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킹덤> 시즌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 2> ⓒ넷플릭스
지난 3월 5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킹덤> 시즌 2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류승룡이 많은 기사의 메인 카피를 장식할 만한 한마디를 했다. 시즌 1의 만듦새와 인기에 힘입은 시즌 2에의 당찬 포부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내용이다. 들어보자.
"음악에 방탄소년단(BTS), 영화에 기생충(봉준호)이 있다면, 스트리밍엔 킹덤이 있다."
한국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였던 <킹덤> 시즌 1은, 넷플릭스가 지난 2019년 말에 공개한 '2019년 한국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선'에서 당당히 그리고 당연한듯 1위를 차지했다. 충무로 기대주 김성훈 감독과 믿고 보는 김은희 작가의 시너지와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를 비롯해 주연급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높였는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킹덤> 시즌 2는 시즌 1이 오픈되기도 전에 제작이 확정되었었는데, 1년 2개월 여만에 다시 찾아왔다. 시즌 1의 수많은 떡밥을 '회수'하고, 계속될지 모를 시리즈의 거대한 세계관을 '정립'하며, 헤어나오기 힘든 '재미'를 선사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시간이 넘게 이어진 6화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했다. 반드시 시즌 1을 보고 연달아 시즌 2를 볼 것을 추천한다. 어떤 이야기가 이어졌는지 간략히 들여다보자.
생사역을 물리치는 한편 조학주를 막아내야 하는 세자 일행
생사역의 진원을 찾아 우여곡절 끝에 상주에 도달해 스승 안현 대감과 합세한 세자 이창 일행, 하지만 곧 믿을 수 없을 만큼 많고 빠르고 힘쎈 생사역 환자 무리 즉 좀비 떼가 들이닥친다. 있는 힘껏,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겨우겨우 탈출할 수 있었을 뿐이다. 비단 좀비 떼의 습격은 상주뿐만이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막을 방도가 없다시피 한 대전란인 것이다.
세자 일행은 조학주 일파와 왕이 있는 문경새재로 잠입한다. 반역자로 몰린 세자 일행의 목을 조이고자 문경새재에 내려와 있던 그들이었다. 손쉽게 잠입에 성공한 세자 일행, 하지만 조학주의 간악한 함정이었으니... 세자는 반역자에서 대역죄인으로 몰리게 된다. 손 쓸 방도가 없어지다시피 한 와중에 타개할 방법이 있는 것인가? 누군가의 목숨을 건 희생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고 하니, 세자 일행이 문경새재로 잠입할 걸 조학주가 어떻게 알았을까? 내통자가 있는 게 아닌가.
한양에서는 의문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것도 조학주의 딸 중전마마를 둘러싸고 말이다. 어영대장 민치록이 앞장 서 내막을 밝히려 하지만, 궁의 모든 곳에 퍼진 조학주와 중전의 세력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생사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녀 서비는 권력 암투 사이에서 원인을 밝혀내고자 누구보다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세자 일행은, 생사역을 물리치는 한편 조학주을 막아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여러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다
<킹덤> 시즌 2는 1화까지만 시즌 1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화부터 끝까지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성훈 감독은 제작으로 빠져 전체를 총괄했다.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겠는데, 김성훈 감독이 <끝까지 간다> <터널> 등으로 장르에 장점이 있다면 박인제 감독의 경우 <모비딕> <특별시민> 등으로 사회고발에 장점이 있다 하겠다. 시즌 1과 따로 또 같이 시즌 2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점이다. 물론, 드라마라는 특성상 감독보다 작가가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텐데 다름 아닌 김은희 작가라는 점에서 극대화되었을 테다.
시즌 1과 톤 앤 매너, 결은 다르지 않게 가져가며 주제의식을 다르게 가져갔다. 시즌 2는 여전히 속도감과 박진감이 넘쳤고, 장르적 쾌감을 유지하는 한편 사회고발 및 추적의 메시지까지 적절히 가미했다. 판이 훨씬 커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도 사실상 원탑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자 이창의 성장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두 마리 정도가 아닌 참으로 많은 토끼를 잡고자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자 일행과 현장에서 함께 모험했다고 하면 맞을까?
과감함은 한층 배가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건, 매회 <왕좌의 게임>에 비견되는 믿기 힘든 주연급 배우들의 하차에 있다. 스토리를 보다 극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끌고가기 위해, 그러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기 위해 메인급 캐릭터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와, 이 캐릭터가 여기서 이렇게 죽는구나."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안타까움과 함께 통쾌함까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피'에 대한 이야기
시즌 2의 숙명은, 어쩔 수 없이 시즌 1과의 비교 분석에 있다. 다행인 건, <킹덤> 시즌 2가 매우 훌륭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2020년 1/4분기에 내놓은 시즌 2들이 대부분 성공적이었는데, <킹덤>을 비롯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얼터드 카본> <F1, 본능의 질주> <검은돈> 등이 모두 괜찮았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지만, 시즌 1보다 괜찮은 시즌 2의 시리즈도 있었다. <킹덤> 시즌 2가 대표주자.
<킹덤> 시즌 1이 보다 좀비들에 중점을 두어 권력놀음에 지쳐 굶주림에 허덕이다 좀비가 되어 끝도 없이 먹을 걸 탐하게 된 민초들로 중심 얼개를 끌고갔다면, 시즌 2는 살아 있는 이들에 중점을 두어 권력사투의 한복판으로 지체 없이 달려나간다. 세자 이창을 중심으로 해 보자면, 시즌 1에서는 주로 도망쳤다면 시즌 2에서는 주로 추격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나라를 바로 잡고자, 조학주 일파를 추격하고 생사역의 진짜 진원을 추격한다. 시즌 1의 어쩔 수 없었을지 모를 도식화를 깨트리고, 작품 본연의 맛을 충실히 내보이고자 한 것이다.
하여, <킹덤> 시즌 2는 김은희 작가가 밝혔듯 '피'에 대한 이야기다. '진정한 왕이란 무엇인가'에서 파생된 핏줄의 중요성 내지 허무함, 유독 '피'라면 사족을 못 쓰고 훨씬 격렬하게 달려드는 좀비들,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리며 그 위를 밟고 가기에 무념한 '권력'의 개들까지. '인간이라면 아무렴 피에 천착하는 구나' 하는, 서글픈 깨달음이랄까 번뜩이는 깨달음이랄까.
와중에, 제목이기도 한 '킹덤'에 대한 숙고를 잊지 않는다. 시즌 2에서는 세자 이창의 입으로 다시 한 번 천명된다. 왕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왕국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말이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킹덤> 시즌 2가,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에 맞닿은 '감염'에 천착하지 않고 '나라'의 근본에 천착한 건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열린다'고 하였다. <킹덤> 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라며, 바이러스 감염은 그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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