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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고흐라는 인간의 내면과 고흐가 바라보는 자연의 세계 <고흐, 영원의 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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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고흐, 영원의 문에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줄리안 슈나벨 감독, 미술 학도들에겐 유명한 미술가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세간에선 미국 신표현주의 운동을 이끌며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 더불어 미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다. 즉, 전 세계 미술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미술가라는 얘기다. 그건 그가 감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 


1996년 <바스키아>로 영화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20년 넘게 4편의 극작품만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좋은' 작품이었음은 분명한대, <비포 나잇 폴스>로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대상을 수상했고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잠수종과 나비>로 칸영화제 감독상과 골든글로브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연출한 두 작품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그의 최신작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바스키아> 이후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본업이었던 미술 관련 영화이다. 그가 진가를 발휘하고 우린 그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이 작품으로 주연 고흐로 분한 윌렘 대포가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영화는 고흐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고흐를 보는 시선의 훌륭하고도 조화로운 양립을 구축했다. 북미에서는 2018년 11월에 개봉했으니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 마지막


프랑스 파리,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와 함께 예술가 공동체를 꾸리려는 모임에 참가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 행하고자 하는 것들이 정작 예술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폴 고갱이 일갈하고는 뛰쳐 나온다. 평소 고갱을 존경하던 고흐는 그 모습을 보고 같이 나와 고갱의 의견을 경청한다. 고갱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마스가스카르로 향하고, 고흐는 새로운 빛을 찾아 프랑스 남쪽으로 향한다. 


프랑스 아를, 고흐는 파리에서의 우중충한 빛을 뒤로 하고 노란집에서 생활하며 청량한 빛 아래의 진정 원하던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사람들은 알아봐주지 않았다. 아를 사람들은 그를 멸시하고 멀리했다. 그는 정신이 아프기도 했다. 가끔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잊었다. 언젠가 아이들이 그를 해코지하자 맞대응했다가 어른들한테 맞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테오가 해결해주며 앞으로의 고흐를 위해 고갱을 불러들인다. 정기적으로 그림을 사고 돈을 지불해주는 명목이었다. 


고갱과 함께 생활해 너무나도 좋은 고흐, 비록 둘의 작품 성향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만 다음 세대의 선두주자라는 자기확신으로 서로 통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고갱이 많이 유명해졌거니와 고흐와는 작품 보는 눈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파리로 떠나게 된 것이다. 고흐는 계속 되는 환청을 어쩌지 못한 채 고갱에게 주려는 의도로 자신의 귀를 잘라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고흐의 비극과 일화와 명작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미술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 마지막을 그린다.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불과 37세 나이로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마지막 3년여가 특히 유명한 건 비극으로 점철된 그의 나날들과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들 그리고 그의 현재를 있게 하고 미래를 있게 할 명작들에 있다. 영화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두루두루 살핀다. 


고흐의 비극과 일화와 명작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인정하지 않았고, 가난했으며 정처없이 떠돌았고,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했고,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했던 대화가 고갱과 함께 지냈고, 그가 떠나자 자신의 귀를 잘라 보내려고 했고, 결국 권총으로 자살 또는 타살되어 생을 마감했다. <노란 집> <카페 테라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자화상>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의 명작이 그의 말년에 만들어졌다.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하다. 아무리 유명한 이의 길지 않은 말년을 축약해서 보여준다지만, 날짜나 지명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시간과 장소를 멋대로 건너뛰어 버리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전체적으로 흐르는 예술적 시선과 기풍으로 제대로 된 공감을 보내기 힘든 와중에 말이다. 차라리 실제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괜찮을 편집방향이었을 테다. 


고흐라는 인간, 고흐가 바라보는 자연


영화는 이해를 돕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데엔 큰 관심이 없어보인다. 대신, 고흐라는 '인간'과 고흐가 바라보는 '자연'을 담으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고흐의 내면이 얼마나 황폐했는지, 윌렘 데포의 연기와 때론 격하게 때론 미세하게 흔들리는 카메라워킹으로 알아챌 수 있다. 특히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건 윌렘 데포일 것이다. 자못 식상하지만 달리 할 말이 없을, '고흐보다 더 고흐 같은' 연기로 극을 이끄는 동시에 압도했다. 고흐가 추구했던 예술관, 고흐가 자연을 통해 불러일으킨 영감, 고흐가 자신을 동일시한 그림에 대한 지론을 그가 대신 완벽하게 전한다. 


그런가 하면, 일필휘지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게 그림이라고 여긴 고흐가 바라보는 자연의 면면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자체에도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미술가 출신의 감독인 만큼, 화가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세상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다 하겠다. 그걸 다시 우리와 같은 일반 관객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고흐라는 대화가와 그가 그린 명작들이 아닌, 고흐라는 처량하고 불쌍하기까지 한 '인간'을 들여다보는 데, 이 영화는 수많은 콘텐츠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게 분명하다. 제대로 된 고증뿐만 아니라 독창적 해석도 넘치도록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영화로 뭔가를 할 순 없을 것이다. 우린 이 영화에 한없이 다가갈 수 있을 뿐이고, 이 영화에서 우리를 향해 뭔가가 나오진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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