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포스터. ⓒ넷플릭스
2010년 말, 온라인의 한 영상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격분하며 공유하게 했다. '1 boy 2 kittens(남자 1명 새끼 고양이 2마리)'라는 제목의 영상,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어루만지며 별 다를 것 없이 시작하는데 얼마 안 가 유례를 찾기 힘든 희대의 동물학대가 자행된다. 남자가 새끼 고양이 2마리를 비닐봉지에 넣고는 진공청소기로 공기를 흡입해 질식사시켜 버린 것이다.
많은 이들의 격분은 그룹 지어졌고 페이스북 그룹으로 발전해 동물학대범 추격에 나선다. 셜록 홈즈 뺨치는 추리의 브레인스토밍으로, 새끼 고양이 살해가 벌어진 방이 지구상 어느 곳인지 알아낸다. '북미' 지역이라는 증거를 찾아낸 인터넷 탐정들, 그들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차근차근 접근하면 잡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때 '레스큐 잉크'라는 동물 구조 단체가 개입한다. 조폭 출신의 사나이들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화끈하게 접근해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구조하는 것이었다.
동물학대범에 힘겹게, 그러나 확실하게 접근하고 있던 우리 인터넷 탐정들을 학을 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페이스북 그룹은 활기를 띄지만, 안으론 사공이 너무 많아지고 밖으론 쓸데없이 비대해졌다. 무엇보다 동물학대범 귀에 들어갔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물학대범은 다음 행동을 개시한다. 그에 애꿎은 사람이 마녀사냥으로 큰 피해를 보고 만다. 망연자실한 와중, 범인의 정체가 '루카 매그노타'라는 제보가 들어온다.
범인 추적 과정만으로도 볼 만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의 1화 중반부까지의 내용이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문구를 대변하듯, 작품은 점점 다채로운 색채를 띄며 헤어 나오기 힘든 무자비로 우리를 안내한다. 동물학대범은, 보란 듯이 강도를 높이더니 급기야 예고했던 대로 인간에게까지 손을 뻗는다.
인터넷 탐정을 대표하는 인물들로는, 라스베이거스 인근 대형 카지노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여성 바우디 무번와 남성 존 그린이다. 인터넷 너드의 전형이라고도 할 만한 이들은, 범인을 쫓는 유일무이한 희망인 동시에 '관종(관심종자)'의 최상위 계층이랄 만한 범인의 주타겟으로 작용한다. 어느 누가 동물 학대 영상을 보고 분개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범인 추적을 실천할 이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3부작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에서 1화 중반에 '루카 매그노타'라는 이가 얼굴과 함께 언급되더니 계속해서 나오는 걸 보면, 그가 범인인 게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작품에서 시선을 돌리기 힘든 건, 그를 추적하는 과정의 면면이 너무나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새끼 고양이 2마리 학대와 살해가 자행된 방을 추적하는 과정이나 루카 매그노타가 그 범인이라는 걸 추론하는 과정이나 그가 거주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내는 과정까지,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다른 많은 메시지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충격적인 살인 사건으로 번지다
고양이 학대와 살해에서 시작된 사건은, 머지 않아 살인 사건으로 번진다. 루카 매그노타로 추정되는 범인이, 탐정놀이하듯 살인을 예고하고 인터넷 탐정들은 자신들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 하에 경찰에게 알린다. 루카 매그노타의 거주지까지 정확히 추적해, 캐나다 몬트리올 경찰에게 알린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당연한 듯 인터넷 '탐정' 아닌 인터넷 '너드'의 말을 무시한다.
대담해지는 범인, 방관하는 경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터넷 탐정들. 작품은, 점점 거대해지는 사건 양상에 맞게 주요 초점을 인터넷 탐정에서 경찰 그리고 범인으로 옮긴다. 와중에 중심을 잡고 꾸준히 메시지를 던지는 건, 소셜 미디어 또는 인터넷 세상만의 순작용 또는 반작용이다. 경찰도 하기 힘든 범인 색출 및 추적까지 하는 등 한없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마녀사냥으로 죄 없는 사람을 자살로 이끌고 희대의 관종으로 하여금 이목 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주체가 되는 등 한없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급기야 자행되는 살인 사건, 충격적인 건 아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건 살인 이후이다. CCTV로도 확인되듯 루카 매그노타가 확실한 상황, 사건은 그의 아파트에서 벌어진다. 그는 피해자를 죽인 후 사지를 절단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온갖 이상한 짓을 한 후, 몸통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손발은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자유당, 보수당 당사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머리만 따로 가지고 놀기도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만들어진 괴물? 인터넷이 만든 괴물?
루카 매그노타의 믿기 힘들고 믿기 싫은 살인 사건은, 그의 바람대로(?) 전 세계에 특종감으로 퍼진다. 그는 즉시 악명 높은 '유명인'이 된다. 이젠 경찰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엎고 추적에 나서지만 쉽지 않다. 범인은 숙달된 도망자로, 모든 걸 예상한 듯 이미 거주지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탈출한 지 오래다. 우여곡절 추적이 이어지지만 가늠조차 하기 힘든 범인의 동선으로 헤매고 있을 때 날아든 소식, 독일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루카 매그노타가 체포되었다는 것이었다. 2012년 6월이었다.
체포되어 극비리에 캐나다로 후송되고는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당당하기 짝이 없던 루카 매그노타, 그는 마지막 수법으로 '조현병'을 앞세운다. 그한테만 존재하는 '매니'라는 사람이 그를 옥죄며 협박해, 그로 하여금 고양이를 살해하고 급기야 살인까지 하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때 다시 나서는 우리 인터넷 탐정 아닌 영웅들. 말도 안 되는 추리력을 앞세워 힘을 실어, 루카 매그노타의 매니가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따왔다는 걸 증명해낸다. 나아가, 그가 벌인 일련의 살인 행각이 거즌 <원초적 본능>에서 영감을 얻은 짓거리였다는 것까지...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 그야말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진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던진다. 루카 매그노타로 하여금 믿을 수 없는 살인 행각을 하게 하기까지, 영웅이라고 지칭할 만한 인터넷 탐정이자 너드들이 가장 큰 도움을 준 게 아닐까 하는 반문 말이다. 학대와 불우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극악으로 치달은 성격적 결함을 둘째로 치게 만드는, 관종끼 충만하게 만드는 전방위적인 소셜 미디어의 관심이 그의 괴물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 말이다.
글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루카 매그노타'라는 이름과 그가 행한 짓거리와 그 모든 걸 담은 이 다큐멘터리를 언급하면 할수록, 범인이 한없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당면한 사실, 아니 진실. 관심을 거두는 게 정답일까?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 게 정답일까? 작품 마지막에 이르러, 작품이 주는 흥미에 이끌려 즐기느냐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니 애써 접어 두었던 자명한 실체가 떠올랐다. 정녕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정도의 충격이었다. '내가 인터넷 세상에서 행한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관종 어린 누군가를 부추겨 돌이킬 수 없는 행동에 나서게 할 수도 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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