴어처럼, 해당 언어의 상징적인 문장으로 그 나라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가 지금은 쓰이지 않는 사어이자 옛날 고어인 동시에 서양 문화의 주춧돌이라 할 만한 언어였기에 가능한 기획이었고 '스페인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여, 스페인을 상징하는 키워드별로 구성을 바꾸었고 최종적으로 힘을 중심으로 한 것입니다.
쉽지 않았지만 보람 있었던 편집 작업
개인적으로 스페인을 잘 알지 못합니다. 태어나 자란 한국도 잘 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없는 만큼, 다른 나라를 잘 안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죠. 그래서일까요. 이 책의 편집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아니, 매우 어려웠죠. 주지했듯 애초의 기획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물이 되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답니다. 스페인어가 원고의 중심이었던 만큼, 문법과 회화 파트가 큰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모두 삭제했을 때가 고민이었죠.
'스페인 파워', 그중에서도 '다섯 가지'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나서도 진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상(像)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그 안에만 갇혀 생각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더 많은 걸 담아 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벗어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려져 있어 한계가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걸 담아내면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모든 걸' 전해줄 수 없다는 확신 하에, '거의 모든 걸' 전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생각의 전환 후 저자와의 합의 하에 오히려 더 삭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재구성, 재배열, 재교정된 목차에 따라 불필요한 정보와 생각의 조각들을 최대한 삭제하고 핵심만을 남겨 이어 붙였습니다. 저자는 당연히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하셨지만, 보다 나은 책을 위해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편집자로서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지만 흥미를 끌 만한 사실들
이 책의 부제는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입니다. 이른바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을 가리키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각각의 힘을 대표하는 것들에는,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돈키호테, 츄파춥스, 순례길, 무적함대, 콜럼버스'가 있습니다. 모두 각 분야 즉, 문학, 브랜드, 문화유산, 세계사, 인물에서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책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할 만한 한편 흥미를 끌 만한 사실들이 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페인어는 중국어에 이어 세계 2위의 사용인구를 자랑합니다. 자그마치 전 세계 21개국의 모국어이죠.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와 포르투갈어와 루마니아어 등과 함께 라틴어의 후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런가 하면, 스페인은 현재 건강국가지수 1위, 근 미래 기대수명 1위, 세계 관광경쟁력 평가 1위, 태양열 발전 세계 1위, 세계 3위의 세계문화유산 보유국이자 와인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스페인 해군의 무적함대는 제국주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역사상 유명세를 떨쳤지만, 스페인이 장장 800년 동안 이슬람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도 스페인의 제국주의가 시작되기 직전까지였습니다. 콜럼버스는 정작 스페인이 아닌 이탈리아 태생입니다. 한편, 스페인에는 코르테스와 피사로, 피카소와 달리, 가우디, 프랑코 등의 세계사적 인물들이 수두룩하죠. 정녕 세계사를 뒤흔든 힘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가올 2020년, 진전될 한국-스페인 관계에 보탬이 되길
곧 다가올 2020년은 한국과 스페인 양국 관계에 특별한 해가 될 것입니다.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죠. 그와 더불어 2020~21년 2년간은 '한국-스페인 상호 방문의 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긴밀하고 풍성한 한국-스페인 관계가 2020년부터 계속될 예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낌새가 보이는 건, 주지한 2018년 이후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블루칩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 한해에만 스페인의 한국인 방문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지난 7년간 7배가 는 수치라고 합니다. 스페인을 알아야 할 이유로 손색없다고 봅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스페인을 아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스페인을 아는 게 곧 세계를 보는 것과 다름 아니라는 깨달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스페인과 한국은 여러 모로 닮은꼴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반도 국가이고, 역사적으로 구체제 유지를 위해 나라를 고립시켰고 무능한 정부가 빼앗긴 주권을 국민들이 되찾기도 했으며 피 비린내 나는 내전 후에 독재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선 경제 위기를 겪은 것도 닮았죠. 이 책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으로 스페인을 아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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