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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레전드급 만화 원작을 충실히 실사로 옮긴 결과는?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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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킹덤>


영화 <킹덤> 포스터. ⓒ와이드 릴리즈



2010년대 일본 만화계를 대표하는 작품들 중에서도 <킹덤>이 차지하는 바는 꽤 크다. 2006년 연재를 시작해 15년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바, 자그마치 6000만 부가 훌쩍 넘는 판매고를 알리기도 했고 2013년엔 일본 만화계의 권위 있는 상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라에몽> <몬스터> <배가본드> <플루토> <히스토리에> <골든 카무이> 등의 역대급 만화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유명 일본 만화의 수순을 따라가지 않을 리 없었다. 애니메이션 작업과 게임 작업과 실사 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 만화는 500년간 이어진 중국의 기원전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 '진시황'의 이야기이다. 그와 함께, 그가 어렸을 적부터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이신'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을 형성한다. 실존인물들의 실제 역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만화답게 곳곳에 지극한 상상력이 투입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하여, 기본적으론 사극이되 전쟁 액션과 인물 성장이 주를 이룬다고 하겠다. 


실사 영화 작업은, 그 방면 '장인'이라 할 만한 사토 신스케 감독이 맡았다. 그가 손을 댄 유명 작품만 해도 <간츠> <도서관 전쟁> <아이 엠 어 히어로> <데스노트> <이누야시키> <블리치> 그리고 <킹덤> 등이 있다. 장르영화에 천착되어 있지만,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좋은 성적과 평가를 받는 편이다. 세계 3대 장르 영화제(브뤼셀 판타스틱, 시체스, 판타스포르투)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아이 엠 어 히어로>로는 세 영화제 모두 초청되어 모두 상을 타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왕과 노비가 함께하는 왕위 쟁탈전


기원전 245년 중국 (춘추)전국시대 서쪽 나라 '진', 전쟁고아로 노비가 된 소년 신과 표는 천하대장군을 목표로 검술을 연마한다. 천하대장군은 멋훗날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노비 신분을 벗어날 방법이 검술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년이 된 어느 날 왕궁에서 창문군이라는 사람이 표를 찾아온다. 표는 가고, 신만 남아 검술 훈련에 박차를 가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 밤중, 표가 피를 흘린 채 죽기 직전 신을 찾아온다. 신은 그를 보내고 그가 준 지도를 가지고는 길을 떠난다. 그곳엔 표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진의 왕 '영정'이었다. 알고 보니, 영정이 이복 동생의 반란으로 궁에서 쫓겨나면서 위기를 모면하고자 표가 왕인 척하며 자기를 희생했던 것이다. 신은 고민 끝에 영정을 따라간다. 어릴 적부터 함께한 표와의 약속이자 표의 유언이기도 한 바, 신은 영정이 진의 왕위를 되찾는 걸 도와 천하대장군의 자리에 오르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전혀 힘이 없는 영정은 마음속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야망과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에게 진의 왕위는 제일보에 불과한 바,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화통일이다. 500년간 수없이 많은 나라로 흩어져 쉼없이 전란에 휩싸여왔던 백성들을 위해 전란 없는 통일 시대를 중국 전토에 열어젖히겠다는 것이다. 그 비전 하나로 사람을 모으고, 400년 전 진과의 동맹 이후 오히려 척을 지고 살았던 '산족'을 설득·협력한다. 영정과 신의 제일보가 시작된다. 그들은 함께하는 이들과 영정의 왕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레전드급 원작의 충실한 실사 작업


영화 <킹덤>은 2020년 현재 60권 가까이 발행되어 있는 원작 만화의 초반 다섯 권 분량을 실사로 옮긴 작업의 결과물이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세계관과 스토리를 무리하게 가져오지 않고, 시작 부분의 핵심을 가져온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원작자가 각본에 참여해 자유로운 영화화를 직접 뒷받침해주었고, 일본 최고의 인기 남자 배우와 일본 최고의 여배우 등과 작업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일본 현지에선 2019년에 개봉했는데 실사영화 중에선 꽤 높은 수익을 올려 흥행에 성공했고, 후속편 작업이 확정되어 진행 중인 걸로 안다. 비평에서도 괜찮은 평가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 바, 일본 아카데미에서 우수 남우조연상, 우수 여우조연상, 미술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즉, 레전드급 원작을 충실히 영상으로 옮겨놓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 영상은 나무랄 데가 없는 반면, 원작이 전형적인 '일본소년만화'인 바 성장이라는 키워드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오글거림이 곳곳에 뿌리깊게 포진되어 있는 게 감상하는 데 큰 걸림돌이긴 하다. 정신적·육체적·개인적·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버리는 '꿈', 성장 콘텐츠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키워드이긴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선을 넘을 땐 참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꽤 많이 보인다. 아마 스케일이 훨씬 더 커질 후속편에선 많이 희석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대전란을 끝내기 위한 대전쟁이라는 '해답'


영화를 이루는 두 주인공, 신과 영정. 신의 개인적 성장에의 '꿈'과 함께 영정의 범시대·사회적 소명에의 '통일'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왕 영정 이야기를 다룬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영웅> 핵심 주제이기도 했던 바, 영정(훗날 진시황)은 대의를 위한 희생을 당연시했던 인물이다. 사실상 2000년 넘게 중국을 상징하는 중화사상의 시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대의를 위한 희생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다. 영정이 말하는 대의란 게 뭔가, 천하 백성을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천하 백성을 위해 천하 백성에 속하는 이들이 희생당해야 한다고? 슬로건은 좋을지 모르지만, 무시무시하고 비인간적인 이면이 숨겨져 있다. 영화 속 영정이 내세운 바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전란을 끝내기 위한 대전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닌가. 


역사는 돌고 돈다. 뭉치고 흩어지고, 뭉치고 흩어지고... 장장 500년이나 흩어져 있었으면 다시 뭉칠 때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영정이 진시황이 되기 전까진, 혁신적인 마인드와 비전으로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들고 나왔을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즉 영화 속 영정의 길은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태초의 생각은 천하 백성이 중심이었을 텐데, 훗날에는 자신이 중심으로 될 수 있다. 


그래서 순수하게 재미있다. 영화 <킹덤>은 비극적으로 변하기 전 당시까지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혁신으로 천하를 움직이려 했던 이의 진득한 이야기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는 비록 그 이후의 이야기도 잘 알고 있지만, 열광하고 싶은 시대의 열광하고 싶은 대상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 영화가 충분히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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