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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람 냄새 나는 F1 월드 챔피언십의 안팎 이야기 <F1, 본능의 질주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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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F1, 본능의 질주> 시즌 2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 시즌 2> ⓒ넷플릭스



지난해 말 넷플릭스가 공개한 '2019년 한국이 가장 사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10선에 <F1, 본능의 질주> 시즌 1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0여 년 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코리아 GP가 시행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았지만, 물거품되어 빠르게 관심과 인기가 식었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F1에 관심이 많다는 걸 <F1, 본능의 질주> 시즌 1이 입증한 셈이다. 


2018 F1 월드 챔피언십을 다룬 시즌 1에서는, 비록 현시대 최고의 컨스트럭터(팀)들인 메르세데스와 페라리 그리고 최고의 드라이버들인 루이스 해밀턴과 제바스티안 페텔을 볼 수 없었다. 대신, 평소 관심도 별로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던 중하위권 팀들의 이야기들을 심도 깊게 엿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자연스레 다음 시즌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년 만에 <F1, 본능의 질주>가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3월 중순 직전에 선보인 것이다. 점차 시들어가고 있는 F1을 향한 관심을 최대한 증폭시키기 위한 좋은 계획이다. 물론, 모든 과정과 결과가 이미 나와버린 시즌을 끝나자마자 다시 돌이켜보는 게 무슨 의미와 재미가 있나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2019 F1 월드 챔피언십의 안팎


<F1, 본능의 질주> 시즌 2는 2019 F1 월드 챔피언십의 안팎을 다룬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들여다보기 전임에도 가장 기대가 되었던 건, 시즌 1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던 메르세데스와 페라리 부재가 해결되었다는 점이었다. 비로소 최고의 머신과 스탭 그리고 드라이버들이 함께하는 진정한 F1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즌 2는 단순히 시즌 1의 후속편이 아니라, 확실히 시즌 1과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2019 F1도 여지없이 21개국의 21개 도시, 10개 팀의 20명 드라이버, 수백 명의 스탭과 머신들이 함께했다. 2019년 3월 15일 호주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2019년 12월 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그랑프리로 끝났다. 참고로 2020 F1은 2020년 3월 13일 호주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2020년 11월 2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그랑프리로 끝날 예정이다. 하지만 4월 17~19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4라운드 중국 그랑프리는 애석하게도 코로나-19로 연기가 된다고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9 F1은 사상 최초로 메르세데스가 6년 연속 더블 월드 챔피언(컨스트럭터와 드라이버 동시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울러 루이스 해밀턴이 월드 챔피언 6회를 달성하며 7회의 미하엘 슈마허를 넘보고 있다. 그는 19라운드 미국 그랑프리까지 10번의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월드 챔피언을 예약해버렸다. 하여, 이 작품을 보며 치열한 '챔피언 경쟁'의 재미는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그랑프리 경쟁이나 순위 경쟁의 치열함도 얻긴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까?


드라이버에 천착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시즌 1이 컨스트럭터를 중심으로 내부 사정과 감독 등 생소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전했다면, 시즌 2는 드라이버에 천착해 역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아마 시즌 2가 훨씬 더 큰 재미를 보장할 것이다. 그 시작은 시즌 1 후반에 전격적으로 레드불에서 르노로 이적한 다니엘 리카도이다. 그는 자타공인 F1에서 가장 재밌는 드라이버로, 그랑프리 우승 7회의 출중한 실력도 자랑한다. 


레드불은 현시대 3강 중 하나로 10여 년 전엔 절대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팀, 리카도는 그런 팀에서 나와 르노로 간 것이다. 그 이유로, 레드불의 새로운 미래가 된 막스 베르스타펜이 거론되었다. 그는 리카도보다 8살이나 적지만 이미 그랑프리 우승 8회의 업적을 쌓았다. 그렇다고 해도 르노는 2006년 페르난도 알론소 시절 월드 챔피언 이후 한 번도 정상의 자리에 올라보지 못한 팀이었다. 과연 리카도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아주 잘 알 것이다. 그의 이적 후폭풍으로 수많은 드라이버들이 적을 옮겼다. 


레드불에 토로 로소 피에르 가슬리가 왔다가 방출되어 다시 돌아가고, 그 자리에 역시 토로 로소 알렉스 앨본이 온다. 리카도가 르노에 오면서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가 쫓기듯 맥라렌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스타급 드라이버라 할 만한 리카도가 오면서 르노에서 입지가 불투명해진 니코 휠켄베르크는 방출되고, 그 자리에 포스 인디아에서 방출되어 메르세데스 리저브로 있던 에스테반 오콘이 온다. 그런가 하면, 잘 다루어지진 않았지만 알파 로메오에서 페라리로 이적한 샤를 르클레르, 페라리에서 알파 로메오로 이적한 키미 라이코넨, 맥라렌에서 방출된 페르난도 알론소 등이 눈길을 끈다. 


'혼돈의 카오스'라 할 만한 2019 F1, 컨스트럭터 당 출전 선수가 단 2명뿐이니 한 명만 적을 옮겨도 폭풍같은 연쇄 이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철저하고도 매몰찬 경쟁 하에서의 숫자놀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F1을 사랑하는 건 목숨 걸고 짜릿함을 선사하는 드라이버와 머신이 있기 때문이고, 이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건 사람들 간의 내밀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시리즈


주지했듯 이미 모두가 알고 있고 또 알 수 있는 과정과 결과가 보란듯이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볼 이유가 있을까? 또는 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 편집의 승리라고 해야 마땅할 텐데, 승리의 쾌감보다 훨씬 더 사람 마음을 쫄깃하게 저릿하게 하는 실패와 좌절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팀 자체를 중심으로 보여주었던 시즌 1과 조금 달리, 시즌 2는 드라이버 개인에 천착했다. 


실패와 좌절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루이스 해밀턴은 심각하게 안 좋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그랑프리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의 과정을 보여주었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전통과 역사와 성적을 자랑하는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 제바스티안 페텔과 샤를 르클레르는 일인자와 이인자를 놓고 레이스 내에서 자주 치고박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레드불의 독보적 실력자 막스 베르스타펜 파트너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피에르 가슬리와 알렉스 앨본도 보여준다. 르노에서 쫓기듯 나와 맥라렌으로 가더니 출중한 실력을 뽐내는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도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피에르 가슬리와 알렉스 앨본의 절친이자 F2의 떠오르는 스타 앙투안 위베르가 사고로 사망했을 때는 숙연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타 팀보다 작은 규모 혹은 턱없이 안 좋은 성적을 올리는 팀의 경우, 감독이 드라이버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하스와 윌리엄스가 그런 경우인데, 2016년에 처음 F1에 모습을 드러내 8-8-5위의 성적을 기록했다가 9위로 곤두박질치고 만 하스 그리고 2017년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중위권 성적을 기록했다가 9-10위로 곤두박질치고 만 윌리엄스. 이 두 팀의 앞날이 심히 우려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시즌 2에서는 중하위권의 애매한 팀들이 다뤄지지 않았다. 토로 로소, 포스 인디아, 알파 로메오가 그들(거의 매년 팀명이 바뀌는 F1 컨스트럭터 사정상 세 팀 다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인데 시즌 3에선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하여 '완전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F1, 본능의 질주>는 실로 오랜만에 다음 시즌이 심히 기대되는 시리즈임에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똑같은 마음을 공유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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