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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망해 가는 청춘영화에서 맛본 신선함을 공유하고 싶다 <공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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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공수도>


영화 <공수도> 포스터. ⓒ그노스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극장에 관객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이니 만큼, 영화산업도 예외일 수 없었다. 아니, 영화산업이야말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여, 큰 영화들은 대부분 개봉을 연기했거나 넷플릭스 등 OTT 시장으로의 진입을 모색했고 작은 영화들은 개봉조차 할 수 없어 IPTV 등 2차 시장으로 직행했다. 


영화 <공수도>도 작디 작은 영화로 개봉조차 할 수 없어 IPTV로 직행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해외판매로까지 이어지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결국 지난 3월 초 올레TV로 안방극장에 선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공수도>가 2차 시장에서의 큰 성공을 바탕으로 극장 공략에 나섰다. 한 달만인 4월 초에 극장 개봉을 이뤄냈다. 물론, 시국도 시국인지라 큰 흥행을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보통 극장 개봉 이후 2차 시장으로 가는 게 정석이고, 해외 영화의 경우 아주 가끔 거꾸로였던 사례가 있지만 한국 영화는 전례가 없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또는 재편된 시장의 모양새일지, <공수도>만이 독보적으로 이뤄낸 영화적 성과일지 지켜봐야 하겠다. 한편, 영화가 어떠하기에 전례 없는 역주행을 해냈는지 궁금하다. <공수도>는 어떤 맛일까. 


정의 없는 힘, 힘 없는 정의


채영은 이전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온다. 공수도장을 운영하는 홀아버지 밑에서 오랫동안 공수도를 배워 온 그녀는, 실존 싸움에서도 독보적 강함을 자랑한다. 이번에는 부디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하는 아빠의 바람과 달리, 등교 전날 사고를 치고 만다. 컨닝을 거절했다고 하여 네 명이서 한 명을 구타하고 있는 현장을 발견하고선 단번에 해결해 버린 것이었다. 당사자들이 다름 아닌 같은 반이었다. 


채영이 구해 준, 힘 없지만 정의감은 넘치는 종구는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급기야 강해지고 싶다고 부탁한다. 채영은 아빠의 도장으로 그를 이끌고 함께 방과 후 공수도를 배운다. 그렇지만 종구는 여전히 약해 빠졌다. 그래도, 친구 하나 없던 학교 생활에서 채영이라는 든든한 친구가 생겨 좋은 걸까? 그는 정녕 강해지고 싶다. 


한편, 채영이 종구를 구한 현장에 있던 가해자 네 명은 학교를 주름잡는 '일진'의 '꼬봉'들이었다. 곧바로 일진들이 채영을 찾아 손을 봐주려 한다. 여자 일진 '짱'이 왔지만 채영한테 당하고, 급기야 남자 일진이 부른다. 하지만, 남자 일진의 두 명 '짱' 중 한 명인 해성이 그녀에게 반한 듯하다. 내면의 당당함과 외면의 아름다움. 그는 일진 놀이를 청산하고 채영, 종구와 함께 공수도를 배우고자 한다. 


하지만, 두 명 '짱' 중 한 명인 진혁이 그들을 향한 적개심이 나날이 높아진다. 그는 해성과 오랜 친구이지만 알게 모르게 질투해 왔던 것이다. 해성은 외모도 출중하고 성격도 완만하고 인기도 많다. 진혁이 좋아하는 여자 일진이 하필 해성을 좋아하고 말이다. 결국, 꾸준히 금이 가고 벌어지던 해성과 진혁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마는데...


예사롭지 않은 청춘 코믹 액션


영화 <공수도>는 단도직입적으로 청춘 코믹 액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 2000년대 중반부터, 가를지만 길게 명맥을 이어온 그 장르 말이다. 점점 스토리텔링과 감정선을 무시한 채 액션과 분위기에만 치중하더니, 결국 마이너한 장르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절대적 주요 관객층이라 할 만한 청소년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와중에 <공수도>가 이 장르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 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일단,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채여준 감독은, 불과 5회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신선하고도 혁신적인 시도였던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대상을 탄 경력이 있다. 작지만 탄탄한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이다. 종구 역의 오승훈 배우는 영화 <메소드>로 춘사영화제와 들꽃영화제 신인상을 탔다. 채영 역의 정다은 배우는 영화 <마녀>에서 고강도 액션을 펼쳤다. 해성 역의 손우현 배우는 <가장 보통의 연애>과 다양한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영화의 만듦새도 괜찮은 수준이다. 주지했듯, 청춘 액션 장르가 점점 화려하기만 한 액션과 잔인하고 폼 잡는 분위기에 치중하다가 자멸했는데 반해 이 영화는 정교한 와중 밀당이 자유자재인 액션과 오그라들지 않는 분위기에 은근히 박장대소를 불러오는 코믹을 적재적소에 가미했다. 청춘 영화로서, 모나지 않게 충분히 즐길 만했다는 것이다.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을 맛보다


<공수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게 있는데, 종구와 채영의 역학관계이다. 그동안 봐왔던 청춘 액션에서 주인공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 아무래도 최소한의 고강도 액션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인데, 이 영화는 완전히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남자고 여자고 상관 없이 학교 일진을 가볍게 무찌르는 채영의 모습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받고 그녀에게 강해지고 싶다고 애원하는 종구의 모습에서, 일진 중 일진이라고 하면서 역시 채영에게 도움을 받고 생각을 달리 먹는 해성의 모습에서, 일찍이 느끼지 못한 신선함을 맛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전환되는 생각을 적어 본다. '뻔하겠네 시간이나 때우자, 재밌는 구석이 있네, 너무 재밌네 이거 빵빵 터지네, 연기가 마이너로 흐르지 않게, 액션이 상당하네, 여러모로 신선하기까지 하네.' <공수도>의 맛은 신선함이 아닐까 싶다. 신선함에 무슨 맛이 있을까 싶겠지만, 어떤 음식의 경우 신선함만으로 판단하지 않는가. 한 물 간 청춘 액션 장르가 바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청춘이었기에, 청춘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 언제나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불편함만이 가득한 영화는 필요 없었다. 이 영화가 모든 건커녕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극구 박수 치며 추천하는 이유가 향수에 있다. 청춘 만의 풋풋함이 거기에 있다, 신선하게 그려 내는 데 성공했다, 재밌게 즐기면 된다. 이 영화가 청춘 영화의 부흥기를 이끄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계기로 청춘 영화를 다시 보았으면 한다. 그럴 만한 저력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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