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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마지막 보루' 견자단의 마지막 홍콩 정통 액션을 맞이하라! <엽문 4: 더 파이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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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엽문 4: 더 파이널>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포스터. ⓒ㈜키다리이엔티



1990~2000년대 저물어가는 홍콩 영화에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이들 중 하나가 엽위신 감독이다. 그의 90년대 작품들은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작품들이 잘 알려져 있다. 견자단과 함께한 <살파랑> <용호문> <도화선> 그리고 <엽문>이다. 그렇게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 배우는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특히 <엽문>은 이후 꾸준히 만들어지며 홍콩 무술 영화의 명맥을 이어갔다. 


한편 견자단은 1980년대에 데뷔해 꾸준히 주연으로 얼굴을 비추며 무술감독까지 했지만, 동시대 성룡과 이연결 등의 스타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 그는 빌런으로 더 유명세를 떨쳤는데 <신용문객잔> <황비홍 2>가 그랬다. <영웅>에서는 은모장천으로 출연해 무명과의 대결 장면이 전설로 남아 있다. 그가 비로소 빛을 발한 건 주지했듯 엽위신 감독과의 2005년작 <살파랑>부터이다. 이후 그는 당대 홍콩을 대표하는 액션 영화에 모조리 단독 주연급으로 출연하였고,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에도 출연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엽문> 시리즈는, 1편에서 3편에 이르며 견자단 덕분인지 액션 만큼은 떨어지기는커녕 정교함, 타격감, 긴장감 등이 오히려 더 상승했다. 하지만 스토리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기에 그만 멈춰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3편 이후 4년이 흘러 '더 파이널'이라는 부제의 <엽문 4>가 나왔다.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 배우 그대로 말이다. 팬으로서 그의 정통 액션을 다시 볼 수 있어 기쁘지만, 스토리는 포기하는 게 낳을 터였다. 견자단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정통 액션에서 은퇴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지 않을 도리가 없는 한 마디가 아니었나 싶다. 


미국으로 향하는 대사부 엽문


아내를 잃고 본인은 암에 걸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 영춘권 대사부 엽문, 와중에 미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자 브루스 리가 가라테 대회에 초청을 한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엽문, 하지만 곧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를 계속 쳐 퇴학조치를 당하게 되니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시키는 방법밖에 없게 되었다. 엽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CBA 회장 완 사부의 추천서를 받으면 미국의 학교에 충분히 입학할 수 있을 것이었다. 엽문은 완 사부를 위시한 차이나타운 쿵푸 사부 모임 자리에 초청되어 얘기를 나눈다. 그때 완 사부는 브루스 리를 들먹이며, 그가 쿵푸 도장에는 중국 학생들만 다닐 수 있다는 전통을 깨고 영어로 된 무술 책까지 출판하며 가라테 대회에도 출전하는 등 거만하게 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며 엽문이 사부인 만큼 브루스를 처리하면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제안한다. 엽문은 브루스야말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으니 말릴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친다. 


방법을 찾던 중 브루스 제자인 변호사의 추천서를 받아 설리반 고등학교로 향한다. 하지만 CBA 회장의 추천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나오던 중 동양 여자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발견해 구해 준다. 그녀는 다름 아닌 완 사부의 딸이었던 것. 그렇게 묘한 인연이 이어진다. 한편, 브루스의 제자 하트만은 해병대에 중국 무술을 전파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가라테를 신봉하는 상사의 압력으로 쉽지가 않다.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중추절 축제를 열고 수많은 중국인들이 모인 자리에 가라테 고수 해병대원들이 들이닥치는데...


최고의 액션, 최악의 스토리


<엽문 4> 역시 액션 퀄리티는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을 유지했지만, 스토리는 가히 시리즈 최악의 참사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게 말해, '가족 이야기'로 아이를 위해 싸우고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되는 모습을 그리고 더 넓혀 종파 안의 스승과 제자를 그리며 해외에서 힘겹게 자리잡아 가는 중국이라는 범 국가·민족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이기에 때가 되면 반드시라고 할 만큼 액션이 나와 주어야 한다지만, 액션을 위해 스토리를 황당하게 껴맞추는 것도 모자라 어쩔 땐 짜맞추는 것조차 포기한 듯보인다. 유튜브에서 기가 막힌 액션 장면만 모아 놓은 영상을 보는 게 보다 여러 모로 좋지 않았을까 싶다. 3편까지는 스토리는 포기하더라도 감정에 호소하는 최소한의 열의가 보였는데 말이다. 많은 액션 영화들이 차용하는, 일종의 기술이다. 


이리도 장황하게 스토리의 황망함을 언급하는 건, 역설적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홍콩식 정통 액션 영화의 계보를 이어온 '마지막 보루' 견자단의 정통 액션을 <엽문 4> 이후로 더 이상 볼 수 없지 않는가. 어느덧 60을 바라보는 나이, 그의 '액션' 계보는 이어질 테지만 그를 대신하거나 이을 '액션 스타'와 '액션 영화'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다. 


견자단의 마지막 홍콩 정통 액션


엽문 하면, 식상하지만 액션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엽문식 액션은 정적이다. 스토리 안에서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액션이 가미되는 게 아니라, 마치 경기를 하는 듯 서로 최소한의 예를 갖추고 시작해 어느 한쪽이 실신할 때까지 계속되는 형식이다. 물론 한 경기(?) 한 경기(?)에 참으로 많은 게 달려 있는 건 덤이다. 스토리에 액션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액션에 스토리가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이를 두고 '정통 액션'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적어도 지금으로선 시대를 역행하는 모양새임에 분명하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으로도 콘텐츠의 중심은 스토리에 있다. 액션과 미장센 등의 외모는 스토리라는 목적의 수단일 뿐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즉, 액션이 기가 막히다면 기가 막힌대로 좋겠지만 절대 그게 전부가 될 순 없다는 얘기다. 그런 시대는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엽문> 시리즈가 엄청난 인기로 계속 이어졌던 건, 이 또한 아이러니한 면모인데 견자단이라는 배우와 맞물려 있는 뚝심 액션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 하기에 더욱더 엽문이 그리울 테고 견자단이 그리울 테며 홍콩 정통 액션 영화가 그리울 테다. 언젠가 다시 나올, 제대로 된 홍콩 정통 액션 영화를 기대해 본다. 적어도 액션 하나 만큼은 견자단 급이어야 할 테고, 확고한 캐릭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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