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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정보', '치열', '참혹'의 세 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본 제2차 세계대전 10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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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10대 사건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 포스터. ⓒ넷플릭스



1939년 9월 1일, 나치독일이 전격적으로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하지만, 훨씬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1921년 일찌감치 나치당 당수가 된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엔 독일국(바이마르 공화국) 총리에 오르고 이듬해엔 대통령에 오름과 동시에 나치 독일(제3제국) 총통이 되었다. 즉, 외견상으론 여전히 독일국이었지만 실상 나치 독일이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과도한 제1차 세계대전 보상금과 세계 대공황 등을 미끼로 시름에 빠진 독일인들을 한대 모을 계획을 세운다. 


1936년 히틀러는 라인란트 재무장을 실시하는데,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 프랑스와 벨기에가 더 이상 국경의 안전 보장을 확립할 수 없게 되었다. 힘을 얻는 나치 독일은, 1938년엔 오스트리아를 1939년엔 체코슬로바키아를 합병하며 슬슬 발동을 건다. 그 사이 연합국 최악의 선택이자 사실상 2차 대전 발발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묀헨 협정'이 있었다.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사실상 묵인한 '사건'이었다. 


당시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는 본국에 돌아와서는 묀헨 협정의 결과를 두고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라는 오판을 저질렀다. 반면 윈스턴 처칠은 "우리들은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패배를 보았다."라고 정확히 보았다. 묀헨 협정이 있은 후 1년도 되지 않아 독서 불가침조약 후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풀컬러로 복원한 제2차 세계대전 10대 사건


작년 2019년에 2차 대전 발발 80주년을 맞아 수많은 콘텐츠들을 쏟아져 나왔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다큐멘터리 시리즈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도 그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장점을 뽑자면, 풀컬러로 복원된 2차 대전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전혀 볼 수 없었던 80년 전 당연한 흑백물들의 컬러 버전이 시선을 끈다. 더불어, 역대 최대·최악의 전쟁을 불과 10대 사건으로 축약정리해 보여주는 점 또한 시선을 끄는 특장점이라 하겠다. 


10대 사건을 나열해 본다. 전격전, 영국 본토 항공전, 진주만, 미드웨이 해전,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디데이, 벌지 전투, 드레스덴 폭격,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히로시마. 2차 대전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를 경우엔 생소하다 못해 이해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반면, 2차 대전에 관심이 있거나 어느 정도 알 경우엔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다양한 역사학자들이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콕콕 짚어내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이들은 독일과 일본, 영국과 미국 그리고 소련이다. 주축국과 연합국의 주요 참전국들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주축국에선 이탈리아가 빠졌고 연합국에선 프랑스와 대만이 빠졌다. 아울러, 작품의 10대 사건에 빠진 2차 대전의 큰 사건을 들어 보자. 연합국의 구사일생 대탈출 작전인 덩케르크 철수, 독소 전쟁의 시작을 알린 바르바로사 작전, 롬멜 대 몽고메리로 유명한 엘 알라메인 전투, 일본 제국 패망의 불씨가 된 과달카날 전투,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쿠르스크 전투, 1944년 크리스마스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하며 벌인 오판 마켓 가든 작전까지 다양하다. 이 점을 우선 상기한 후 작품을 들여다보면 좋을 듯하다. 


'정보'와 '치열'의 2차 대전 10대 사건


작품의 2차 대전 10대 사건을 나열해 보면 무작위가 아닌 정렬된 묶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 묶음은 핵심 키워드가 중심을 잡고 있다. 1~3화의 정보, 4~7화의 치열, 8~10화의 참혹이 그것이라고 보았다. 나치 독일이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전차 전격전으로 폴란드를 매우 빠르게 침공해 점령해버렸고, 나치 독일이 공중으로 영국을 침공해 큰 피해를 입힌 후 영국이 한 발 앞선 레이더망으로 역공을 펼쳤으며, 일본 제국이 도박에 가깝지만 치밀하게 계획한 기습으로 미국의 진주만을 초토화시켜버렸다. 


주지한 세 사건은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고 하겠다.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고 기습적으로 침공해 큰 피해를 입히는 한편, 아무도 모르게 앞선 기술을 개발해 역공을 펼쳤다. 정보는 2차 대전 초기를 결정 짓는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렇다면, 2차 대전 중기를 결정 짓는 키워드는 '치열'이라고 해야 맞겠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 작품에서는 4~7화에 해당한다. 


미국의 일본 제국을 향한 날카롭고 아픈 칼날이랄 수 있는 미드웨이 해전은 계획과 오판과 실패와 기적 등 전쟁의 거의 모든 요소가 총집합되었고,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나치 독일의 승리와 소련의 버티기, 반격이 이어지며 가장 처절한 전투로 기억되며, 연합군의 유럽 상륙작전은 성공을 거두어 나치 독일이 큰 패배를 받았음에도 치열하기 짝이 없었으며, 패망이 아른거리는 나치 독일의 도박에 가까운 반격으로 연합군이 뜻하지 않게 아주 큰 피해를 받은 벌지 전투도 있다. 


악랄하고도 참혹한, 잊을 수 없는 짓


2차 대전의 유럽 상황은, 1944년 말에서 1945년 초에 있었던 벌지 전투로 사실상 나치 독일 패망으로 굳어졌다. 이후의 싸움은 거의 모두 독일 영토 내에서 벌어진 것이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에 자살하고, 며칠 후 나치 독일은 패망하고 만다. 하지만, 이 전쟁의 진정한 참혹함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영국의 독일 드레스덴 지역 초토화, 미국의 일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그리고 나치 독일의 유대인 등 인종 청소까지, 그동안의 치열함을 무색케하는 참혹함이다. 


작품의 8~10화는 '참혹'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논란'도 다분하다. 제아무리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이 먼저 시작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악마 같은 짓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삭제시켜버렸으니 말이다. 영국과 미국의 주장엔,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은 전국민이 군인화되어 이른바 총력전으로 버텼기 때문에 민간인 개념이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참혹한 결과가 그 판단을 무색케 한다.


2차 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나치 독일의 악마보다 더한 짓이라 할 만한 '홀로코스트'이다. 유대인을 비롯해 수백 만 명이 학살을 넘어선 청소를 당했다.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없는 일이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자행한 나치 독일을 향한 비난은, 인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것으로도 제2차 세계대전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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